반딧불, 오래도록 기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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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의소리
  • 승인 2018.09.1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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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칼럼] 이석현 배재대 미디어 콘텐츠 학과 2년...우리들의 게임, 그리고...
이석현 학생
이석현 학생

비디오 게임(Game)! 시각적, 청각적 요소에 주체적인 참여를 더한 이 놀이는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한구석에 즐거운 기억으로, 또 대리만족으로 함께하고 있다. 다른 드라마, 영화, 소설, 음악 등의 문화콘텐츠가 주는 것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비디오게임 또한 다른 많은 문화콘텐츠들이 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기능들을 유사하게 가진다. 사람들에게 게임은 스트레스를 풀거나,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친목을 쌓을 수 있는 매개이기도 했으며, 곧 지식과 정보를 얻는 배움의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8년 현재, 한국에서 이런 비디오 게임의 전망은 ‘재미있는 게임’을 즐기고 추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리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지난 20년 안팎의 시간 동안 기술의 발전으로 비디오 게임 산업은 급격한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왔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 산업 분야 중 게임 산업은 최근 5년간 11개 분야 매출액 순위에서 12조 안팎의 규모로 5위를, 수출액은 34.5억 달러 안팎으로 다른 분야와 비교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게임의 지수가 17년도 KOSPI에 31.6% 기여하기도 했다. 게임 산업이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수치들 뒤에는 다른 한국 문화 콘텐츠 산업이 중국에 의존하는 정도가 아주 크다는 사실도 있다.

현재 한국 게임 산업을 살펴보면 아케이드, 콘솔과 같은 기타 게임 시장은 해외의 경우와 비교해 굉장히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90% 안팎을 온라인 게임 시장과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매출은 거의 대부분이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게임즈 등의 대형 회사를 통해 서비스되는 게임이 책임진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매출 목록에 상위권에 항시 자리하고 SNS와 옥외 광고를 통해 광고가 자주 걸리는 게임들 말이다.

문제는 한국의 이런 게임 시장 구조에서 생겨나는 게임의 ‘재미’는 매출과 관련이 없으며 각각의 재미와 개성, 깊이와 완성도 또한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국내에서 게임 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들이 매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와 아트워크 등으로 포장된 이른바 ‘양산형 게임’을 찍어낸 것이다. 게임의 홍보 문구 또한 진부하고 뻔해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는 경우가 흔해졌으며 ‘비디오 게임’이라는 문화가 저급한 평가를 받게 만드는 데에 영향을 확실히 끼치고 있다.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중 하나는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참여와 그에 따른 리액션과 보상이다. 그런데 지난 몇 년 간 출시되어 광고 우선순위와 매출 상위권에 자리한 수많은 모바일 게임들의 경우에는, 과거 온라인 게임에서 게임 내 경제 관리 등을 위해 단속해왔던 ‘오토(자동사냥)’를 아예 게임상의 기능으로 넣어버렸고 그 오토를 돌리는 데에도 과금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을 마주한 유저(소비자)들 중 일부는 그저 게임을 삭제하고 떠나지만, 상당수는 즐거움을 위해 플레이 한다기 보다 어떤 ‘의무감’에 사로잡혀 게임에 접속해 출석체크를 하고 오토를 돌리는 기계처럼 플레이하기도 한다.

“회사가 유저들을 개,돼지로 본다”라는 표현도 이런 상황에서 유저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특히 대두되는 요즘, 국내 게임 산업을 주도하는 대형 회사들이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무시한 게임들을 ‘찍어내는’ 상황이다.

결국 대형 온라인-모바일 게임들에서 문화 콘텐츠에 기대할 수 있는 스토리와 깊이, 게임의 본질적 재미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고, 그 역할과 책임은 소규모-무명 게임회사(통칭 인디게임사)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진 상황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만들어진 그러한 소규모의 재밌는 게임을 찾으려 해도 찾아 도달하기도 쉽지 않으며, 개발 환경도 녹록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많은 유저들은 국내 게임 사 보다 해외의 우월한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넥슨에서 게임 업계 사상 최초로, 이어서 스마일게이트에서 노조가 생겨났다. 국내 게임 회사에 만연한 무리한 일정 맞추기, 포괄임금제에 따른 공짜 야근, 회사에 의해 개발 방향이 달라졌지만 실패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돌아오며 이런 환경에서 팀을 이루어 함께 이뤄낸 성과는 극소수가 독식해왔다고 그들은 말한다. 겉뿐만 아니라 안에서 천장에 물새듯 무너져가는 것이다.

국내의 다른 문화 콘텐츠 산업이 그러하듯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형세인데 바로 얼마 전에는 중국에서 게임 총량규제를 발표했다. 중국 내에서 신규 게임 수량, 미성년자의 게임 사용 시간 등에 제한을 두고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 게임의 판호 발급까지 중단된 것이다. 국내의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웹젠과 위메이드 등의 게임 사의 주가가 줄줄이 엄청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 규제로 인해 스타트 업과 인디게임 사에게는 더욱더 재앙과도 같은 일이 되었다. 국내의 게임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겠지만, 플랫폼의 수익성은 하락하고 더불어 앱 다운로드 플랫폼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게임 산업은 영화 산업과도 같이 많은 자본과 인력, 시간을 필요로 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형 산업이다. 자본이 부족하면 정말로 좋은 게임이 나오기 힘들고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워지며, 이익 추구 집단인 기업에서 이것은 치명적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수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나누고 접할 수 있게 된 지금, 영원한 승자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단단한 성이라 할지라도 안팎으로 흔들리고 공격받는다면 결국 무너지듯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에 이미 휩쓸리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서 한국 게임 기업이 지금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머지않아 처음이 어땠는지 와는 관계없이 무너질 것이다.

물론 대형 게임 회사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 만은 아니다. 양산형 게임을 기계적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과, 돈 만을 노리고 만든 건전하지 못한 내용의 비전 없는 게임 광고를 만들어 수도 없이 유명 플랫폼에 거는 회사들을 비난할 수는 없더라도 비판의 목소리는 내어야 한다.

분명 밝고 유용하지만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만 오래 지내다 보면 사람의 마음과 감성이 메마르기 마련이다. 대형 게임 회사들이 서비스하고 찍어내는 게임들이 그렇다. 그러나 게임이 저급한 놀이 문화가 아니라 하나의 어엿한 문화 콘텐츠 장르로서 더욱더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작지만 밝은 반딧불과도 같은 게임 회사들을 더 많이 알리고 응원해야 한다. 왜 수많은 기혼자들이 아직까지 배우자의 눈치를 보면서 게임기를 사고, 심지어는 그런 이야기를 소재로 한 광고도 내겠는가!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당당히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일상적으로 밝게 비춰주는 편리한 형광등도 분명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분명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남으며 힘든 삶을 잠깐이나마 잊고 기댈 수 있는 모닥불, 반딧불과도 같은 작품에 목말라하고 있다. 변화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야기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과거의 기억에 추억으로 아로새겨진 작품들은 우리에게 이미 그렇게 남아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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