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이후 쓸 카드가 있을까요"
"파업 이후 쓸 카드가 있을까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8.05.28 18: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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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세종도시교통공사 파업, "이제는 출구전략 필요한 때"
   고칠진 세종도시교통공사 사장이 28일 노조 파업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파업을 해버리면 더 이상 쓸 카드가 없는 게 아닙니까.”

얼마 전 세종시 한 관계자를 만났을 때 세종도시교통공사 노조의 파업 얘기를 했다. 이왕 파업을 했으니 굳이 요구사항을 들어줄 필요가 있느냐는 뜻으로 들렸다.

힘을 가진 자가 그걸 써버리면 상대는 겁날 것이 없게 된다. 파업도 그렇다. 쓸 듯 말 듯 만지작거릴 때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파업은 마지막 패를 내보이는 일종의 ‘쇼다운’(Show Down)이다.

교통공사 파업이 엿새째를 맞았다. ‘파업’은 강력한 무기지만 내부 조직을 괴멸시킨다는 양면성이 있다. 또, 초기에는 엄청난 힘을 갖지만 시간이 갈수록 동력은 떨어진다는 속성도 있다. 사용자 측에서도 사회적 파장이나 기업의 이익을 감안, 서둘러 수습책을 내놓기 때문에 초기에는 상대를 제압하는 아주 유효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기’(失機)는 바로 내부 붕괴로 이어진다. ‘실기’는 곧 파업의 장기화다. 조합원 내부 동력도 떨어지고 사회적 파장도 줄어든다. 또, 한 번의 희생으로 노사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수만 있다면 사측은 손해를 감수해버린다. 그렇게 되면 조직이 풍비박산나고 참담한 사태를 맞기도 한다. 과거의 예를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파업 엿새째 부분적으로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노사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쟁점은 임금이다. 공익적인 건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와 조합의 제시 금액의 차이가 너무 크다. 무려 12%의 차이가 있으니 타협이 쉽지 않다. 더구나 사용자 측에서는 행안부 공기업 임금 인상 지침을 들어 ‘절대 인상 불가’방침을 여러 차례 확인해주고 있다.

“제시한 총액을 가지고 항목 간 조정을 위한 협상은 가능하지만 전체 금액 인상은 불가능합니다.”

28일 사용자측 기자회견에서 노조 측에 제시할 협상의 여지가 있느냐는 말에 고칠진 사장의 답변이였다. 한자리 깔고 하는 건 아닌 듯 했다. 그는 ‘법과 원칙의 테두리 내에서...’를 기자회견에서 몇 차례 반복하고 강조했다. ‘법과 원칙’은 행안부 지침인 4%이였다. 4%를 인상하면 월평균 초임 급여가 315만원이다. 노동 강도나 근무조건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초봉치고는 적은 금액은 절대 아니다.

문제는 고사장은 재량권의 한계를 보였고 노조에서 마지막 카드인 파업을 했다는 점이다. 양측에서 모두 쇼다운을 했다. 재량의 한계에 이쪽에서도 마지막 패를 보여 이대로 간다면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사측이다. ‘동등한 노사’란 말은 동등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렇다고 시민 여론이 노조 편에 서는 것도 아니다. 파업 명분에 공공성이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 알다시피 일단 나한테 불편하면 싫어한다. ‘밥그릇 싸움’에 나만 힘들면 당연히 이기주의가 살아난다. 거두절미하고 초봉이 315만원이라고 여론전을 계속 펼치면 결코 유리할 게 없다. 벌써부터 고시 합격자 초봉보다 많다고 나오지 않는가.

그러면 노조에서 초기 결속력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어려운 얘기다. 게다가 세종도시교통공사에서 이참에 한번 희생을 감수하고 노사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겠다고 각오하면 더욱 그렇다. 장기화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면 가정, 즉 아내로부터 조직이 흔들리게 되는 건 경험을 통해 아는 게 아닌가.

알다시피 협상에는 상대가 있다. 집행부는 상대의 정확한 패를 읽는 게 중요하다. 그 속에서 최대한 조합원의 이익을 끌어내는 게 협상의 요령이다. 힘들겠지만 초기에 결속을 위해 한껏 높혔던 기대치를 이제는 서서히 줄이면서 협상의 폭을 좁혀나가야 한다.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적당한 시점에 적절한 이익을 얻고 협상을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쟁점 사항이나 사측의 반응, 그리고 여론에서 노조 측에 유리할 게 없다면 계속 밀어붙이는 건 무모하다.

   김중규 대표기자

조만간 고용노동부에서 중재를 나선다고 한다. 이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선 사측이 제시한 금액이 정말 내놓을 수 있는 최대치인가는 확인할 것을 권한다. 만약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협상은 마무리지어야 한다. 

서두에서 말했지만 일반 기업과 달리, 재량권의 한계가 있는 사장을 몰아붙이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게다가 파업의 장기화는 결코 노조 측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집행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작은 양보가 모두가 사는 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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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민 2018-05-31 23:21:24
옳은 말이네요. 교통공사 화이팅!

세종인 2018-05-28 20:13:17
시민을 대변한 훌륭한 기사입니다!!잘읽었습니다.원만한 협상이 되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