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기자가 있네요"
"아직도 이런 기자가 있네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8.01.17 09: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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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어느 공사 현장책임자의 하소연,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도 이런 기자들이 있네요. 저희 사업장은 크지도 않는데 떼로 몰려와서 그러네요.”

며칠 전 출근하자마자 전화가 왔다. 세종시 한 사업장에 책임자라고 신분을 밝힌 김모씨는 “아직도 이런 기자...” 운운하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터넷 방송 기자라는 사람이 한번 다녀간 뒤 잇달아 서너명의 기자가 공사현장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돈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봉투를 건넸더니 한 사람은 적다고 투덜댔고 또 다른 한 명은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어이없어했다.

또, 작은 사업장에서 안전이나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공사를 할 수는 없다는 현장에서의 어려운 실정을 말하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왜 돈을 주었느냐는 말에 “그러니 안 줄 수가 없지 않느냐”고 답변하면서 “무슨 사진기자협회에서 책을 팔아달라고 해서 그것도 어쩔 수 없이 사주었다”고 일선 공사현장에서 벌어지는 강매실상을 전해주었다.

세종시 출범 이후 곳곳에 공사가 진행되면서 사이비 기자 색출을 위한 사정 당국의 조사가 몇 차례 진행됐다. 물론 최선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한 때 현장을 찾아 돈을 뜯어가는 행태가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폐해 증가에 따른 대책과 자정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대부분 기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언론인으로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일부 사이비 기자들로 인해 전체가 손가락질 당하고 있다. 손가락질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사회의 소금이 되어야 할 언론이 폐해가 되는 일은 당연히 지탄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김중규 대표기자

현장에서 잘못이 있었다면 기사를 작성하고 시정하도록 해야 하는 게 도리다. 이를 빌미로 위협을 하고 봉투를 받아가는 일은 어떤 이유에서든 있어서는 용납할 수 없다. 세상은 변했고 잘못된 구태(舊態)는 반드시 청산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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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에스오 2018-01-21 07:55:26
기자님 글에 백번 천번 찬성, 공감입니다.
부끄럽던 과거로 돌아갈수도 가서도 안됩니다.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써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