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사 앞둔 세종시 고교생 투신 ‘논란’
검찰조사 앞둔 세종시 고교생 투신 ‘논란’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04.05 13:29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경찰, 담배 4갑 훔친 학생 부모에 입건 사실 알리지 않아...보호자 “무리한 수사”
   담배 4갑을 훔친 세종시의 한 고등학생이 경찰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일고 있다.

2만원이 채 되지 않는 물건을 훔친 세종시의 한 고등학생이 경찰조사를 받다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미성년자인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입건 사실을 보호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무성의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일 세종경찰서에 따르면, 세종시 모 고교에 재학중인 A군(18, 3학년)이 지난달 30일 새벽 3시 30분경 대전 엑스포다리에서 뛰어 내려 숨졌다.

A군은 지난 1월 1일 새벽 친구와 함께 문이 잠기지 않은 슈퍼 안에 들어가 담배 4갑(1만 8천원상당)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슈퍼 주인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를 확인하고, 3월 1일 친구를 먼저 조사했고, 사흘 뒤인 4일 A군을 추가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대전지검에 송치했다.

A군은 이후 검찰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고 조사(4월 5일)를 일주일여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성년자를 대하는 경찰의 수사 과정이었다.

경찰은 A군이 입건될 때부터 검찰에 송치될 때까지 부모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A군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A군의 아버지 B씨는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B씨는 <세종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아들의 조사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의지할 사람도 없이 홀로 경찰조사를 받으며 괴로워했을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고3이라 힘들어 하나보다’라고 생각했고 ‘힘내’라는 말밖에 해주지 못했다"면서 "제 아들이 죽어서 저의 품에 안길 때 까지도 수사중인 사실을 몰랐다. 우리 아이가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알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아들은 죽기 직전까지 주변으로부터 어떠한 상담도 받지 못하고 고민하다 끝내 목숨을 잃었다"며 "규정대로만 사건처리를 했어도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경찰의 대응은 일부 미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사 당시 A군이 거짓으로 알려준 친구 번호로 통화를 했지만 실제 보호자인지 면밀히 확인하지 않았고, 검찰 송치 전 보호자에게 재차 연락을 취했어야 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특수절도 혐의가 적용된 것에 대해서도 B씨는 아쉬워했다. 고작 담배 4갑을 훔쳤는데 처벌에만 목적을 두고, 실적을 올리기 위한 수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B씨는 "경찰이 아이들의 철없는 실수에 대해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해 범죄자로 만들었다"며 "CCTV영상을 보면 처음부터 계획한 범죄가 아니라는 점에서 검찰 송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조사 당시 A군이 (이성)친구의 전화번호를 알려줘 (어머니인 척) 통화를 한 것 같다"며 "당시 A군의 어머니(실제로는 A군의 친구)가 '몸이 아파 경찰서에 갈수가 없다'고 말해 규정대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2명 이상이 벌인 범행이어서 특수절도죄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특수절도는 즉결심판이 되지 않고, 경찰에게 수사 종결권도 없어 검찰에 송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사 과정에서 미성년자인 피의자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보다 면밀하게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B씨는 이번 사건을 국민신문고에 탄원하는 등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가려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진혁 2018-04-06 23:31:44
아이의 사소한 잘못을 특수절도로 법대로 처리했으니 아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경찰에게 법대로 적용하라.
사소한 잘못도 용서하지 않는 경찰.
아이가 느꼈을 고통과 소중한 생명을 생각하면 절대 용서할수 없다.
결국 고교생이 담배 4갑을 훔친것을 특수절도로 처리한 경찰은 법을 무기삼아 살인한 결과를 낳았다. 경찰이 살인자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2018-04-07 13:22:55
공무원은 공익을 위해 힘써야한다는 기본 소양에 맞게 법 질서를 집행해야하는데 실적주의 에 의한 폐단이 아닌가 봅니다. 우리사회가 돈에 목이메여 있으니 사람을 중시하기 보다는 실적을 올려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략 된는것 같습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세종시민 2018-04-09 12:02:16
안타까운 일이지만, 학생이 거짓말만 안 했어도 이런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