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세종시, 착잡한 대전
질주하는 세종시, 착잡한 대전
  • 김선미
  • 승인 2018.05.21 13: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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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세종시 급성장의 그늘, 인접 도시들의 쇠퇴

갈 길 먼 ‘세종=행정수도’ 충청권 협력 절대적으로 필요

   김선미 편집위원

세종시 인구 30만 명 돌파를 지켜보는 대전시와 시민들의 속내는 착잡하다.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프기 때문이 아니다. 관습헌법을 앞세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신행정수도 건설은 비록 무산됐으나 '세종시 원안 추진'에 그 어떤 지역보다 힘을 아끼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던 곳이 대전 충남 충북 등 충청권이다.

하지만 세종특별자치시가 본격적으로 조성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서울 중심의 중앙 집중을 타파하고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와 기능 분산이라는 당초의 의도와 기대와는 달리 수도권 분산효과는 미미한 반면 도시 확장이 충청권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충청권 인구와 기관 기업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대전 등 기존 도시들이 약화되는 딜레마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탈 대전 세종행’, 대전 충청권 자원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다

2012년 입주하기 시작한 세종시는 최근 불과 6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인구가 3배로 늘었다. 전국 167개 시·군 가운데 37번째, 충청권에서는 5번째로 30만 중견 도시로 진입하게 됐다.

행정수도 원안 추진을 위해 가열 찬 투쟁을 함께했던 대전시로서는 이 아니 기쁘지 않겠는가? 그러나 온전히 기쁨을 함께 나누기에는 대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보다 심상치 않다. 세종시가 급성장하는 사이 대전시 인구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150만 명이 붕괴됐다.

인구감소의 원인이 전부 세종시로의 유출 때문만은 아니나 이는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6년 동안 17만여 명의 세종시 순유입 인구의 60% 이상이 주변 충청권 인구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0% 이상인 7만여 명이 대전에서 전입했다. 수도권 전체에서 순유입된 인구보다 2만 명 이상 더 많은 숫자다.

인구 30만 이룬 이면 수도권 아닌 충청권의 혁혁한 공(?)

탈 대전 세종행은 인구만이 아니다. 벤처, IT 등 기업에 이어 공공기관들마저 탈 대전 러시를 이루고 있다. 대전에 있던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본부에 이어 국민연금공단 대전본부, 한국전력공사 중부건설본부 등이 내년부터 차례로 세종시로 이전한다.

앞으로 추가 이전을 검토하는 충청권 공공기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구 유출에 이어 기업과 공공기관의 탈 대전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급기야는 인접 도시 쇠퇴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세종시의 빠른 성장을 탓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세종시가 행정수도로서 완성돼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이전이 완료된 중앙행정기관과 국책연구기관들 외에 궁극적으로 국회와 청와대까지 이전해야 마땅하다. 적어도 국회분원과 제2청와대 신설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세종시 빠른 성장 박수 보내나 인접 도시 쇠퇴 초래는 문제

하지만 모든 것이 집중되고 포화 상태인 수도권의 기능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닌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으로 인접 도시들의 자원을 빨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렇다고 인접 도시들이 세종시 유입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다. 세종시로서도 제 발로 찾아드는 전입자들과 기관, 기업들을 마다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시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적어도 인접 도시들과의 경쟁에 앞서기 보다는 상생과 연대, 협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도시 완성에 탄력을 받기 시작한 세종시는 굳이 이웃 도시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 않더라도 정부의 지원 아래 주어지는 것들이 적지 않다. 정주 여건이나 이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등등은 충청권 인접 도시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웃 도시들과 치열한 경쟁 대신 연대·협력·상생 도모해야

대전과 세종시는 한 생활권이라고 할 정도로 인접해 있다. 세종시가 팽창할수록 교통·환경·도시 인프라 구축 등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함께 가야 할 부분 역시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웃 지역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한 상생은 필수다.

예를 들어 최근 대전과 충남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전·충남 거점대학인 충남대조차 배제된 공공기관 채용 권역화 문제도 그렇다. 키를 쥐고 있는 세종시가 먼저 풀어가야 한다.

세종시는 30%까지 확대되는 지역인재 채용 대상 공공기관이 앞으로 입주하게 될 기관까지 합하면 40곳에 이르지만 대전은 대상 기관이 한 곳도 없다. 반면 대학생수는 대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쳐 세종시 자체만으로는 인재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세종시의 급격한 성장이 주변 도시의 쇠퇴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다. <사진은 정부 세종청사>

대상 기관이 2곳인 충남까지 포함하면 금상첨화겠지만 미온적이던 세종시가 최근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와 관련 우선 대전시와의 ‘권역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역인재 채용 권역화 전향적 검토는 긍정적 상생 모델

세종시가 급성장하고 있으나 아직은 불완전한 상태다. 가야할 길도 멀다.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 개헌안에 ‘세종=행정수도’ 명문화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청권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행정수도 완성체를 향한 세종시의 질주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이웃과의 상생의 틀 또한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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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민 2018-05-22 12:38:55
통계의 오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종에 가기전 중간 기착지로 대전에 몇년 살고 갑니다. 저같은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공공기관 채용 권역화는 세종시 대학발전 나아가 아직 갈길 먼 세종시 품격을 높이는데 절대적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

대전은 세종의것을 빼먹기 전에 대전에 소재한 철도공사, 수자원공사등 그 많은 공공기관에 지역 대학생 우선 채용하라고 요구하고 협의하는게 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