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바닥 중앙공원’ 풀리지 않는 의문 폭발
‘논바닥 중앙공원’ 풀리지 않는 의문 폭발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08.24 17: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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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2단계 조성 설명회, 금개구리 대체서식지로서 '논' 적합성 문제제기 잇따라
   23일 세종시청에서 개최된 '중앙공원 2단계 조성 시민설명회'에선 금개구리 대체서식지로 마련된 ‘논’ 면적 적정성을 놓고 지난 3년여간의 갈등이 재현됐다.

"공원에 왜 논이 있어야 할까", "논 습지 면적은 왜 '21만㎡'이어야 할까"

"논은 금개구리 대체서식지로 적합한 것일까", "대체서식지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왜', '반드시' '꼭' 논이어야만 할까"

"논은 자연 그대로가 아닌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한 인공의 산물 아닌가. 자연을 보호하자는 논리라면 습지가 더 적합하다"

중앙공원 조성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문이다.

23일 오후 7시 30분 세종시청에서 개최된 '중앙공원 2단계 조성 시민설명회'에선 이 같은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금개구리 대체서식지로 마련된 ‘논’ 면적에 대한 적정성을 놓고 표출된 지난 3년여간의 갈등이 고스란히 재현됐다.

이날 설명회는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시가 공개한 중앙공원 2단계 조정안에 대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다.

조정안의 핵심은 ‘금개구리 보전지역’ 명목의 습지가 21만㎡(‘공생의 뜰’)로 정해졌고, 이 가운데 순수 ‘논’ 면적이 13만5천㎡로 확정됐다는 점이다.

시민사회, 특히 세종바로만들기시민연합(대표 정래택, 이하 시민연합)과 행복도시입주자대표협의회(대표 한봉수, 이하 입대협)는 "'논' 면적을 없애고 금개구리를 제3의 대체서식지로 옮기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환경단체(세종생태도시시민협의회, 이하 생태협)는 "유지해야 한다"며 팽팽한 입장차를 드러내 왔다. 지난 3년여 간 치열한 격론이 벌어진 이유다.

이날 역시 양측은 그간 논제들을 이슈로 부각시키며 맞대결 양상을 보였다. 일부에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관계당국은 중앙공원 조성개요, 추진경위 및 향후 계획, 1단계-2단계조성계획안을 설명한 후 시민 의견을 차례로 청취했다.

   중앙공원 조성계획(안)

“금개구리 보전구역 21만㎡, 적정성 의문”

시민연합과 입대협 측은 금개구리 보전구역으로 공생의 뜰이 21만㎡로 정해진데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산정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시민연합 회원 손태청씨는 "21만㎡에 대한 면적이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봉수 입대협 대표도 "금개구리가 몇 마리가 살고 있는데 보존지역으로 21만㎡로 설정했는지 궁금하다"며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의문을 표했다.

보람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 역시 "아름다운 공원을 조성하는 데 공원 한가운데에 논이 있다는 게 황당하고 납득되지 않는다"며 "금개구리를 위한 다른 공간을 만들어주면 사람과 금개구리 모두에게 좋을 것이다. 논이 반드시 있어야 되느냐"고 질의했다.

관계기관은 환경영향평가 변경 절차를 근거로 논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1만㎡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행복청 한경희 도시특화경관팀장은 "21만㎡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면적 조정이 이뤄진 측면이 있다"면서 "환경영향평가변경협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면적을 터무니없이 줄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LH 조창종 부장 역시 "현재 장소에 개구리가 잘 서식하고 있어, 면적을 줄일 경우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가 어려운 상태"라고 거들었다.

관계기관은 논 경작지에 체험형 프로그램 운영(가을, 겨울철) 계획도 설명했다. 하지만 금개구리 서식 지역에 사람의 발길이 침투할 경우 해롭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어 실효성은 의문이다. 시민들은 "환경에 취약한 금개구리가 체험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3의 장소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LH 측은 "금개구리는 10월 말이면 동면에 들어가 4~5월에 나온다.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바로만들기시민연합과 행복도시입주자대표협의회가 :논 없는 중앙공원", "기계식 영농 결사반대" 등의 손 피켓을 회의장 자리에 비치해 둔 모습

"중앙공원 국제설계공모 정통성 없어"

현재의 중앙녹지개념의 토대가 된 국제설계공모가 정통성이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손태청씨는 국제설계공모를 통한 기본설계안 수립(2007년), 환경영향평가 협의(2016년 3월), 조정안 마련(2018년 8월) 등 그간 일련의 공원 추진경위를 되짚으면서 관계당국의 미숙한 행정을 꼬집었다.

손씨는 "2007년 추진된 국제공모는 행복도시건설 기본계획안에 나와 있는 내용과 어긋나 기본적으로 오류가 있다"면서 "당시 당선작('오래된 미래', 조경설계 해인)에 포함된 '생산의 대지'에 대한 여론조사 선호도가 꼴찌였다"고 지적했다. 생산의 대지란 현재 논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다.

또한 당시 국제공모 당선작이 법을 위반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2007년 도시계획상 경작지(논)는 그 자체가 도시공원법 상 불법이었다며 결론적으로 당선작이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손씨는 "도시공원법이 2011년 개정되면서 생산의대지가 체험형 농경지로 반영됐다"며 "2007년 당시 불법이었던 공모작을 선정한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질타했다. 특히 "국제공모는 사업자가 아이디어 수준으로 낸 것이어서 강제조항이 아니"라고도 했다.

현 중앙공원 개념의 근간을 이루는 국제공모 당선작이 정통성이 없어 현재 중앙공원의 기본 개념을 다시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경희 팀장은 “중앙공원은 도시중앙에 위치해 다양한 목적의 복합적 성격의 공원으로 조성된다”며 “행복도시건설추진위원회의 승인 후 진행되어,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제공모는 마스터플랜으로서 큰 틀에서 보는 게 맞다”고도 했다.

   생종생태도시협의회 관계자들이 보존형 중앙공원 조성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회의장 입구에 서있는 모습

"국립세종수목원에도 금개구리 서식지 있다"

국립세종수목원에도 금개구리 대체서식지가 있어 공생의 뜰 21만㎡ 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손태청씨는 "금개구리 서식지로는 지난 2013년 9월 65만㎡의 면적이 이미 국립세종수목원에 설정됐다"면서 "지금 와서 그걸 지우고 마치 서식지가 없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대체서식지가 충분히 반영되어 21만㎡가 지나치게 넓다는 의미다.

산림청은 현재 중앙공원 바로 옆 부지에 국립세종수목원을 조성하고 있는 상황. 이곳 내에 양서류 관찰원(8253㎡)과 습지형 생태숲(2만9720㎡) 등이 금개구리 서식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수목원과 중앙공원 남측 경계지역에 마련된 약 1만6000㎡의 원형 보전지 역시 서식지로서 가치가 있다는 게 손씨의 해석이다.

하지만 행복청은 이에 대해 수목원에 반영된 금개구리 서식지는, 중앙공원 서식지와는 성격을 달리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서류 관찰원과 습지형 생태숲 등의 공간은 경관적 연계성 등을 고려하면서도 온대중부권의 다양한 수목자원을 수집 증식 보전 관리 및 전시를 하는 수목원 건립 목적에 따라 조성된 지역이라는 것. 또 수목원과 중앙공원 남측 경계지역에 마련된 원형 보전지는 금개구리의 이동을 위한 생태통로 확보 및 중앙공원과 수목원 간 완충지대 형성 등을 마련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논은 자연이 아닌 인공의 산물"

논은 자연이 아닌 인공의 산물이어서, 금개구리를 위해선 자연 그대로의 '습지'가 낫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봉수 입대협 대표는 "금개구리 보존면적으로 반영된 논은 메탄가스의 주범으로,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라며 "논은 자연이 아닌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 습지나 초지를 훼손하고 만든 인공시설이다. 왜 논이 생태공원인지 답을 달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에 대해 한경희 팀장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논이 인위적 산물인 것은 맞지만, 장남평야라는 곳이 오랜 기간 평야로 자리하면서 새롭게 야생동물들이 서식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며 "자연생태계로서 보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태계에 맞춰 적응하고 있는 것을 파괴하면 안 된다"며 "현재 금개구리가 잘 살고 있는 만큼 생태적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행복청 한경희 도시특화경관팀장, 세종시 노동영 행정도시지원과장, LH 조창종 부장, LH 이우철 부장대우<왼쪽부터> 등이 시민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금개구리 개체수 확인 '전수조사' 약속 어겨"

행복청이 금개구리 개체수를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 약속을 어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봉수 대표는 "2015년 12월 다자간협의체 회의에서 행복청이 금개구리 전수조사를 하기로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그 이후 입장을 번복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LH측은 "현재 금개구리들은 최초 서식지를 파괴해 가면서 대체서식지로 이전한 것"이라며 "금강유역환경청 협의결과 현 서식지를 훼손하면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입장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현 서식지가 금개구리에게 적합한 환경인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는 만큼 전수조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LH는 2016년 간이조사를 통해 300~500마리의 금개구리가 발견됐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는 지난 2014년 2만5000여마리를 이주시킨 것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다. 간이조사 결과를 두고 시민들과 환경단체는 "서식지로 적합하지 않다", "적합하다"며 입장을 달리하는 상태여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논 유지하고 생태적 가치 살려야” 주장도

생태협을 비롯한 일부 시민들은 생태적 가치를 더욱 살리기 위해 보존형공원으로서 논을 유지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맞섰다.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생태공원을 위해선 최소한 원형지를 보전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금개구리 보전지역으로 반영된 공생의 뜰 외에는 원형지가 별로 없다. 일부 지역에 대해 추가로 자연 상태로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 최병규씨는 "중앙공원이 너무 인공적인 것들이 과도한 것 같다"며 "성토를 최소화하는 등 인공적인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생물 문화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솔동의 한 주민은 "세종으로 이주한 이유가 생태적으로 우수한 환경 때문"이라며 "논이 있는 중앙공원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솔동 최소영씨 역시 "습지면적이 52만㎡에서 21만㎡로 줄어든 근거가 무엇이냐"며 논 면적을 유지해야 한고 주장했다.

   23일 오후 시청에서 열린 '중앙공원 2단계 조정안 시민설명회'

“중앙공원 조성안, 주민투표” “공론화 위원회 운영해야”

중앙공원 조성안에 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손태청씨는 "일부의 목소리만 들어서는 안 된다"며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만큼 주민투표를 실시하면 다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숙의민주주의의 한 방법인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 중앙공원 조성방식을 결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담동의 한 시민은 "문재인 정부가 원전 문제를 해결했던 방식대로 100~1000명의 시민들을 선정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공원 조성 논의를 했으면 한다"며 "같은 방법으로 중앙공원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시민들은 이날 저마다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 남성은 "공원은 쉬러 오는 것이지 관광지가 아니다"라며 "메타세콰이이어 거리 등 지루하지 않은 울창한 숲길 위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이용형공원'이냐 '보존형공원'이냐를 두고 설명회 시작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환경단체는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 주실건가요" "수많은 생명들이 중앙공원이 살고 있습니다" 등의 현수막을 펼쳐들고 보존형공원을 주장했다. 반면, 시민연합과 입대협은 "논 없는 중앙공원" "금개구리 말살하는 기계식 영농 결사반대" 등의 손 피켓을 자리에 깔아둔 채 조용히 응수했다.

이날 설명회는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향후 공원 조성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관계기관은 오는 9월 3일 오후 7시 30분에는 새롬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2생활권 중심으로, 9월 6일 오후 7시 30분에는 아름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1생활권 중심으로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지속 청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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ㅄㄱㅇㅃ 2018-08-27 18:07:10
인간의 탐욕.
원래대로 두어야 할것임.
그러나.. 아 ~ !

세종시로 2018-08-27 12:44:32
이제 좀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벌써 몇년을 질질 끕니까?
100% 다 가지려고 하지말고, 타협해서 빨리좀 합시다.
뭐 서로 자기가 맞다면서 무슨 애국자인양 떠드는거 정말 징글징글 맞네요.
지금도 늦었으니 빨리 공사 시작해서 좀 완성시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