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차비 좀 주십시요"
"스님! 차비 좀 주십시요"
  • 임효림
  • 승인 2018.06.24 09: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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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림칼럼]돈 빌려주시는 노스님... 청우스님

 

ㅡ돈 빌려주시는 노스님ㅡ

외출 준비를 하고 주지를 하시는 노스님께 여비를 타러 갔습니다.
"저 ㅡ 노스님 밖에 볼일이 있어서 ㅡ 차비좀 주십시오?"
"돈이 없는디ㅡ."
"그래도 쪼끔만 주세요. 차비가 정말 하나도 없는데요."
"아따 그라먼 외출 하지 마소. 돈도 없는디 뭐할라고 외출은 하요."
"그래도 중요한 볼일이라서 꼭 나가봐야 합니다."
"도닦는 스님이 도닦는 것 말고 뭐가 중요한 일이 있겄소.그만 들어 앉아 도나 닦으소. 그라고 내가 돈이 없다 안하요. 언제 스님이 나한테 돈 맡겨 놨소. 자꾸 돈 달라카게."

옛날 칠십년대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주지를 하시는 노스님은 알아주는 짠돌이십니다. 얼마나 짠돌이신지. 당신이 신고 다니는 고무신을 아끼고 아껴 십년을 신었다고 하시는 분입니다.

그냥은 절대로 돈을 주시지 않을 노스님이시니, 나는 한참을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다가 겨우 생각해 낸것이 노스님께 돈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저...... 노스님! 돈좀 쪼깨 빌려 주시이소. 급하게 필요한데가 있는데요."
"하 ㅡ 그래요. 얼마나 필요한 기요."
하시면서 반색을 하신다.
"예! 한 만원 ......"

노스님은 두말 없이 돈을 빌려 주셨습니다. 칠십년대,  그당시 만원은 엄청 큰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돈을 두말없이 빌려 주셨습니다. 물론 그후에도 돈이 필요하면 수시로 빌려 달라고 하였지요. 하지만 한번도 빌려간돈 갚으라고 하신적은 없었지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노스님께 진 빚은 다음 생에라도 꼭 갚아야 할 빚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효림스님은 불교계에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스님으로 불교신문 사장, 조계종 중앙 종회의원, 실천불교 전국 승가회 공동의장을 거쳤다. 2011년 세종시 전동면 청람리로 내려와 경원사 주지를 맡고 있다. 세종시에서는 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을 역임하는 등 시민운동 참가를 통해 진보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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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나무노상마 2018-06-27 12:01:46
조만간 뵈러 가겠습니다^^
일연님의 삼국유사를 알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