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인재’ 세종시 수영대회 사망..“과실 책임”
‘예고된 인재’ 세종시 수영대회 사망..“과실 책임”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08.02 17:2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지법, “폭염 속 경기 진행 세종수영연맹, 주의의무 게을리..과실 30% 책임져야”
   지난 2016년 8월 20일 세종호수공원에서 열린 '제1회 세종시수영연맹회장배 전국 오픈워터수영대회'는 수영동호회원 등 시민 132명이 참가한 가운데 오후 1시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대회 당일 모습>

2년전 세종시에서 열린 수영대회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폭염 속 경기를 진행한 세종시수영연맹이 일부 과실을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지난달 4일, 한모씨(사망당시 39세) 유족들이 세종시수영연맹(이하 수영연맹)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한씨의 아내와 아들에게 2억 3402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회를 주관한 수영연맹이 과실을 30% 책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회를 주최한 세종시체육회와 후원한 세종시의 책임은 없다고 봤다.

지난 2016년 8월 20일 세종호수공원에서 열린 '제1회 세종시수영연맹회장배 전국 오픈워터수영대회'는 수영동호회원 등 시민 132명이 참가한 가운데 오후 1시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세종시는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7.6도에 육박해 '폭염 경보'가 발령되는 등 무더운 날씨였다. 특히 오전 11시 30분경 측정한 호수 수온이 32.3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수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조건이었다. 수영경기가 시작되었을 당시엔 수온이 더욱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씨는 1.5km 구간을 돌던 중 도착 지점을 약 200m 남겨 둔 1시 40분경 의식을 잃고 물 위에 떠오른 채 발견됐다. 대기하고 있던 119구급대원들은 10여분간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병원으로 옮겼지만 한씨는 결국 숨졌다. 병원에 도착한 뒤 측정한 한씨의 체온은 40.7도를 기록했다. 부검결과 사인은 열사병으로 인한 심정지로 파악됐다.

대회 당일에는 한씨를 비롯해 50대 남성과 여성 등이 경기를 마치고 쓰러지는 등 환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수영연맹은 수영대회 주관자로서 대회당일 기상조건이 수영 경기에 적합한지 여부를 점검하고, 사고에 대비한 구조인력과 장비를 충분히 갖췄어야 했지만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사고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폭염 속에 경기를 강행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대회 당시 기온과 수온이 상당히 높았고 수영경기를 하기 적합하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대회를 중단하거나 코스를 단축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경기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영연맹이 경기 규칙으로 삼은 '국제수영연맹 오픈워터스위밍 규칙'에 따르면, 경기 장소인 코스의 수온은 최소16도~최대31도 이내여야 한다. 국제트라이애슬론 경기규칙에 따르더라도 1500m 경기 시 수온이 20도 이상일 경우 보온복 착용이 금지되고, 수온이 32도 이상이면 경기를 취소해야 한다. 31~31.9도일 경우 거리를 50m로 단축해야 한다.

참가자들에게 보온복을 착용하게 한 것도 문제가 됐다. 수영연맹은 사전에 참가자들에게 보온복을 필수적으로 착용할 것을 요구했다가 참가자들의 항의를 받자 보온복 착용을 선택사항으로 바꿨다.

재판부는 "한씨를 포함한 보온복 착용 참가자들에게 열사병 발생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보온복 착용을 제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보온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역시 참가자들에게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열사병 환자에 대비한 구조장비와 안전요원들의 대처도 미흡했다는 판단이다. 아이싱 룸 등 체온을 낮출 수 있는 구조장비를 갖추지 않았고, 안전요원들에게 고온으로 인한 응급 상황에 대비한 교육을 사전에 실시했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안전요원들은 한씨를 발견했을 당시 즉시 열사병을 의심하고 냉각요법 등 체온하강을 위한 조치를 시행했어야 했지만,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상황에서 심폐소생술만을 실시했다”며 “적시에 적절한 조치를 받았을 경우 생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한씨의 과실도 일부 인정하면서 수영연맹의 책임 비율을 ‘30%’로 제한했다.

대회가 여름 한낮 야외 호수에서 열려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다른 대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이러한 가능성을 알면서도 자율적으로 대회에 참가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한씨가 평소 체력과 신체상태, 기후여건 등을 감안해 주의 깊게 경기를 진행하면서 이상 징후가 느껴지는 즉시 경기를 중단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면서 "수영동호회 회원으로서 수년간 수영강습을 받아온 한씨가 높은 기온에서 보온복을 착용하고 수영하면 신체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번 판결은 유족과 세종시수영연맹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20일 최종 확정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없음 2018-08-04 09:48:17
호수공원에 어떻게 수영대회 개최할 생각을.. 호수공원은 수영하라고 있는곳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