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정말 고마웠다"
"직원들이 정말 고마웠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8.04.03 16: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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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임하는 임영이 세종문화원장, "12년 장수 문화원장, 가볍다"
   3일 이임하는 임영이 세종문화원장은 "평범한 생활인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시 문화 아이콘 ‘임영이’ 원장이 떠났다. 정확히 말하면 세종문화원 현장을 떠났다. 올해 일흔 한 살인 그는 “할머니로서, 아내로서, 부모로서 충실한 역할을 다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남기고 3일 오전 11시 12년 간 내 집같이 오갔던 세종시 문화원을 뒤로했다.

연신 “직원들이 고마웠다”, “막 부려 먹어도 웃어주고 불평을 안했다”고 재차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제가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애들(직원) 얘기만하면 울컥 해진다”며 고개를 돌렸다.

이임식을 하루 앞 둔 2일 오전 11시쯤 조치원읍 세종시문화원 바로 옆 찻집에서 임원장은 만났다. “원장실에서 만나면 어떻겠느냐”는 제의에 “그건 도리가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징하죠. 8년을 하고 4년을 더할 때는 (발목을 가리키며)여기에 쇠뭉치를 달고 나오는 것 같았죠. 핑계는 있었지만 저도 조금은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해요.”

지나간 얘기지만 상황적으로 다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 때 딱 관두었으면 좋았다”며 아쉬워하면서 “역할이 다르지만 세종시가 커지면서 문화원이 위축되는 느낌은 있다”고 덧붙였다.

임원장과 대화를 하다보면 ‘소녀’같다는 느낌을 들 때가 자주 있다. 강한 얘기를 해놓고 해맑게 웃는다든가 자신 얘기를 할 때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그랬다. 연기군에서 세종시로 변화하면서 문화원의 역할을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차이를 느끼죠, 많이 느껴요. 소외감이랄까. 명확한 정체는 잡히지 않아도 그런 게 있어요. 그러나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내가 열심히 하자는 주의니까요.”

약간은 선문답(禪門答)처럼 들리지만 연기군과 세종시로 성장하는 단계에서, 그리고 문화원의 역할이 특정되는데 따른 일종의 소외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산이 바뀐다는 10년을 하고도 2년을 더한 원장으로서 기억할만한 일을 물었다. 그는 2009년도 전국 문화원 평가에서 1등을 차지한 걸 먼저 거론하고 “돌아가면서 주는 상도 아닌데...”하면서 수줍게 자랑했다. 또, ‘균화지음’대회를 전국대회로 치르면서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성격의 행사로 자리매김한 것도 역시 재직기간동안 자랑거리였다.

좀 더 많은 예산을 가져오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 듯했다.

“제가 능력도 없지만 로비를 강력하게 해서 예산을 더 많이 따왔으면 했죠, 하지만 10년을 더 시켜도 저에게는 그 능력은 없어요. 다음 분이 잘 하시겠죠.”

임 원장은 여기에서 직원들에 대한 애정을 재차 표현했다. “제가 이 정도 한 건 직원들을 막 부려먹은 것”이라며 “원장이 아침 9시에 나와서 같이 퇴근한다는 건 아이들에게는 고역이었다”고 미안해 했다.

그러면서 인생은 ‘소꿉 장난’이라며 “다 지나가 버리면 그만 인데...”라며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한때 언론의 비판을 받으면서 중재위를 거쳐 법의 심판까지 갔던 사건을 되새길 때는 격정을 이기지 못했다. 대화 도중 몇 차례 그 얘기를 꺼내면서 “자식에게도 넘겨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암사 백제대제에서 분향을 하는 임원장

후임 한상운 회장에게 한 말씀 해달라는 요청에 “잘 하실 것”이라며 “제가 그런 말을 한다는 건 건방진 일”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눈에 안 띄고 조용히 지내겠다고 말하며 “그래야 제 분수에 맞죠”라고 활짝 웃었다.

떠나가는 임원장의 장차 계획은 참으로 평범했다. 우선 기독교 신자로서 좋은 사람이 될 것을 약속했다. 신앙심이 달라진 건 아니지만 소홀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로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는 일이었다.

“현재 제자 4명을 두고 있는데 한 분이 더 오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거절했어요. 제 마력(馬力) 수에 맞게 일을 해야 한다고 봐요. 남편이 저보고 재직기간동안 아내가 곁에 없어도 좋다며 올인하라고 했어요. 감사할 일이죠. 이제는 그 자리로 돌아가야겠죠.”

임영이 원장은 판소리 명창대회 대통령상 수상과 함께 한국 판소리 보존회 이사, 가야금 병창보존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한 때 순천향대, 호서대, 연극영화과 출강으로 후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세종시 무형문화재 3호로 전통국악대학을 2005년도에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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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수 2018-04-14 19:08:52
임영이 원장님의 세종문화원 생활 12년의 발자취에
감동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고요 !
또한 지난 짧은 추억도 잊지 못할것 같아요
한솔동 에서 !

김봉주 2018-04-03 17:02:59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