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계층위해 요리로 봉사”
“소외 계층위해 요리로 봉사”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2.02.01 17:03
  •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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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박경자 요리연구가…가진 능력 나누어주고 싶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짬을 내어 요리로서 봉사하고 싶다는 박경자 선생 
 "추워야 따뜻함을 알 수 있어요”
2월 1일 오전 11시에 ‘세종의 소리’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요리연구가 박경자 선생(57)이 금남면 영치리(안골) 자신의 농가에서 금남면소재지인 영포리 사무실까지 영하 12도의 추위 속에 들판 길을 45분이나 걸어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추운데 차도 안 타고 오셨냐"고 물으니까,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걸어왔다는 박 선생은 “요리는 마음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충북 영동이 고향인 박 선생은 사업을 하는 남편 박종화씨와 결혼하여 2남1녀를 두고 서울에서 살았다. 박 선생은 요리에 관심이 많아 한국기술대학에서 요리교사 자격증을 따고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등 각종 자격증을 딴 후 서울직업학교에서 요리 교사로 3년간 근무하다가 강원도에서 삼척요리학원도 운영했다.

그러다가 시절인연인가. 2004년 남편의 고향인 연기군 금남면 영치리(안골)에 홀로 계신 시어머니가 연로하신데다 건강도 안 좋자, 남편을 따라 귀거래사 하게 됐다.

   정에 굶주려 있는 다문화가정 주부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며 행복을 나누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귀향한 시골이 이제는 너무 좋아”

당시 박경자 선생은 갑상선이 안 좋아 잠시 약을 먹으며 쉬고 있었는데, 돌연 시골로 귀향하게 되어 “울며 겨자먹기”라는 표현대로 도시를 떠나게 됐다고 회고한다. 영치리에 복숭아와 배농장을 운영하며 시골농부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처음에 힘들던 시골 과수원 일이 재미가 붙게 되고 덩달아 시골의 공기가 좋아서인지 갑상선이 치유되면서 지금은 약을 안 먹게 될 정도로 건강도 호전됐다.

이때부터 박 선생은 자신이 배웠던 요리들을 누군가에게 전수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 2004년 11월에 조치원읍에 ‘조치원요리학원’을 세워 2010년 4월까지 운영했다. 이때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위해 연기군청 강사로 등록하여 그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다문화가정 주부들은 정에 굶주려 있어요, 말은 덜 통해도 요리를 통해 한국사회에 쉽게 동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리강습이 지난해 처음으로 7개월간 이루어졌다.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요리강습도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간 조치원여성회관에서 처음으로 한 바 있다. “그분들을 지도하면서, 일반 사람들이 볼 수 있고 말할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가”를 느꼈다는 박 선생은 “처음에 눈을 감고 쓸어보니 너무 답답했다”며 “시각장애인들의 촉각과 미각은 상상 못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말했다.

수화도 배운 박 선생은 시각, 청각 장애인을 비롯해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위한 별도의 요리강습 과정과 조리사시험을 통한 자격증(한식, 양식, 일식, 중식 등) 제도를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신설해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영동전문대 여성교양학과를 졸업한 박 선생은 뒤늦게 한밭대 복지경영공학과에 편입하여 오는 2월 24일 졸업한다. 요리전문가인 박 선생은 예절지도사 1급, 사회복지사, 노인복지사 등 자격증만 십여 개이지만 ‘보이기 위한 나오기 위한’ 봉사는 사양하고 있다.

다만 “사는 동안 가지고 있는 것을 사회에 나누면서 활용하고 싶다”는 박 선생은 진정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요리를 하다보면 사람들의 성격이 나옵니다. 불과 같은 성격의 사람이 많은데요. 이런 사람들은 화가 많아 요리를 못 합니다. 밥도 쌀을 씻어 30분 이상 불려야 하고, 뜸을 들이는데도 7분 이상 중불에 놓아야 좋은 밥이 되는데, 요즘 사람들은 성질이 급해져서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있어 안타까워요.”

“밥이 우리 인생입니다. 물 한잔이라도 정성껏 마음에서 우러나와 드려야 먹는 사람은 보약이 됩니다.”

“지렁이하고 한 번 놀아보세요. 꼼지락 꼼지락거리면서 좋고 싫은 의사표시를 다 할 수 있어요. 지렁이도 건들면 성질을 냅니다. 반대로 예쁘다고 칭찬하면서 같이 놀아주면 졸졸 따라오는 모습이 진짜 예쁩니다. 남편은 미쳤다고 하지만 말 못하는 미물인 지렁이에서 보듯이 정말 손끝이 필요한 시각, 청각, 연로한 어르신들을 위한 요리강습 지원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 일원인 장애인 위한 장애인요리사협회 창설 필요"

박경자 선생은 “장애인 요리사 자격증을 위해 가르치는 곳과 시험 보는 곳이 한국에는 없다”면서 “소외계층을 위하는 선진국처럼 장애인요리사협회 창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말이 안 통하는 청각 장애인과 다문화가정에게는 ‘다정한 눈빛’이 시각 장애인에게는 ‘따스한 손길’이 소통할 수 있는 언어라는 박 선생은 사랑만이 모든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약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박 선생의 좌우명은“함께 간다”이다. 예전 어른들은 이웃의 일을 내 일처럼 돌보아주었는데 요즘은 인심이 메말라 걱정이라는 그녀는 지렁이와 대화하듯이 사랑으로 모든 것을 감싸고 싶단다.

사랑만 있으면 안되는 게 없다는 신조로 살아가는 박경자 선생. 그는 요리를 비롯해 자신의 능력이 소외된 사람에게 사랑으로 이어져 계속 꽃 피우기를 염원했다.

   한 다문화가정 주부에게 한식 요리를 가르치고 있는 박경자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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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한 2012-02-26 14:50:39
박경자 선생님께서 금남면 사람인데도 몰라뵈어 죄송합니다..정말 좋은일 많이하시네요 ~~~~
감사드립니다

최순영 2012-02-15 11:03:05
마음까지 따뜻해집니다.
평범하지만 함께나누고저 하시는 고운 맴씨
존경합니다.
인맥으로,학벌로만 따지는 우리사회.....이루시고저 하시는 꿈 꼭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차별없는 세종시 파이팅~~~

정준이 2012-02-13 19:38:11
역시~~~♥♥♥입니다
앞으로 세종의 앞날이 매우 밝아질 기미가 보입니다
존경합니다

날으는꽃등심 2012-02-10 20:13:52
당신은 짱!!!멋진 삶을 살고 계시군요^^

박종구 2012-02-08 18:16:47
와~~~저도 원장님께 양식조리기능사를 딴 사람입니다.
꼼꼼하시고 숙제도 내주시고 당시엔 힘드셨지만 지금은
욜심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원장님 건강하시고 소망하시는 모든일 잘되시길 기원합니다.
새 삶을 갖게해주신 원장님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