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상민, 세종에서 한판 놀았다
가수 박상민, 세종에서 한판 놀았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8.07.13 11: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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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강 웨딩 홀 '오티움'에서 디너 쇼 갖고 세종시민과 금강의 밤 즐겨
   호소력 짙고 감성이 풍부한 박상민은 히트 곡을 부르면서 세종시민들에게 첫 인사를 했다.

‘호소력은 짙었고 감동은 배가 됐다.’

‘청중은 하나가 됐고 무대는 열기로 가득찼다.’

가수 박상민. 그는 역시 프로였다. 관객 5백 명을 마음대로 요리(?)했다. 공연 2시간을 20분으로 만들었다. 긴 여운을 밤늦게 돌아가는 세종시민들에게 듬뿍 안겨주었다.

‘청바지 아가씨’, ‘무기여 잘 있거라’, ‘멀어져간 사람아’ 등등 수많은 히트 곡을 남긴 박상민이 세종에 왔다. 부강면 원앙로에 잘 지은 웨딩홀 ‘오티움’에서 12일 밤을 화려하게 만들었다.

‘디너 쇼’. 오티움 대표 윤용현의 초청으로 12일 밤 8시부터 2시간동안 ‘맛있는 저녁이 있는 쇼’를 세종시민 5백명과 함께 했다.

윤대표는 홍성 광천 출신으로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악역 조필연의 수하 ‘고재춘’으로 등장했고 야인시대에서는 김두한의 부하 신영균으로 출연했다. 주로 나쁜 역할을 맡아 지난 2012년에는 ‘제1회 K 드라마 스타 어워드 악역상’을 수상하는 기이한(?) 경력을 가진 중견 탤런트이다.

윤 대표가 세종시에 고급 웨딩 홀과 명품관을 세팅해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도로명 ‘원앙로’에 걸맞는 웨딩 타운 조성을 위해 세종시에 정착하고 있다. 이날 그가 ‘형’으로 부르는 가수 박상민을 초청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오티움 3층 야외 무대 위를 덮고 있는 어둠을 연 것은 색소폰 연주였다. ‘루카스’ 멤버인 미남 이인성씨가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를 시작으로 윤복희의 ‘여러분’, 그리고 ‘한동안 뜸했었지’ 등 느리고 빠른 템포의 곡을 멋들어지게 연주했다. ‘멋져요, 앵콜’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가수는 힘들었지만 세종시민들은 즐거웠다. 약 2시간동안 흥에 겹지 않는 시민이 없었다.

윤용현 대표가 주인공 박상민을 소개했다. “가장 친한 형”이라고 표현하면서 “세종시민들에게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동생 사업이 잘 되라는 뜻에서 원가에 출연했다”는 농(弄) 섞인 말로 세종시민의 이웃이 되었음을 알렸다.

장미로 장식한 사각형의 중앙 무대 양 옆 스크린에서는 각종 도형과 입체 문양을 그려내면서 흥을 돋웠다. 거기에 박상민의 얼굴이 나오면서 ‘What a wonderful 세종시’라는 곡명이 나오자 환호 속에 등장했다. 예의 약간 허스키하면서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그의 노래는 부강의 밤을 감미롭게 하는 서막이었다.

관객들은 대부분 중년이었다. 장승업 전 세종시의원도 보였고 한상구 동세종농협 전 조합장의 얼굴도 반가웠다. ‘박상민’ 연호 속에 그는 내리 2곡을 불렀다. 재치와 위트, 유머가 있는 공연은 밤이 깊어가는 만큼 농익었다.

슬로우 풍의 ‘비원’을 열창하는 도중, 반주가 중단됐다. 시민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높아가는 박수 속에 박상민은 “감사하다”, “공연하다 보면 가끔 이런 일이 있다”는 말로 자칫 어색해질 수 있는 공백을 메웠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노래를 불렀다. 이런 게 시민 정신이 아닐까. 남의 실수를 박수로서 덮어주는 세종시민이라면 논리의 지나친 비약일까. 아무튼 그렇게 느껴졌다.

   박상민과 이성원의 앙상블은 시너지 효과를 배가하면서 감동을 자아냈다.

‘해바라기’, ‘중년’ 등 묵직한 음색이 필요한 노래에 이어 신곡 ‘그대 웃어요’의 노랫말은 한편의 시(詩 )였다.

‘...아무일 없이 시작한 하루

힘들어도 무너져도

그 어떤 말도 그대에겐

위로 될 수가 없죠

가끔 아무 생각 말고 웃어요

모든걸 잊고서 웃어요

그대 미소 바라보며

웃는 누군가 위해

다시 한 번 더 웃어요 그대...’

가수 박상민은 공연 도중 절대로 팬들에게 돌아가서 댓글을 남겨달라거나 음원을 다운 받아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참석자들이 그럼 무슨 말을 할까라고 생각할 틈을 준 다음 그는 “도와달라고 한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재치가 위트가 있는 멘트였다. 노래 도중 간간히 이런 말로 팬들과 소통을 했다.

전대미문의 베스트 셀러 ‘청바지 아가씨’ 다음은 노래로 반전을 이뤘다. ‘엄마’, 바비 킴의 ‘MA MA’를 ‘나가수’에서 한번 부른 후 그의 곡이 되다시피했다. 엄마의 희생과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가슴 찡한 노래였다.

   탤런트이자 '오티움' 대표 윤용현이 "자주 콘서트를 갖겠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이제는 내가 기다릴게요.

비가 오면 우산 들고 내가 서있을게요.

당신이 내게 했던 것처럼

내가 안아 줄게요...’

눈물은 전염성이 강하다. 뒷줄 한사람이 눈물을 훔쳤고 옆 사람의 손도 자연스럽게 눈으로 올라갔다. ‘희생’과 ‘사랑’, 그리고 자식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전부였던 우리 시대의 어머니를 생각게하는 선곡이었다.

‘무기여 잘 있거라’, 1970년대 팝송 ‘Hot stuff’ 가 마지막을 장식하자 못내 서운한 팬들은 앵콜을 외쳤다. 물론 각본대로였지만 마지막 곡은 ‘멀어져간 사람아’였다.

혼신의 힘을 다해 남은 에너지를 쥐어짜는 듯한 가창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따라부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클라이맥스에서는 가슴을 뒤로 젖히고 마이크를 하늘로 향하면서 그야말로 열창을 했다.

특종 기사를 쓴 기자의 머리카락이 밤새 하얗게 새어버린다는 말처럼 저렇게 노래를 부르면 빨리 희어질 것만 같았다. 가수는 힘이 들었지만 우리 모두는 감동이었다. 마지막 소절을 길게 뺀 다음 노래를 마치자 아쉬움에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부산함이 잠시 이어졌다. 밤 10시였다.

귀가 길.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을 즐거웠다. 윤용현 대표의 “자주 좋은 콘서트를 갖겠다”는 말을 위안으로 삼고 아내의 손을 꼬옥 잡고 집으로 향했다.

   '루카스' 멤버 이인성이 색소폰 연주로 부강 금강변의 밤을 열었다.
   '형'으로 부르는 박상민을 초청한 '오티움' 대표 윤용현씨가 가수를 소개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한쌍의 부부를 소개하는 시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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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거북이늬우스 임재한기자 2018-07-14 00:57:47
진작 알았다면 가볼걸 그랬습니다
멋진 가수입니다 홧팅
세종시 문화관광해설사 임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