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백억원 소송전 패소..수돗물값 오르나
세종시, 수백억원 소송전 패소..수돗물값 오르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07.31 10: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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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세종시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비용 부과처분 취소 소송'서 LH 손 들어줘
   세종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상수도 공급 시설공사 비용을 놓고 소송전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세종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상수도 공급 시설공사 비용을 놓고 소송전을 벌였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이길 수 있는 싸움이란 판단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시로서는 일격을 당한 셈이다. 소송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시설공사 비용이 고스란히 수돗물값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점에서 소송전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원 "2단계 공사비용 원인자부담금 부과, 신뢰보호 원칙 위반"

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이달 초 LH가 세종시를 상대로 제기한 '세종시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비용 부과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공사는 세종시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대전 유성구 용신교∼세종 장재리까지 송수관로(D=1350㎜, L=11.05㎞)를 부설하는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다. 총 공사비 378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5월 착공, 내년 준공 예정이다.

그간 시는 1단계로 대전 월평정수장에서 하루 6만㎥의 용수를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행복도시)에 공급받아 왔다. 이번 공사를 통해 신도시 2단계 개발계획에 맞춰 14만㎥의 용수를 추가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대전 신탄진 정수장에서도 추가로 수돗물을 공급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세종시는 수도공사를 하는 데에 비용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LH가 공사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도법’(71조)을 근거로 한 이른바 ‘원인자부담금(原因者負擔金)’이다.

시는 이번 공사비용 전액을 지난해 6월 원인자부담금 명목으로 LH에 부과했다. LH는 일단 공사비를 납부한 후, 공사비를 되돌려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자신들이 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상수도 기반시설 비용부담, LH 부담 정당

이번 소송의 쟁점은 ‘상수도 기반시설에 대한 비용부담 주체를 누구로 볼 것이냐’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LH가 부담하는 게 맞다고 봤다.

LH는 먼저 공사가 행복도시 예정지역 밖에서 이뤄진다는 이유에서, 공사비용을 지방자치단체인 세종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행복도시법'을 근거로 수도법 규정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행복도시법 23조에는 ‘도로, 상하수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반시설과 부대시설의 설치에 대해 국가는 예정지역(행복도시)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예정지역 등 밖을 지원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LH는 또 수도법이 적용되어도 세종시가 직접 공사를 시행하지 않아 원인자부담금 부과 처분을 할 수 있는 지위가 없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위치도 <대전시 제공>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모두 기각하면서, LH가 비용 부담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행복도시법(23조) 규정은 재정적, 행정적 지원 의무에 불과해, 수도법의 규정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세종시는 수도법에 의한 수도사업자로서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지위에 있다고도 했다.

수도법 71조에는 '수도사업자는 수도공사를 하는 데에 비용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수도공사·수도시설의 유지나 손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행복도시 건설이 국가 주도로 추진되고 있고 LH가 그 사업을 시행함에 따라, 기반 시설인 상수도 시설 역시 LH가 부담해야 한다는 세종시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세종시가 소송 패한 결정적 이유는?

그렇다면 세종시가 소송에서 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자부담금’에 대한 조항을 명확히 하지 않은 2007년의 ‘협약서’가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법원은 판결에서 LH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면서도, 이번건의 경우 세종시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원은 "2007년 1단계 협약(행복청-대전시-LH)에 따라 시행한 공사비용(322억원)을 세종시가 현재까지 대전시에 납부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2단계 공사비용을 원인자부담금 부과 처분하는 것은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한다"고 했다.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이번 공사(2단계)가 아닌, 1단계 공사 당시 체결한 협약을 근거로 시가 부과한 ‘원인자부담금’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1단계 공사 당시 체결한 '행정중심복합도시 수돗물 공급협약'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대전시, LH 등 3자간에 이뤄졌다. 세종시가 공식 출범하기 전이어서, 행복도시 건설 주체인 행복청이 협약을 주도했다.

당시 협약에는 행복도시 내의 경우 LH가 사업비를 부담해 상수관로 등을 설치하고, 예정지역 밖의 경우 대전시가 투자해 설치한 후, 설치비(322억원)를 30년간 (행복청이 대전시에게) 분할 상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2011년 행복청의 수돗물 공급요금 납부 의무는 (세종시 출범 전까지) 구 연기군이 승계 받았고, 2012년 7월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세종시로 승계됐다.

시는 이때 협약에 따라 매년 시설설치비용을 수돗물 값에 포함해 대전시에 30년간 분할 납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세종시가 LH에 부과한 2단계 공사 원인자부담금 378여억원 역시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법령상 원인자부담금 부과는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지만, 과거 ‘잘못된 협약’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당시 협약을 주도한 행복청의 미흡한 행정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이달 초 LH가 세종시를 상대로 제기한 '세종시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비용 부과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현장 모습>

"이길 수 있었던 소송, 세종시 대응 부적절"

사실 이번 소송에 대해 세종시 안팎에서는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행복도시 건설이 국가 주도로 추진되고 있고 LH가 그 사업을 시행함에 따라, 기반 시설인 상수도 시설 역시 LH가 부담해야 한다는 시의 논리가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윤형권 시의원은 <세종의소리>와의 통화에서 “LH가 대규모 담당 법무법인을 내세워 소송을 준비했지만, 세종시는 고작 자문변호사 1명으로 재판을 치렀다”며 “행복도시법을 근거로 하면 질 이유가 없는데, 시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세종시 추가경정 예산안 심의에서는 “세종시민이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안일한 대응으로 시민들이 부담하게 됐다”며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시의회 안팎에서는 이번 소송에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 사업 소송, 1단계에도 영향...세종시 ‘총력 대응’

이번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소송 결과는 1단계 공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세종시는 향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소송을 승리할 경우, 경우에 따라 1단계 사업에 대해서도 LH에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단계 공사 비용 378억원은 물론 1단계 322억원 등 총700억원이 걸린 소송인 셈이다. 여기에 30년간 이자비용까지 포함하면 1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또한 소송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용수공급 시설공사 비용이 고스란히 수돗물값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시는 대형법무법인을 변호사로 추가로 선임하고 항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LH 역시 항소한다는 계획이어서 소송전이 최종 어떻게 결론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행복도시법 등에 따라 상수도 설치 비용은 국비가 투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설령 국비가 지원되지 않더라도 세종시 출범 전 1단계 송수관로 기반시설사업 당시 사업시행자인 LH에게 부담시켰어야 했다. 2단계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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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민 2018-07-31 17:23:18
수원지 살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