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개방 100일’, 거세지는 철거 찬반논란
‘세종보 개방 100일’, 거세지는 철거 찬반논란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02.27 13:59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강 강바닥 훤히 드러나면서 “금강 망가진다” vs “과도기적 단계” 팽팽히 맞서
   '세종보 개방 100일차'를 맞아 금강 강바닥이 훤히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바닥이 드러난 세종보 모습>

'세종보 개방 100일차'를 맞아 금강 강바닥이 훤히 드러나면서 '보 철거 찬반 논란'이 재차 거세지는 모양새다.

"세종시민의 젖줄인 금강이 망가지고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에 맞서, 다른 한편에선 "금강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환호하는 등 팽팽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부분개방을 시작으로, 지난 2월 2일 수문을 완전히 열어 젖힌 세종보는 금강의 풍광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찾은 한솔동 인근 세종보는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삭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물이 말라붙으면서 곳곳은 황량한 강바닥이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 아래부근에는 모래와 흙이 밀려와 백사장을 방불케 했다. 물고기와 조개류가 썩어가며 악취도 진동했다. 상류 한두리대교 아래 부근 강바닥은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수문 개방 전 물이 넘실대던 모습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를 이룬 모습이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생태하천 조성사업의 하나로 조성된 보중 하나인 세종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철거 여부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 21일 오후, 세종보와 한두리대교 사이 강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낙동강 4개보를 비롯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부분 개방했고, 7개보를 우선 개방 대상에 올렸다. 물 흐름 변화와 수질‧수생태계 영향, 보 구조물 상태 등 면밀한 기초 자료를 확보해 정밀 모니터링한 후 '4대강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세종보도 우선 개방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에 따르면 세종보는 개방 당시 11.8m이던 수위(관리수위)가 지난 2일 8.2m(최저수위)까지 떨어졌다. 3개월여 사이 3.6m나 낮아진 셈이다.

보 철거를 반대하는 측의 우려도 여기에 있다. 수위가 눈에 띄게 줄면서 과거 물이 찰랑대던 아름다운 강의 낭만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이른바 금강 인근 ‘조망권’ 저해 우려다. 실제로 세종보 인근을 비롯해 국책연구단지 앞 등 곳곳의 수위는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낮아져 휑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금강 물을 이용해 가동되는 호수공원, 방축천, 제천 등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상레저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세종보 철거를 반대하는 이 같은 우려에 맞서, 환경단체는 "금강의 재자연화를 위한 과도기적 단계"라며 세종보 우선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세종보 개방 100일차'를 맞아 금강 강바닥이 훤히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바닥이 드러난 세종보 인근 모습>

대전충남녹색연합 관계자는 "4대강 사업 이전 금강은 고운 모래의 백사장과 모래톱이 아름다운 강이었다.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모래톱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며 "보의 수문을 완전 개방하고 시간이 지나면 금강이 재자연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모니터링을 통해 4대강 보별 처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분간 세종보 철거 찬반 논란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모니터링은 ▲수질 ▲수생태 ▲수리수문 ▲지하수 ▲물 이용 ▲경관 ▲퇴적물 ▲구조물 하상 등 11개 분야로 나눠 진행된다.

수질오염과 녹조 등의 문제가 심각함에 따라, 일단 현재까지는 세종보 철거 여론이 우세한 것이 사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도 풀어야할 과제는 강을 이용한 '친수공간 활용'이다. 강물의 수위가 전면적으로 낮아지면서 향후 수상레져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 관계자는 "수상레포츠용 선박을 댈 수 있는 마리나(Marina) 계류장은 세종보 개방 후 현재 이용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이용을 위해선 향후 보강공사를 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보 개방 이후 수상레포츠용 선박을 댈 수 있는 마리나(Marina) 계류장은 현재 이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금강 보행교' 건립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금강보행교는 세종시청과 중앙공원을 잇는 국내 최장(1446m)의 보행전용 교량으로 2021년 완공된다. 원형으로 건립되는 교량 내부는 수상레저와 공연 등 다채로운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어서, 금강 수위가 떨어질 경우 이 같은 기능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은 "수면적을 이용한 이벤트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행교 중심부를 기점으로 반경 400 미터를 조사한 결과, 세종보 개방 전과 후 수면적 비율 감소폭은 5.9%, 수심은 1.7m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보행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중장기적 계획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강 수위가 낮아지더라도 호수공원 물 공급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세종시 관계자는 "현재 양화취수장 보강공사를 실시하고 있어 호수공원에 물을 공급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며 "보강공사를 하기 전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동구 2018-08-14 07:47:52
강바닦이 말랐는데 이젠 우짤끼요

한솔동 2018-03-05 19:14:06
아래 비비비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세종보의 수량은 낙동강 등과 비교하면 시냇물에 불과 하는데,
새롭게 친환경도시로 조성되고 있는 세종시의 특수성은 무시하고,
오염이 심각한 낙동강보 등과 같은 관점에서만 바라보며,
도매금으로 철거를 주장함은 타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멍멍이 2018-03-05 11:43:11
각 기관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말만 해서는 안된다. 일부 시민단체의 줄기찬 주장만이 옳은 것도 아니다. 시민을 보고, 미래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비비비 2018-03-05 11:39:41
세종보 철거 운운 성급하다. 세종시의 특성이나 운영 정책을 고려하고 좀 더 장기적으로 지켜보면서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해 나가야 한다. 과거 금강은 모래쌓인 개울 같았잖은가? 볼품없고 삭막하고... 그런데 지금 어떤가? 넘실대는 물이 풍요로워 보이지 않는가? 수상제저는 물론 금강 조망까지,.. 서울의 한강 못잖은 금강이 될 것 같은데, 보 철거만 주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