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같은 교사, 좋은 교사의 소망
엄마 같은 교사, 좋은 교사의 소망
  • 허채은
  • 승인 2018.08.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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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금남초병설유치원 허채은 교사, "엄마 품처럼 늘 따뜻한 교사 될 것"
   금남초병설유치원 허채은 교사

어렸을 때 사촌동생들을 가르치며 선생님 역할을 하던 것이 이제는 숨을 쉬듯 매일 하는 일이 되었다.

아버지는 교육학을 전공하신 교수로서 유아교육학과에서 후배교사들을 양성하고 계신다. 학생들에게 뿐만 아니라 교사인 나에게도 제대로 된 교직관을 갖춘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늘 깨우쳐 주신다.

나와 같은 사범대학교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동문선배이기도 한 어머니는 유치원 현장에서 근무하고 계신다. 교육자의 길을 한결같이 걸어오신 부모님을 보면서 자랐다. 그래서 평생 유아교육에 몸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나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대학졸업 후 바로 임용고시를 준비하려고 했었는데, 교육실습을 했던 병설유치원 만5세 아이들의 순수함과 가슴 속에 있는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모습들에 감동을 받아서 사립유치원에서 교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나의 아이들을 빨리 만나고픈 마음에 처음 계획을 변경까지 했던 열정이었다. 그렇게 사립유치원에서 소중한 첫 제자들과 초임교사의 생존기를 겪으며 귀한 시간을 보냈고, 두 번째 해에는 초임교사 티를 벗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햇병아리같은 만3세 아이들을 만나게 되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하루하루가 보물같은 시간들이었으며, 이렇게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을 오랫동안 만나려면 임용고시에 꼭 합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동기부여가 되어 1년 3개월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세종시 출범 이후의 첫 임용고시에 합격하게 되었고, 그렇게 새로운 도시 세종시에서의 교직생활이 시작되었다.

사립유치원 때의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임용고사 준비를 하며 쌓았던 이론적 지식들과 다시 정립한 교사관 등을 더하여 스스로 보다 더 나은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늘 퇴근하고 나면 반성하게 되는 날들이 많았다. ‘내 몸이 두 개라면 좋겠다’, ‘내일은 좀 더 여유있게 아이들을 바라보도록 하자’, ‘내가 너무 부족한 교사인 것 같다’ 등 자책도 하게 되었고,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언제나 나를 잘 따라주고 좋아해줘서 가르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공립유치원에서 첫 아이들을 졸업시키던 해에는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매년 이러면 어떡하나’는 걱정도 되었다.

올해는 새로운 유치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정책에 따라 방과후과정 시간에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교육과정 시간에만 수업하다가 방과후과정 시간에 수업하려니 걱정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속상한 마음도 컸다. 하지만 생각을 전환하면서 방과후과정도 잘 운영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아들이 서로 협동해서 케이크를 만든 모습

오랜 시간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거의 하루 종일 긴장하며 지내게 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오후 시간만이라도 자유롭게 놀이하며 편안한 휴식을 하다가 하원하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기 초에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었던 처음의 욕심을 내려놓고 4월부터는 여유있게 운영하니 아이들도 더 밝아졌고 안정되었다. 교사인 나 자신도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방과후과정을 맡으며 느꼈던 것들을 기록하고, 기억해서 내년에 교육과정을 가르칠 때도 유아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지도하려고 한다.

시골학교 병설유치원에서는 처음 근무하게 되었는데 이곳은 정말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들이 있고, 너무나 자유분방해서 얼핏 보면 규칙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이 안에서의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콩벌레 하나에 오랜 시간 집중하면서 관찰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즐거워하며,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기르면서 잘 자라라고 “사랑해~” 라고 말하는 순수한 아이들을 보면서 나 자신도 매일같이 유아들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교사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또 다른 하나는 학부모와의 소통이다. 학기 초에 신뢰를 쌓아놓으면 남은 1년이 편하다.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불신하게 되면 사소한 일에도 계속 오해가 생기게 되는데, 신뢰가 있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그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그래서 나는 학교 홈페이지와 클래스팅 어플로 꾸준히 소통하고 있고, 학부모님들께서 수고를 알아주시며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 주시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의 대화내용이 재미있어서 웃으면 수줍음이 많은 유아도 활발한 유아처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우리 교실은 이렇게 매일 온기가 넘치는 교실로 만들고 싶다. 늘 한결같이 나를 사랑해주는 아이들에게 나도 엄마 품처럼 늘 따뜻한 교사이고 싶다.

매년 조금씩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나의 아이들이 더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나는 욕심도 열정도 많은 성격인데 그에 미치지 못할 땐 아쉽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최고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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