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만 사는 나라, 그게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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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8.09.06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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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공기업 지방 이전, 국회 세종의사당...뭐가 어떻다는 건가
정부 세종청사 전경
정부 세종청사 전경

‘공기업 지방 이전.’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발언을 두고 시끄럽다. 특히, 서울에 있는 일부 언론에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내부 효율, 직원 이탈에다 지역 간 전쟁, 심지어 지역구 챙기기 등을 내세우면서 유치하게 공격하고 있다.

이 대표를 편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지만 두 발언 모두에 해당되는 세종 지역민으로서 한 마디 하고 저 한다. 수도권 비대화에 따른 비효율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비만은 다이어트가 특효다. 지금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수도권은 넘쳐나서 난리이고 지방은 부족해서 아우성이다.

이 대표의 발언은 백약이 무효였던 수도권을 다이어트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공기업 이전, 세종의사당 설치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 당연히 국가가 나서 지방 살리기 장기계획을 세워야 했었다. 하지만 지난 10 여년간은 어떠했는가. 말로는 지방 살리기를 내세우면서 정치적인 편의에 따라 비만을 부추기는 정책만 시행해 왔다.

수도권 규제제한 완화니 세종시 수정안 발표, 그리고... 돈과 사람이 수도권에 몰리니 그곳이 기회의 땅이 되고 지방은 상대적으로 텅텅 빌 수밖에 없다. 모든 게 서울로,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에 있으면 죽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영·호남이 화합하고 중앙과 지방이 잘 사는 나라’를 통치 목표로 삼았다. 혁신도시니 공기업의 지방이전 등이 부분적으로 이 때 실행이 됐다.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비난을 받았던 세종시도 우여곡절 끝에 인구 30만 도시로 만들어졌다.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이전이 지속적으로 진행됐다면, 그리고 지역마다 혁신도시 건설에 정책적 지원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정책이 방치되면서 애물단지가 되고 지방은 죽어갔다. 그리고 반대론자들에게는 좋은 먹이감이 됐다.

70년대 전국 국립대학을 특성화시켰다. 경북대는 전자, 충남대는 공업교육, 제주대는 관광 등 적어도 이 분야는 그 대학을 전국 최고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게 흐지부지되면서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가. 공부는 어느 정도 하지만 서울로 가기에는 가정 형편이 따라가지 못했던 우수한 인재가 지원했던 지방 국립대는 서울의 꼴찌보다 못한 대학이 됐다. 그러니 금산에 있던 중부대학도 경기도 일산으로 가고 청양에 있던 대학도 수도권으로 갔다. 그 대학을 나무랄 수 있는가. 살려고 가는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대전과 세종에서 정부청사가 옮겨오는 걸 지켜봤다. 정부 대전청사 이전 때나 세종청사 이주 때나 판박이였다. 처음에는 지방으로 오는 걸 결사반대하면서 본인만 내려온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입시를 앞 둔 자녀를 둔 가정을 제외하고는 그 지역에 정착하게 된다.

정년을 앞 둔 공직자는 혼밥을 먹다가 퇴직 후 서울로 올라간다. 그게 정해진 패턴이었다. 몇 년 살면 서울보다 하루 2시간은 더 산다며 만족해한다. 출퇴근 시간을 계산한 것이다. 대전도 그랬고 세종도 지금 그렇게 가고 있다. 그런데 지방으로 이전해서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그만두겠다면 당연히 사표를 수리해야 한다.

공기업이 이전이 발표되면 지역 간 유치 갈등은 있을 수 있다. 지자체장은 기를 쓰고 목을 멜 것이며 지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죽어가는 지역에 영양제가 되고 그걸로 인해 지역이 되살아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균형개발을 잣대로, 정치적인 결정을 배제하면 이 또한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지역 간 갈등 운운은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논리다.

국회 세종의사당도 그렇다. 왜 국회는 서울에 있어야 하는가. 중앙 부처가 몰려있고 정부가 있기 때문이 아니였는가. 그런데 지금 어떠한가. 정부의 80%가 세종으로 내려왔다.  그렇다면 국회가 세종으로 와서 국정감사도 하고 대정부 질문도 해야 옳은 게 아닌가. 국회는 서울에다 두고 공무원을 오라가라하는 건 전형적인 갑질이고 효율을 따지는 건 어불성설이다. 

환경학자들은 ‘환경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고 한다. 마찬가지다. 지방이 죽으면 서울이 혼자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가. 같이 죽는다. 슬림화발언에 신경질적인 반응은 이해할 수가 없다. 서울은 작아져야 사회적 비용도 줄고 남아있는 시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

평당 아파트 가격이 1억원인 나라, 인구의 반이 한 지역에 몰려 있는 나라, 그걸 손대려고 하면 히스테리를 보이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사는 나라, 균형발전과 지방 분권은 말로만 하는 나라, 그게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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