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전설의 샘, '참샘'을 아시나요
800년 전설의 샘, '참샘'을 아시나요
  • 황우진 기자
  • 승인 2018.08.14 09:52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인]전통의 샘을 지켜낸 ‘참샘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이현숙 회장
   '참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현숙 회장이 자신과 회원들의 노력으로 자칫 개발로 없어질 뻔한 참샘을 지켜냈다.

“사시사철 꽐꽐 쏟아지는 샘물이 정말 차갑고 맛이 있어요. 인근에 이런 샘은 없어요.”

세종시 한솔동 금강변에 있는 ‘참샘’에 대한 한결 같은 찬사의 말이다.

세종시에는 몇 가지 유래 깊은 전설과 역사가 살아있는 유서 깊은 명소가 있다. 그중에 한 곳이 바로 첫마을 ‘참샘’이다. ‘연기군 남면 지리지’에 의하면 참샘은 고려말 기록에도 나와 있다.

기록은 ‘몸에 병이 생기면 나성(羅城)의 찬샘을 찾는다’고 하였고 이 샘물은 역사적 문헌에도 오를 만큼 유명한 샘이다.

이러한 유서 깊은 샘이 세종시가 개발되면서 그냥 사라질 뻔 했던 것을 원주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그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참샘을 사랑하는 모임’ 이현숙 회장과 참사모 회원들이다.

“세종시 나성에 첫마을이 들어서면서 대규모 공사로 참샘은 한 동안 자연공원으로 풀 숲 속에 묻혀버렸어요.”

원주민이면서 3년 전 작고한 선재훈씨가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첫마을 주부모니터로 활동 중인 이현숙(63)회장에게 알리면서 참샘 구하기 운동은 시작됐다.

천지가 개벽하듯 산이 없어지고 수 백 년 내려오던 마을이 없어지고 하는 공사판에서 샘물 하나에 관심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 사람은 샘물을 찾아 나섰고 인근에 대규모아파트가 건설됐지만 아직도 여전히 찬물이 쏟아져 나오는 약수를 발견했다.

“약수를 발견하고 너무 기뻤어요. 약수를 먹어보니 물맛이 너무 시원하고 좋았어요. 지금은 고인이 된 선재훈씨는 옛날부터 이 약숫물을 떠다 먹었다고 해요.”

참샘 약수터에서 만난 이회장은 먼저 간 고인을 생각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분 덕택에 이 약수 물이 다시 살아났다”고 말하는 이회장은 참샘 발견 이후 지키는 일은 자신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현숙 ‘참사모’회장은 구연기군 동면 갈산리 출신으로 남면 갈운리가 시집인 원주민이다. 연기군을 떠나 산적이 없는 그이지만 초등학교 졸업 후 집에서 농사일만 하다가 40세에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평소 성격이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그는 혼자만의 독학으로 ‘독학사’학위를 따고 ‘공인중개사’ 자격증까지 따냈다. 그리고 ‘생활개선회’ ‘농촌진흥청 블로그기자’ 등으로 활동했다. 그런 그에게 ‘800년 유서 깊은 참샘 약수터’는 숙명처럼 다가왔다.

참샘약수를 발견하고 이를 살리기 위해 ‘행복청’을 수차례 방문했다.

세종시 개발로 여러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행복청으로서 이러한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된 노력으로 행복청과 LH가 관심을 보였다. 드디어 800년 전설을 간직한 약수가 개발되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전설의 우물, 참샘은 회원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사진 아래는 개발 이후 참샘, 왼쪽 상단은 개발 전 모습>

 그러나 약수터는 물줄기에서 물만 나오게 되었을 뿐 주변은 잡목 투성이로 그저 몇 사람 아는 주민만 찾는 약수터였다. 그때부터 이회장의 참샘 약수터 가뀌기 위한 노력은 시작됐다.

먼저 뜻을 같이하는 첫마을 주민들을 모아 주위의 잡목을 제거하고 면사무소를 찾아 ‘연기군 남면 지리지’에 있는 약수터기록을 찾아내어 행복청에 제공했다. 또한 행복청에 적극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여 약수터지붕을 만들고 전기공사로 밤에도 약수터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처음에는 행복청에서도 계속된 민원을 귀찮게만 생각했어요. 담당자가 바뀌고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커다란 표지석을 세워 약수터 전설을 기록해 주었어요.”

이 회장은 지난 일을 회고하면서 “이충재 전청장님도 세종시 건설 슬로건이 명품도시 건설인데 여기 분들은 명품시민이라고 추어주기도 했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참사모’란 참샘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이라는 뜻으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그저 참샘이 좋아서 참샘가에 모여든 사람들이 모임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회원이 백 명도 넘었어요. 2014년에는 새해맞이 행사도 하고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와서 새해맞이 떡국을 먹었어요. 그 해 새해맞이 행사는 정말로 푸짐한 행사가 됐지요.”

그러던 것이 사람들이 다른 마을로 이사도 가고 다른 모임들이 많이 생기면서 이제 매주 참샘을 청소하고, 봉사하는 사람들만 남게 됐다. 모두가 정회원이 됐고 이제는 참샘 지킴이가 됐다.

참샘에서부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확 트인 금강에 이른다. 너무나 시원스런 절경에 누구라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신선이 놀다갔을 것 같은 상상이 드는 곳에 한솔정이 서있다.

이 정자도 바로 이회장과 참사모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참샘 옆에는 참샘정과 쉼터가 있고 보기 좋은 솟대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

‘정자 좋은 곳에 물이 없고, 물 좋은 곳에는 정자가 없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곳은 좋은 물과 멋진 정자가 잘 어우러져 있다.

“이 모든 것이 참샘을 자기 집 샘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정성이어요”라고 말하는 이회장은 인정으로 모여서 참샘을 가꾸는 사람들의 정성을 정말로 고마워했다.

또한 첫마을에 사는 한양 조씨 문중의 조병준(66세) 회장은 “지금까지 여러 봉사활동을 했지만 참사모 임원으로 참샘을 관리하고 청소하는 일이 참 유익하고 보람 있어요. 깨끗한 참샘에서 물을 떠가는 사람들이 모두 좋아 하니까요.”라고 말하며 “앞으로 800년 후에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 줄 것이 무엇이겠어요. 이곳은 특히 경치가 좋아 세종시 근린공원으로 잘 가꾸고 보전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참사모 회원들의 바라는 바를 물었다.

“지금까지 한 일로 아주 만족해요. 그런데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특히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곳인데 화장실이 없어요. 그래서 많이들 불편해 하지요. 앞으로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숙제예요.”

이회장과 참사모 회원들과의 간담을 마치면서 세종시의 참다운 발전은 주민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주민자치제’라는 확고한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이현숙회장과 참사모회원들이 2018년 정기총회를 마치고 앞으로 참샘청소와 봉사활동을 계속해서 활발히 하기로 다짐하는 자리를 가졌다.<이현숙회장=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2014년 1월 1일 한솔동 참샘가에 2000명이 넘는 첫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새해맞이 행사를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전의면민 2018-08-16 17:23:15
전의면에도 왕의물 어릴적부터 마셔서 좋았는데. 지금은 무분별한 개발과 공장단지 입주로 어릴적 물떠마시던곳은 식수로 마시질못하니 옛것이 그립군요

파가니니 2018-08-15 20:46:34
이런분이 세종 시민대상 수상자가 되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