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게 하는 미국 영어 교사, 그런데 ?
속 터지게 하는 미국 영어 교사, 그런데 ?
  • 강수인
  • 승인 2013.01.05 09: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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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의 생활 속 이야기]아이의 독서습관, 부모가 함께 시작해 줘야

   미국인 가정교사에게서 컴퓨터 영어단어 퍼즐게임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
며칠 전 뉴스에 ‘7세 읽기 능력, 10년 후 학업성적 좌우한다’는 보도가 있 었다. 부모가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얘기하며 아이들이 읽을 때,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읽기능력을 키워 줘야함을 뇌사진과 함께 설명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연구했다는데 읽기에 열중한 미국 꼬마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독서, 정말 중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독서를 맘 놓고 할 수 있는 시간이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유년기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이 그래도 여유로운 편이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초등학교 6학년 딸과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은 정말 영어를 할 줄 몰랐다. 갑작스레 찾아 온 기회여서 준비를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영어 개인지도 선생님(튜터)을 구하느라 힘들었다. 처음에는 두 분이 가르쳤는데 한 분은 현직 교사였고 다른 분은 전직 교사였다.

그런데 그들은 언어를 가르치는데 있어 어떤 전문적인 일관성과 소신이 있어 보였다. 우리는 당장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이 급하다보니 생활 속의 회화능력을 가르쳐 주었으면 하는 맘이 앞섰지만 그들은 자기 멋(?)대로 가르치니 속이 타들어 갔다.

   미국 시낭송회에서 어린이들이 자기가 지은 시를 부모님들앞에서 발표하는 모습

큰 아이는 단어를 좀 안다고 또 학년을 고려해선지 얇은 동화책 읽기로 시작했고, 작은 아이는 발음부터 시작했다. 무조건 한 페이지씩 아이와 읽어 가며 발음을 교정해 주고 이해가지 않는 부분은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해 주는 그런 식이었다.

답답하다 못해 몇 번이나 우리가 필요한 것을 가르쳐달라고 요구하고 싶었지만 참으면서 선생님의 노하우를 믿고 기다렸다. 9개월 정도 지나면서 효과가 나타나 1년 정도가 지나서는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큰 아이는 ELL(외국인 등 영어가 부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급)에서 정규반으로 이동했고 발음부터 배웠던 둘째는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냐고 현지인들이 물을 정도로 발음이 정확했다.

그 일을 지금도 생각하면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았던 우리의 조급함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한편으론 선생님들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교육학에서는 어떻게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독서에도 분명 방법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말을 배우고 나면 서서히 글자를 알게 된다. 글자를 알게 되면서 바로 학습으로 연결시키기 보다는 글을 아는 즐거움과 여유를 아이가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를테면 처음에는 창작동화로 그림과 함께, 부모와 함께 놀이로 시작하고 점점 명작동화와 고전, 위인전으로 독서나이를 늘려 가는 것이다. 창작동화는 처음에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아니면 조금 다른 이들의 삶을 보며 아이는 공감을 하고 감정을 배운다. 슬픔과 기쁨, 역경을 헤쳐 나가는 의지 등을 배우며 자신의 삶과 비교하며 위로받기도 한다.

명작동화는 글의 짜임이 매우 좋고 어휘가 다양하게 나와 아이들의 어휘에 대한 의미와 사용 폭을 높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엄마와 같이 한쪽씩 읽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 감동을 잊지 못해 몇 번이고 다시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또 초등학교 5, 6학년에는 보통 위인전을 권한다. 이야기의 전개는 쉽다. 그렇지만 부모가 보여주지 못하는 이상적인 인간형을 제시해주고 성공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삶과 교훈을 주어 아이의 인생에 큰 방향을 제시하고 가치관을 제시해 준다.

   한국 초등학교 도서바자회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아이들
사실 아이에게 책 한질을 사주고 책 좀 읽으라고 매일 외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집에 아무리 많은 책이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소리 내지 않고 속으로 혼자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면서 책에서 흥미를 느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둘째 아이와 독후 활동을 했다. 책은 각자 읽고 서로의 생각을 생활 속에서 자꾸 끄집어냈다. 어떤 때는 엄석대에 대해서, 담임선생님에 대해서 또 하루는 한병태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시도 때도 없이 하곤 한다. 아이는 모른다. 그것이 독후 활동인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하는 능력을 키우고 있는지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매일같이 엄마들은 공부해라, 그만 자라는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말을 제일 싫어한다. 엄마들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인데도 하여튼 엄마가 말하면 괜히 화나고 짜증스럽고 거꾸로 하고 싶은 게 아이들 마음이다. 엄마가 하고 싶은 말, 사실은 책속에 다 있다. 더 자세하게 더 정확하게 왜 해야 하는지, 공부와 삶에 대한 동기부여 역할을 책이 하고 있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그냥 아이들을 다그치지 말고 책속에서 아이와 함께 배워보는 것이 어떨까.

     
   
 
강수인, 대전 출생, 대전여고, 충남대 졸업, 침례신학대 영양사, 미국 미주리주 콜럼비아 시 2년 거주, 미용사 자격증 취득 후 노인복지관, 군부대 봉사활동 eskang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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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5 2013-01-11 08:47:03
‘7세 읽기 능력, 10년 후 학업성적 좌우한다’....참말로 감동 깊게 이해되네요...

유경옥 2013-01-09 19:51:08
누구나 머리론 알지만 실행하기에는 반복적인 뇌 학습이 부모에게도 필요한데 항상 자극을 주고 나를 돌아보게 하네요.
좋은 글 감사하고요 다음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