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지연 우려한 대충 점검, '안된다'
입주 지연 우려한 대충 점검, '안된다'
  • 김선미
  • 승인 2018.07.0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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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칼럼]세종시 건설현장 화재..."아르바이트 첫날 화마가 삼킨 젊은 죽음"

40명의 사상자 낸 세종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 화재 참사

건설 현장 많은 세종시, 행복청 재난 방지· 사고 대처에 주목

   김선미 편집위원

지상과 지하가 생과 사를 갈랐다. 아버지를 따라 아파트 공사장 하청업체 아르바이트에 나섰던 아들은 화재 현장 지하에서 그렇게 푸르른 이십대의 생을 마감했다. 대학 졸업 후 용돈을 벌려고 나선 아르바이트 첫 날이었다.

두 딸의 아버지이자 가장인 50대 근로자도 그날 저녁 끝내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중국 국적의 30대 근로자 뜻하지 않은 사고사로 타국에서 홀로 죽음에 직면해야 했다. 이들의 죽음은 원인이 뭐가 됐든 그 어떤 것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어제의 사고’가 ‘내일의 사고’로 이어지는 반복되는 안전사고

지난 26일 도시 건설이 한창인 세종시 한 복판에서 사상자가 40명에 달하는 큰 불이 났다. 새롬동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이 불로 3명이 목숨을 잃었고 37명의 근로자가 부상을 입었다. 현재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진 사고 현장은 화재 감식 중이어서 정확한 발화 원인은 아직 알 수 없으나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세종시 화재를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은 공사 중인 공사현장 화재라는 점이다. 공사 중인 현장은 완성 건물에 비해 온갖 위험 요소들이 널려 있다. 대형 공사장은 지뢰밭과 마찬가지다. 한 순간 방심하는 사이 수많은 안전사고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자칫하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용접 작업이 상시로 이뤄지고,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전선, 여기저기 쌓여 있는 인화물질, 가연성 자재들, 불완전한 소방·방화설비 등등. 공사 현장은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화재로 번질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안전 규정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 요소 널려 있는 공사현장 안전 규정은 상대적으로 '느슨'

세종 주상복합아파트 현장도 마찬가지다. 장마에 대비해 지하로 옮긴 가연성 건축 자재들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유독가스와 짙은 연기가 발생해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연기나 화염을 차단할 수 있는 방화문이나 방화 셔터 등의 방화시설이 공사 중이어서 미처 설치되지 않은 점도 많은 인명피해를 내게 했다는 진단이다.

실제 세종시 건물 공사장 화재 당시 지하 2층·지상 24층 건물 내 소화기는 20대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홍철호의원이 28일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화재가 난 아파트 공사장에는 최소한 364대의 소화기를 둬야 했지만 법정 기준의 5.5%만 갖춰졌던 것이다.

그나마 임시소방시설 중 소화기에 대해서만 구체적인 설치 기준이 규정되어 있을 뿐 일부 소방설비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화재 발생 시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공사장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관련 소방안전 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사장 화재 재발 막기 위해서 관련 소방안전 법규 강화해야

하지만 설령 소화기를 다 갖추고 있다고 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을까.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 작업장 환기와 가연성 원료를 어떻게 보관할지에 대한 문제지 준공도 되지 않은 건물에 소화기수를 따지는 건 넌센스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어제의 사고’가 ‘내일의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작업·안전규정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공사 현장의 크건 작건 안전에 소홀해도 되는 곳은 단 한곳도 없지만 세종시의 경우 그 어느 지역보다 건설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 그만큼 안전관리가 필수적인 공사 현장이 많다는 얘기다.

세종시와 노동청은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와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세종시 19개 아파트 건축현장에 대한 안전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대형 사고가 나면 허겁지겁 호들갑스럽게 하는 형식적인 점검이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점검을 통해 재발 방지를 확실히 하기를 바란다. 법 위반 사항이 있으면 보완 조치는 물론 심각할 경우 작업 중지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입주 지연 우려해 화염에 노출된 건물 안전성 대충 점검은 안 돼

목숨을 잃은 근로자들의 경우야 말할 것도 없지만 화재 건물 입주 예정자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지하 2층·지상 24층, 476가구 규모로,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큰 화재 후 입주가 예정대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입주 지연 기간에 따라 분양계약자들의 피해는 가늠하기 어렵다.

엄청난 화염에 5시간 넘게 노출된 건물의 안전성에 대해 그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뜨거운 열기가 콘크리트 구조물과 지지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건물 전체에 영향은 없는지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 안전진단에 따라 지하층부터 공사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입주 지연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입주 지연에 따른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안전진단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안전진단을 대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대규모 안전사고 재발 방지는 물론이고 재난사고 없는 안전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대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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