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이젠 그들을 보내자
영화 1987, 이젠 그들을 보내자
  • 강병호
  • 승인 2018.01.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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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칼럼]남은 사람, "바뀐 사회를 만드는 게 우리가 할 일"
   영화 '1987'은 열사들의 희생 후 남은 사람들에게 바뀐 사회를 만드는 일을 남겨주었다.

이제 30년도 더 지난 1987년은 소위 586세대에게는 어제 같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1980년 5.17,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의 폭압정치에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먹구름에 살짝 틈을 보였다. 독재가 이완되는 결과 발표된 학원자율화 조치 이후 대학가는 연일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영화 ‘1987’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헌법을 이끌어 낸 6월 항쟁에서 민주제단에 희생양으로 바쳐진 박종철, 이한열 열사 이야기다.

감독은 장준환으로 배우 문소리의 남편이다. 대표작으로 화이(2013), 지구를 지켜라(2003) 등이 있다. 영화는 1987년 박종철 물고문 사건, 이한열 학생 사망 사건을 사실에 입각해서 시간 순서대로 그리고 있다. 일단 제작 시기가 2016년 촛불시위가 시작된 시점이다 보니 요즘 한국영화에서 잘 나가는 배우, 김윤석, 강동원,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이희준 등이 전원 나온다.

영화 스토리 전개는 1987년 1월부터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따른다. 남영동 분실에서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서울대 언어학과 박종철 대학생이 사망한다. 무리한 물고문으로 죽었다는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박처장(김윤석)의 주도 하에 경찰은 급하게 시신 화장을 요청하지만, 당직 검사 최검사(하정우)는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인다. 

지금까지 유명한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 같이 단순 심장마비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언론발표를 이어가는 경찰...사건을 취재하던 윤기자(이희준)는 ‘물고문 도중 질식사’를 보도한다. 경찰은 형사 둘만 구속시키며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

한편, 교도소에 수감된 조 반장을 통해 사건 진상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이 사실을 수배 중인 재야인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조카인 연희(김태리)에게 위험한 부탁을 하게 되는데 연희와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던 학생이 바로 이한열(강동원)이다. 

이한열 역시 연세대학교 정문 앞 시위에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사망하고 전두환의 강경대응에 저항하며 전 국민이 일어선 6월 항쟁이 시작된다. 마치 30년 뒤 같은 공간에서 일어난 촛불시위와 같이.

2018년 1월 14일 박종철 학생이 사망한 그 날 조국 대통령실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방안을 직접 브리핑했다.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언급하며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을 천명했다. 조 수석은 “권력기관에 의해 22살 청년 박종철이 죽임을 당했고 검찰과 경찰,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옛 국정원)가 합심해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며 “그간 국민의 반대편에 있었던 권력기관의 악순환을 끊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국가 권력기관 개혁을 일요일에 발표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정작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내려놓아야 할 청와대의 민정수석이 브리핑하는 것도 이상하다. 내각의 수장인 국무총리가 할 일을 민정수석이 대신하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우병우’수석으로 끝내면 좋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7일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1987’을 감상하면서 눈물까지 훔쳤다고 한다.

동양권에서 불교의 영향으로 사람이 죽으면 49일이 지나야 이승에서 완전히 저승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대학 캠퍼스가 최루탄과 각목으로 어지럽던 시절도 이젠 옛일이 됐다. 열사의 희생 뒤에 남은 사람들이 할 일은 ‘1987년’이 그저 기념이나 할 수 있을 정도로 바뀐 사회와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 시절을 끄집어내 지금 정치에 활용해야 한다면 우리는 한 세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단 말인가?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이젠 1987년의 열사들을 하늘로 보내야 한다. 다음 세대에는 폭력, 고문, 억압, 블랙 리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기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다른 열사들의 이름이 오늘 정치의 난제를 풀기 위해 이용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2018년 새해의 작은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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