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며 ‘멋있다! 나도 앤 해서웨이처럼 나의 일을 멋지게 해낼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로 부딪혀보니 영화는 영화였다.
“○○○선생님!! ○○○선생님!!” 복도에 선생님이 지나가시면 도움을 요청하기 바쁘고, 수업 중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 당황하고, 회의 중이나 업무를 처리할 때면 “무슨 말이지? 이건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하기 바쁘다.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하루가 흘러간다.
작년 교육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감성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던 나는 나의 직업이 초등학교 교사라는 것이 참 어색했다. 아직도 대학생 같은 내가 매일 출·퇴근을 하고 학교에서 학생들, 학부모들, 동료선생님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리고 있다니.
나의 첫 1년은 우왕좌왕, 엉망진창이었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모르는 일뿐이라 실수 연발, 어려운 일 앞에서 전전긍긍하였다. 힘들고 속상한 일이 많아서 혼자서 우는 일이, 업무를 잘 처리하지 못해서 누군가에게 혼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래서 내년에는 더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올해가 오기만을 바랬다.
초등학교 교사 2년차, 담임 1년 차에 들어선 나는 직업이 초등학교 교사라고 말해도 어색해지지 않을 만큼 적응했다고 믿었다. 작년보다 나아질 올해를 기대했지만 하지만 이게 웬 걸? 여전히 나는 우왕좌왕, 엉망진창이었다.
작년과 달라진 환경을 적응하기도 전에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업무가 시작되고 6학년 학생들과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의 반’이 있는 것도, 나의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도, 나의 반 학부모를 대하는 것도 다 처음이다. 그래서 아직 많이 서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중이다.
6학년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지 한 달 조금 넘었다. 처음으로 담임을 맡다보니 작년의 나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 생겨난다. 작년 교과전담을 맡을 때는 ‘어떻게 잘 가르쳐 주지?’ 학생들의 학습적인 부분을 고민했다면 지금은 학습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어떻게 학생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하지?’ 감정적인 부분도 많이 고민하게 된다.
하루에 몇 번이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기분이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즐겁고 재밌다가도 화도 나고 곤란한 일도 생긴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똑같은 말을 하루에 수백 번은 한다. “바른 자세로 앉으세요, 글씨 예쁘게 쓰세요, 조용하세요, 그만하세요” 등등... 이래라 저래라 수백 번을 말해도 학생들은 나의 말을 듣기나 하는 건지 달라지지 않는다.
‘도대체 왜 저러지’ 화가 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올라온다. 학생들이 나에게 다가와 “선생님 쟤가 이랬어요, 저랬어요.” 하루에 수십 번 말한다.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지? 이런 사소한 일까지 왜 다 말하는 거지?’ 참 곤란하다. 학생이 울기라도 하면 정말 멘탈 붕괴다. ‘어떻게 해줘야 되는 거지?’ 고민이 된다.
그러다가 “선생님은 잔소리가 너무 많아요. 작년 선생님이 더 좋아요.”라고 말하기라도 하면 혼자서 상처받고 하루 종일 우울하다. 아직까지 이러한 학생들의 감정과 나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학생들이 참 귀엽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더라도 학생들의 해맑은 장난과 웃음에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나온다. 올해 내가 나의 학교생활을,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생활도 뒤돌아봤을 때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요즘 도종환의 시 ‘흔들리고 앉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에서 위로를 얻고 있다.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 저리 흔들리고 있는 나를 보며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보다 내일 더 꽃을 피울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