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수준 못 벗어난 세종시 버스행정 ‘도마위’
초보 수준 못 벗어난 세종시 버스행정 ‘도마위’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02.2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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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회차 구간에 휴게시설 전무...운전기사 불편 호소, 시민 눈살 찌푸리는 일 다반사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부청사경비대가 위치한 도로에 운전기사를 위한 ‘휴게시설’이 전무해 각종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앞 이면도로. 점심식사를 하러 우르르 몰려나오던 공무원 일행들이 일제히 눈살을 찌푸렸다. 한 버스운전기사가 도로 옆 수풀에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

운전기사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장시간 운전한 후 쉴만한 마땅한 편의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한 운전기사는 "생리현상을 해결하려면 인근 호수공원이나 정부청사까지 가야하는데, 급할 경우 어쩔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대중교통중심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의 버스행정이 운전기사들의 휴식권 보장을 외면하면서, 초보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부청사경비대가 위치한 이곳 도로는 212번, 213번 등의 버스가 버스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는 장소다. 좁은 4차선 도로는 양쪽 길가로 늘어선 버스들로 인해 항상 만원을 이루고 있다. 이른바 노선 회차지로 이용되고 있는 셈.

문제는 운전기사를 위한 ‘휴게시설’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통상 212번과 213번 기사들의 경우 2시간 가량 운행 후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있다.하지만 휴게시설이 없다보니, 기사들은 불편한 버스 좌석에서 중간 중간 쪽잠을 자며 쉬는 실정이다. 급할 경우 대로변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운전기사 A씨는 "다른 도시에선 노선 중간 중간마다 기사들이 쉴 수 있는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며 "세종시의 경우 기사들이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기간 한 운전기사가 도로 한복판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독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웃지 못할 촌극도 자주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기간에는 운전기사들이 도로 한복판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최장 10여일의 연휴로 인해 인근 음식점이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 한 기사는 “보도블럭 위에서 라면을 먹다보니 자괴감이 들었다”며 “휴게시설 설치를 줄곧 요구하고 있지만 몇년째 그대로”라고 말했다.

시민 민원도 줄을 잇고 있다.

평소 이곳은 공무원과 민원인들이 왕래가 잦은 지역. 하지만, 노상방뇨 등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도로 양 옆으로 버스가 줄지어 정차해 있다보니 교통사고에 대한 위험도 높다는 지적이다.

불편함을 제보한 정부세종청사 공무원은 "최근 공사로 인해 대형 덤프트럭 통행이 늘면서 버스가 시야를 가리고 있다"며 "위험천만한 상황이 종종 벌어질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시민들은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의 대중교통정책이 구호만 요란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진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시민들의 목숨을 싣고 다니는 시내버스 정책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운영되고 있다"며 "버스기사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정서적 안정을 갖도록 하는 것이 진정 시민들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운전기사들의 불편에도 세종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설치를 미루고 있어 운전기사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는 오는 연말경에야 휴게시설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현 장소는 도심 한복판이어서 휴게시설을 설치할 경우 미관상 좋지 않다"며 "연말경 노선개편과 함께 부지를 마련해 휴게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전기사들이 ‘휴게시설’ 설치를 요구하고 있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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