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간 하룻밤에 키우는 우정
아이들간 하룻밤에 키우는 우정
  • 강수인
  • 승인 2012.12.04 09: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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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의 생활 속 이야기]미국에서의 '슬립오버'(Sleepover) 경험

미국에서 '슬립 오버'의 경험은 색달랐다. 티없는 하루밤을 함께 보내는 가운데 진정한 우정이 자라났다.
이 맘 때가 큰 아이 생일이다. 문득 미국에서의 아이들 생일날 일이 생각난다. 미국에 간 첫해에 둘째아이가 생일에 초대받아 간적이 두어 번 있었다. 한 해를 보내고 좀 익숙하다 싶으니까 자기도 생일파티겸 '슬립오버'(Sleepover)를 우리 집에서 하고 싶다고 졸라 댔다. 참 난감했다.<슬립오버는 친구집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처음에는 여자 아이들 세계에서 시작되었다가 나중에 남자 아이들에게도 확산된 풍습이다>

사실 우리 아이는 장염으로 파티에 가서 힘들게 한 적도 있었던 터라 친구들을 초대해서 그것도 1박 2일을 어떻게 먹이고 재우고 그럴 것인지 걱정이 앞섰다. 아이 뜻대로 해보자고 마음먹고 아이들과 우리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초대계획을 짰다. 우선 초대할 친구 명단을 받아 초대장을 작성했다.

주로 우편으로 받았기에 학교에서 초대받지 못한 친구와의 미묘한 분위기를 생각해서 우리도 우편으로 초대장을 보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인지,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준비물은 어떤 건지, 무슨 음식을 준비할 건지에 대해서, 특히 우리가 알아야 할 아이들의 개인적인 특성, 예를 들면 음식 알러지가 있거나 못 먹는 음식, 습관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다.

그날이 왔다. 초대시간인 오후 세시가 되자 친구들이 부모차를 타고 왔다. 부모들은 우리 집 안팎을 둘러보며 눈도장을 찍듯 살피면서 다시 데리러 올 시간을 확인하고는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우리가 맡은 시간에 모든 책임을 인수받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슬립 오버'에서 각자 독특한 표정을 짓고있는 아이들
잠잘 준비를 하고 온 아이들은 방에 짐을 풀고 간식을 먹은 후 수영장으로 갔다. 안전을 위해 어른 1명이 보호자로 따라가야 했다. 그동안 집에서는 우리 아이 이름이 새겨진 케익과 개봉안한 음료수, 피자 주문 등 조촐하지만 온 신경을 다한 상을 차렸다. 수영장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음식보다 파티를 한다는 자체에 더 흥분되어 있었다.

게다가 같이 잠을 잘 생각에 그들은 눈빛이 반짝거리기 까지 했다. 밤이 되고 아이들 뒤치다 거리에 지친 우리 가족은 11시쯤 자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한참 짓궂은 아이들은 게임기도 서로 바꿔가며 놀고 온갖 수다를 떨며 2, 3시가 되어서도 잘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공간이고 그들만의 세계인지라 간신히 좀 자라고 문밖에서 노크하며 말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두였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은 피곤한지 아침식사에는 관심도 없는 듯 시큰둥했다. 준비가 소홀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억지로 권하지 않고 각자가 자기 기호와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기만을 지켜봤다.

10시쯤 되자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에게 '사이좋게 놀더라', '초대에 응해줘서 고마웠다'는 등의 인사를 끝으로 드디어 생일 파티는 끝났다. 정말이지 낯선 동양인 집에 우리 가족을 믿고 1박 2일을 허락해 준 그들이 참 고마웠다. 친구를 보내고 나자 둘째 아이는 우리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했던지 계속 말을 건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생일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 주어 아이에겐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고 평생 기억에 남을 부모의 마음을 저축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다. 그리고 초대받아 가기만했던 아이가 남을 초대하고 가족과 친구로 부터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받았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었고 많은 공부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후로 같이 먹고 잤다는 것 때문인지 아이들은 더욱더 친해졌다. 그로부터 2년 후 다시 미국을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다시 그 친구와 슬립오버를 하고 싶어 했던 우리 아이. 정말 그 친구에게서 초대를 받았는데 아직 시차적응이 안돼서 어렵다고 그렇게 말렸지만 가고 싶어 하는 눈망울에 어쩌지 못하고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낮과 밤이 바뀐지 채 하루도 안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새벽 3시에 잠이 안온다고 전화가 왔다. 그래도 약속된 시간에 가야 한다며 잠을 청해 보라고 아이를 달랬던 일이 꼭 어제 일만 같다.

언제 또 슬립오버를 하겠다고 조를지 모르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집과 가족의 소중함을 배우고 또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은 좀 배웠으리라 희망석인 기대를 해본다. <필자 강수인은 올해 44세로 자녀 둘을 둔 가정 주부이다. 최근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살면서 그곳 학교에서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자녀 교육 방식을 전해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매월 서너번에 걸쳐 잔잔한 가족 얘기를 주제로 한 글을 '세종의 소리'를 통해 연재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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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2012-12-06 14:17:49
맞벌이하면서 딸만 둘 있는 아빠입니다. 초교 6학년인 큰 아이를 혼자서 영어권 국가에 보내려고 하는데 가족과 떨어지기 싫다면서 안가려고 하네요. 보내는 시기를 저울질 하고는 있는데 언제가 좋을 지도 잘 모르겠고....혼자 보냈다가 나쁜 친구들 만나서 잘못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네요. 맞벌이를 하니 엄마가 같이 가줄 수도 없고...윗 글을 보니 그저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