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식 안전의식, 지금은 바뀌어야…
내로남불식 안전의식, 지금은 바뀌어야…
  • 강수인
  • 승인 2018.01.28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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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 칼럼]"조금 늦더라도 꼼꼼히 챙기고 살펴보는 자세 중요"
   우리와 주거여건이 다르긴 하지만 언제라도 소방차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외국의 주택가를 보면서 골든타임은 소방관의 책임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공동책임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년 연말 온 국민을 몸서리치게 했던 제천화재사건이 기억에 생생한 터에 또다시 밀양에서 대형화재 참사가 벌어졌다. 두 사고의 공통점은 인재(人災)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반복된 사고였고, 그동안 소홀히 취급되었던 안전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는 점이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 사고의 원인으로 불법주차, 셀프 소방점검, 불법 증축 등이 거론되고, 스프링쿨러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후 화재사고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대응책이 속속 발표되고 불법 주차나 스프링쿨러에 대해서도 단순히 법적 문제가 아닌 시민의식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부족한 게 많다.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통해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졌다지만 아직도 생명과 안전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는 물질만능주의 풍조가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고 이러한 잘못된 인식과 병폐를 고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당연히 있어야 할 스프링쿨러가 없었다는 점과 또 터져야 할 스프링쿨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단지 ‘누수를 막기 위해 스프링쿨러의 작동을 멈추게 했다’는 건물주의 답변은 안전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보통 해외에 살 기회가 주어지면 너나 할 것 없이 여행을 많이 하려고 한다. 우리도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많이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빡빡한 여행길에 오르곤 했었다. 그리고 해외에서 여행할 때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면 대부분은 음식일 것이다.  

해외여행 중에 묵게 되는 호텔이나 모텔, 여관의 대부분은 우리의 음식문화와 다르다 보니 거의 주방이 따로 달려있지 않았다. 그래도 한 끼는 밥을 먹고 싶은 가족에게 한국음식에 대한 식욕을 참는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해외 생활에서의 첫 여행은 무척 조심스럽고 특별하였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여행 시 주의할 점과 경험담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었다. 쌀, 김치, 생수, 부식, 사계절 옷 등 준비물에 대한 정보도 많지만 주(洲)별로 약간씩 다른 기온과 교통시스템 등 낯선 문화에 대한 정보들은 참으로 요긴하였다.  

그 중에서도 제일 조심해야 할 점은 숙소에서 조금이라도 뜨거운 것이 감지되면 스프링쿨러가 자동으로 터지게 된다는 사실이었고 그런 경우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여행 중에 숙소에서 음식물을 조리하다가 스프링쿨러가 작동해서 1천 달러 이상을 손해 배상해 줬다는 얘기도 들었다. 

   여행중에 주방이 달려있는 호텔에서 맘 놓고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실내에서는 화기를 다룰 수 없는데 간혹 이를 어기고 화기를 다루다 스프링쿨러가 작동하여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당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제일 걱정되는 것이 전기밥솥이었다. 요즘은 햇반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 땐 밥솥을 가지고 다니면서 밥을 지어야 했다. 그래서 숙소에 도착하면 스프링쿨러의 위치부터 파악하고 거기서 안전한 장소를 골라 밥솥의 위치를 파악하곤 했다. 그리고 육류 생각이 간절할 땐 불편하지만 안전한 숙소 밖 어딘가에서 고기를 구워 먹곤 했다. 당시에는 불편하다고 불평했지만 생각해 보면 불편함보다 안전을 중요시 하는 그들의 문화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로또의 요행은 바라면서 혹시 모를 1%의 불안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우리의 이중적 모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건·사고가 터질 때 마다 인재니 뭐니 하는 소위 ‘탓’ 논쟁에서 벗어나 ‘내가 혹은 우리가 무엇이 문제인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하는 안전에 대한 구체적 인식이 꼭 필요한 때다. 반드시 법으로 규정하지 않아도 공동체 일원으로서, 다소 느리고 불편하더라도 그러한 안전비용을 스스로 수용할 수 있을 때 ‘안전사회’는 가능한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나라를 IT강국으로,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 이것은 안전 보다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 했던 우리의 어두운 자화상이라는 점을 읽어야 한다. 조금 늦더라도 꼼꼼히 챙기고 살피는 모습이 이젠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길이고 그러한 안전 한국이 될 때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이 한층 가까워 질것이라고 본다.

 

강수인대전출생,대전여고,충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우송대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우송대 Culinary MBA 석사, 박사과정,전)침례신학대학 영양사,전)카페 어니스 대표(창업),전)대전보건대 외래교수,현)우송대 외식조리학부 초빙교수,KBS, 아침마당(대전)패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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