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살림꾼선출...중앙정치의 거대담론 판쳐
지역 살림꾼선출...중앙정치의 거대담론 판쳐
  • 강병호
  • 승인 2018.05.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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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칼럼]2018 전국지방동시선거, 영화 'King Maker' 다시보다

인류가 사회를 만들어 살면 명령을 하는 자와 받는 자가 생긴다. 간단히 말해 권력관계다. 누가 명령하는 자가 될 것인가? 원시사회에서 우두머리가 되려는 경쟁자들끼리 돌도끼나 막대기를 가지고 죽을 때까지 결투를 해 결정했다. 

중세시대까지 일대일의 결투는 흔한 것이었다. 혼자 하는 결투가 집단적으로 커져 권력을 잡으려는 집단끼리 혈투를 벌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권력 교체기에 시체와 피비린내가 길거리를 뒤덮었다.

문명이 발달하고 불필요한 피 흘림을 막기 위해 좀 우아한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투표’다. 그리스 시대 기와에 추방하고 싶은 사람 이름을 새기는 방법부터 현대 모바일 인터넷 투표까지 방법이야 다양하지만 그 아래에 흐르는 권력에 대한 벌거벗은 욕망은 원시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시장, 시의원, 구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6.13 지방선거가 한 달여도 남지 않았다. 선거전의 진실한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준 영화가 조지 클루니 (George T, Clooney) 연출,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과 역시 조지 클루니 주연의 ‘킹 메이커 (원제 The Ideas of March)’다. 

영어 원제 3월 15일, 고대 로마의 독재자 시저는 황제가 되기 직전 심복 브루투스의 칼에 죽게 된다. 조지 클루니는 실제로 열렬한 미국 민주당원이고 오바마 전 대통령의 당선에도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멋진 외모와 탁월한 정치력을 가진 현직 주지사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는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로 선거 캠페인에서 연일 승리하고 있다. 그의 선거캠프 스핀닥터(홍보전략 전문가)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의 상대방 허를 찌르는 선거 전략으로 모리스 주지사는 버거운 상대 ‘풀먼’을 가볍게 꺾고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다.

모리스 주지사의 캠프에는 능력 이전에 선거판의 의리를 중요시 하는 선거 대책 본부장 ‘폴 자라’(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와 각 분야에 탁월한 전문가들이 있어 차기 미국 대통령 자리가 손에 닿을 것 같다.

하지만 행복 정점에서 절체절명의 대형사고가 터진다. 캠프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몰리를 대선 주자 모리스가 임신시킨 것이다. 또한 스티븐은 상대진영의 선거 본부장 톰 더피를 은밀히 만나고 이를 안 폴 자라는 스티븐을 캠프에서 몰아내려고 한다.

선거는 모든 욕망이 불꽃을 튀기며 부닥치는 현장이다. 영화 ‘킹 메이커’에서는 실제 선거캠프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정말 생생한 모습으로 묘사돼 있다.

먼저 민주당 캠프의 홍보전략 전문가 스티븐이다. 그는 처음에 이상주의자로 시작했다가 영화가 끝날 때 마키아벨리와 같은 책략가로 바뀐다. 그는 마이크 모리스 주지사의 이상적인 공약에 매료되어 진실한 충성을 바친다.

미국 민주당이 내세우는 인종차별 금지, 핵무기 없는 사회, 낙태허용 등 소위 진보적인 공약이 그를 움직인다. 영화가 진행되는 도중 정치판의 추악한 현실을 본 그도 후보의 약점을 캐고 그것을 미끼로 자리를 차지하는 모략가로 변해 버렸다. 반면 선거 대책 본부장 ‘폴 자라’는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그는 정치판에서 의리를 강조한다.

그는 몇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도 계속 선거참모로 기용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기의 변치 않는 의리라고 믿는다. 그는 적과 내통한 스티븐을 과감히 잘라버린다. 사실 그는 유능한 참모를 손 안대고 제거하려는 적의 음모에 빠진 줄도 모른다. 하지만 스티븐은 보스의 약점을 잡고 오히려 폴 자라를 제거하고 그의 자리를 꿰찬다.

얼마 있으면 한국에서도 6월 13일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시장, 도지사, 시도 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영화 ‘킹 메이커’와 마찬가지로 충남지사 안희정은 여자문제(Me Too)로 낙마했다. 당분간 어쩌면 영구히 그가 정치권으로 컴백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지방선거는 지역 살림꾼을 뽑는 선거다. 하지만 지금은 중앙정치의 거대담론이 지방의 여론까지 좌지우지한다. 북핵폐기와 남북 정상회담이 내가 사는 기초단체 살림살이와 어떤 관계가 있을지 별다른 고민 없이 지역여론은 춤을 춘다.

북한에 그 많은 광물자원을 통일만 되면 다 우리 다 차지하고 어려운 살림살이도 좀 나아질까? ‘통일은 경제’라고 집권 여당은 주장하지만 경제 강국 독일도 허리가 휘청했다는 통일비용을 우리는 마냥 신바람으로 버틸 수 있을까?

대전 시장선거는 ‘발가락 선거’ 돼 가고 있다. 미래를 위한 정책토론은 사라지고 시민들은 민주당 허태정 후보 오른쪽 발가락에만 주목하게 되었다.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바로 허태정 후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허태정 후보가 군(軍) 면제 사유를 정확히 해명하지 않은 채 유성 구청장을 연임했다는 사실에도 놀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대전·충청인들이 지역에 대한 애정도 다른 지역에 비해 낮다는 것을 방증한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이렇게 철저한 검증은 오히려 정치인 허태정 후보를 돕는 것이다. 허태정 후보는 이대로 버텨도 문 대통령이 선물로 준 남북평화 분위기와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시장실로 입성하는데 어려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만일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대전 충청인들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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