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들은 언제 행복을 느꼈을까 - 세종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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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들은 언제 행복을 느꼈을까[교단일기]감성초 병설유치원 문서윤 교사, 아이들 행복 바라는 '스승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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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9  11: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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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초 병설유치원 문서윤 교사

20살, 사범대학 오리엔테이션에서 받은 책자 뒤에는 도종환 시인의 ‘스승의 기도’가 인쇄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졸업하고 난 후면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날려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라는 이 시의 한 구절을 나지막이 중얼거리고는 한다.

매년 아이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는 일이 반복되지만 이번처럼 7세 아이들을 담임했던 해는 이별이 조금 더 아쉽기 마련이다.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저녁시간, ‘나는 과연 좋은 선생님이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잘했던 점들 보다는 부족했던 점들을 스스로 자책해 본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참에 무심코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

‘문서윤 선생님 안녕하세요. 내일이 마지막이네요..1학년 올라가도 동생 데려다줄 때 볼 수 있을 거예요..고마워요 사랑해요 문서윤 선생님’.

엄마 휴대폰으로 어렵게 문자를 보냈을 아이 생각에 웃음이 나면서 그 솔직한 표현에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내가 그래도 괜찮은 선생님이었나보다’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교사로서의 존재감도 느끼게 되어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이렇게 교사는 아이들의 작은 표현에 큰 행복을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 반 아이들은 언제 행복을 느꼈을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가 쓴 책 ‘행복의 기원’은 과학적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행복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분석한다. 연구결과가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행복의 가장 큰 원인은 ‘외향성’이라는 성격특질이고, 따라서 외향적인 사람이 행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 외향적이지 않은 사람은 행복하기 어려운 걸까? 그렇지 않다. 외향성과 행복이 관련이 있는 이유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타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며, 선천적으로 내향적인 사람도 혼자일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 더 높은 행복감을 느꼈다. 따라서 이 책은 사회적 경험이 사람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식물에 있어 광합성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치원에서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처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맺는 곳이 유치원인데, 이때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친구와 함께 할 때를 가장 즐거워한다. 다만 유아들은 사회적 경험이 많지 않아 친구와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하고, ‘어려움=싫음’이라고 생각하여 친구를 좋아하면서도 유치원을 거부하는 때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지도방법을 사용했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우선 유아는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지 않으면 친구가 모른다는 것을 알 정도로 조망수용능력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로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언어적 표현을 알려주었다.

‘내가 놀던 장난감을 말도 없이 가져가서 속상했었어.’, ‘장난감을 가져가서 미안해. 다음부터 꼭 물어볼게.’, ‘너와 함께 놀아서 기분이 좋았어. 고마워.’ 등 느낌과 함께 그 느낌이 들게 된 이유를 함께 말하는 방법을 수업시간에 지도했고, 실생활에서도 모델링을 보여주었다.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해 신체적 공격성을 나타내던 아이들도 감정을 말로 옮길 수 있게 되면서 점차 감정조절이 가능해졌고, 이는 곧 원만한 또래관계 형성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활동으로 매주 형제 맺기 활동도 진행했다.

우리 유치원은 혼합연령학급으로 구성됐는데, 나이가 다른 아이들끼리 어울리기가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형제’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자매, 형제, 쌍둥이 등의 형제관계를 매주 경험해보았다. 1학기에는 모든 아이들이 형제가 되어볼 수 있도록 정해주었다가, 2학기에는 아이들의 요구에 따라 뽑기로 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월요일마다 ‘이번 주 형제는 언제 정할 거예요?’라는 아이들의 재촉이 있을 정도로 호응이 좋았고 다양한 친구관계를 맺기에 좋은 활동이었다.

아이들이 친구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기를 바랐던 교사의 노력이 통했는지 19명의 아이들 중 그 누구도 소외받는 아이가 없었고, 단짝끼리 때로는 두루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 시절을 회상할 때, 친구들과 함께 했던 기억을 행복하게 회상한다면 교사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수업시간, 아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나의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했다. ‘아이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저희를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저희가 더더욱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는 도종환 시인의 시처럼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마주할 세상에서 사랑받고 사랑하는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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