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수공원에 사는 ‘탐’은 어떤 모습일까
세종호수공원에 사는 ‘탐’은 어떤 모습일까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07.16 06:0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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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출신 성배순 시인, ‘세종호수공원’ 소재로 한 그림책 출판해 화제
   성배순 시인이 '세종호수공원'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출판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주 오래 전 하늘도 땅도 온 세상이 깜깜할 때, 세상의 마루(세종, 世宗)라는 이름을 가진 호수가 하나 있었어. 이 호수에는 탐이라는 동물이 한 마리 살고 있었지.”

세종시 출신 성배순(55) 시인이 '세종호수공원'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그림책을 출판해 화제다.

이 책은 세종호수공원에 살고 있는 '탐'을 주인공으로 한다. 그림책에 보여지는 탐은 언뜻 개구리 같기도, 만화에 등장하는 아기공룡 같은 친근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종호수공원의 '탐'은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또 성 시인은 '탐'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지난 13일 그가 작품 활동을 하는 고운동 '세종갤러리'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 시인은 지난 2004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와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어미의 붉은 꽃잎을 찢고'(2008), '아무르 호랑이를 찾아서'(2016) 등이 있다.

‘세종호수공원’ 그림책은 그가 지난해 ‘시와 반시’ 가을호에 냈던 ‘세종호수공원’ 원작을 토대로 하고 있다. 초판은 지난달 20일 정식 발행됐다.

성 시인은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여러가지 '탐'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림책에 등장한 탐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심 많은 동물’이었다. 하늘의 해도, 달도, 별도 먹어치울 정도였지만 허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산도 바다도 먹었지만 배고픔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모습이 궁금해진 탐은 자신의 모습이 비친 호수를 보려했다. 하지만 호수의 물까지 다 먹어치운 탓에 탐은 자신을 볼 수 없었다.

슬퍼진 탐은 어느 순간 목구멍을 간지럽힌 작고 동그란 무엇을 뱉어냈다.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재채기를 할 때마다 탐의 몸은 점점 홀쭉해졌다. 탐은 그동안 먹은 것을 하나하나 뱉어내기 시작했다.

해, 달, 구름, 바람이 쏟아져 나오면서 세상은 밝아지기 시작했다. 새들과 아이들이 돌아오기 시작하며 평화가 찾아왔다. 탐은 그동안 앗아먹은 사람들의 꿈도 모두 돌려줬다. 잃어버린 꿈을 찾으러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세상의 마루 호수는 매일같이 사람들로 북적이게 됐다.

결국 욕심 많던 탐은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면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성배순 시인의 세종호수공원을 읽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상상의 나래를 동원해 뒷이야기를 만든 그림책

성 시인은 "아이들의 마음속엔 공부를 잘하고 싶은 탐, 연예인이 되고 싶은 탐 등 다양한 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아이들은 오직 ‘내 것, 내 것’만을 욕심 부리는 탐을 갖고 있다"며 "그러한 아이들은 친구가 없이 외롭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상대방을 배려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며 "그림책을 통해 친구를 사귀는 법을 배우는 등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게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어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질만능주의와 함께 각박한 삶에 찌들고 있는 상당수 어른들도 ‘내 것’ 만을 욕심 부리는 탐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성 시인은 “이 책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주고 있다”며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는 신생도시 세종시에 배려의 문화가 꽃피었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성 시인이 그린 탐은 원래 용의 머리에 개의 몸, 원숭이 꼬리, 소의 발굽을 하고 있다. 이런 탐을 그림으로 그려 늘 가까이에 두고 경계한 사람이 바로 공자(孔子)다. 사실 이 책은 4대 성인 중 하나인 공자의 '계탐도(戒贪圖)'를 소재로 하고 있다.

공자는 탐그림(계탐도)를 곁에 두고 가족과 제자들에게 '탐하지 마라'라고 수시로 가르쳤다고 한다. 지금도 공자의 후손들은 공부(孔府)의 저택과 관아를 가르는 경계에 계탐도를 벽화로 그려놓았다.

그리고 이 앞을 드나들 때마다 외쳐야 한다고 한다. "그대여,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마시오. '공야과탐료(公爺過貪了)'"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탐은 어떤 모습일까?

   성 시인은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는 신생도시 세종시에 배려의 문화가 활짝 꽃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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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석 2018-07-23 12:39:46
늘 푸르름 유지하세요.

김시인 2018-07-18 08:12:37
성시인님 그 열정 대단합니다.
존경합니다.

임관수 2018-07-16 15:00:37
작품 주제가 참 좋아요. 탐내지만 않으면 세상이 아름답거늘. 나를 알고 내 것을 알다보면 탐을 내게 되지요. 내가 몰랐던 욕심을 돌아봤어요. 감사

김나영 2018-07-16 13:51:28
세종호수공원그림책 어디가면살수있어요?

이강산 2018-07-16 11:21:51
멋져요!
성배순선생님 응원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