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져든 세종시 청소년들, 교육당국은 ‘뒷짐’
도박에 빠져든 세종시 청소년들, 교육당국은 ‘뒷짐’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08.27 18: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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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재학 청소년들 도박문제 유병율 4.3%로 고위험, 세종교육청 대응 안일
   세종지역 청소년들이 도박의 위험에 속속 빠져들고 있지만 교육 당국의 대응은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온라인 도박 사이트 모습>

친구들이 도박을 하는 것을 보고 재미로 시작한 A군(만16세). 큰돈을 따는 경험을 하게 된 그는 도박에 점차 빠져들게 됐다. 베팅에 적중했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주일에 평균 7일 도박을 하는 그는 용돈을 모두 도박에 탕진하고 부모님 지갑에까지 손을 대게 됐다. 지금까지 가장 크게 딴 금액은 500여만원, 가장 크게 잃은 금액은 50만원이지만, 총 손실은 1천여만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머릿속에는 온통 도박 생각 뿐이다. 일과중에도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 베팅할 지를 고민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B군(만17세)은 도박자금을 빌려준 친구와 변제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폭력까지 휘말렸다.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되어 처벌도 받았다. 학교 내에 유사 사채 문제(15만원 빌리고 매주 이자 5만원 지불)에 연루되어 도박 빚은 늘어만 가고 있다. 손실에 대한 불법 추심과 협박에 시달리며 폭력 행동, 충동조절문제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세종지역 청소년들이 도박의 위험에 속속 빠져들고 있지만 교육 당국의 대응은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세종시 재학 청소년들 가운데 4.3%(2015년 기준)가 도박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4%는 도박 조절이 어려운 '위험군', 0.9%는 심각한 수준의 조절 장애를 안고 있는 '문제군'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재학 청소년 유병률(有病率) 5.1%(위험군 4.0%, 문제군 1.1%)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센터가 임의로 관내 인문계 고교 2곳을 선별 조사한 결과 유병률은 8.2%(위험군 6.8%, 문제군1.5%)로 예상되어 도박문제는 위험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조사는 3년마다 실시되는데, 올해 조사 결과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최근 청소년 사이에 성행하는 온라인 도박은 그 종류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성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스포츠토토는 물론 사다리게임, 달팽이게임, 로하이게임, 카지노류(바카라, MGM홀짝, 다이사이, 룰렛, 윷놀이 등), 소설 그래프 등까지 이름마저 생소한 게 많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도박과 게임의 구분이 모호해진 게 가장 큰 이유다. 도박을 게임 또는 엔터테인먼트로 보는 인식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성인인증 절차가 없어 급속 속도가 빠르다는 게 센터 측의 설명.

게다가 SNS, 유튜브, 인터넷 개인방송 등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매체를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와 홍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모바일의 대중화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온라인 도박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도박의 유해성을 인지하기 전에 도박을 접하게 되어 쉽게 중독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온라인 도박에 빠지게 되면 일확천금, 책임성 결여, 도덕관 결여 등 올바른 가치관 확립을 저해한다"며 "이러한 부정적 정서는 또래문화의 영향으로 인해 일반 청소년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도박으로 인한 2차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온라인 도박에 드는 금전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폭력, 고리 사채 사용 등 문제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여름 친구들의 소개로 불법 스포츠 토토에 빠져든 C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C군은 도박 자금이 충당되지 않자 사채에 까지 손을 대게 됐다. SNS를 통해 알게 된 형들에게 돈을 빌려 사용했고, 그 형들이 집에까지 와서 돈을 갚으라고 행패를 부리면서 C군의 부모님까지 아들 도박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급기야 C군은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밤새 택배 일을 하면서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됐고, 불성실한 생활태도로 학교에서 지적도 지속적으로 받게 됐다. 결국 학교를 자퇴하겠다는 결심까지 해 부모와의 불화도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처럼 도박 문제가 개인과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세종교육청의 대응은 안일하다는 점이다.

예방교육은 각 학교 단위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신청해야 진행되지만, 세종지역 87개교 중 예방교육을 실시한 학교는 지난해 고등학교 2곳, 올 상반기 중학교 3곳에 그치고 있다. 광주 104곳, 서울 114곳, 대전 34곳 등에서 예방교육을 실시한 것에 비하면 미비해 보인다.

특히 일부학교의 경우 센터의 예방교육 권고에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도박문제에 대한 교육당국의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관계자는 “청소년 도박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어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시교육청 차원의 적극적인 예방교육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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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부터 2018-08-28 15:47:39
교육당국을 문제삼지말고 어른들부터 잘해야지. 전의면 작은마을같은 동네에도 그것도 작은도서관 맞은편에 게임장들어선지 오래..어른들 밤새워게임하는데 아이들이 무엇을보구 배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