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동학대사건, 후유증만 남긴 무혐의였다
세종시 아동학대사건, 후유증만 남긴 무혐의였다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7.12.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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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검찰청,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관계자 전원 '혐의 없음' 처분
   대전지방검찰청은 최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세종시 모 어린이집 관계자들에 대해 전원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 처분했다. <사진은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가 공개한 CCTV 영상 캡쳐 화면>

"무혐의를 무혐의로 판정받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네요."

세종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어린이집 아동학대 의혹 사건'이 결국 '무혐의'로 끝이 났다.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음 고생이 심했던 어린이 집 원장은 "아픔과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함께 고락을 해주신 덕분에 힘겨운 날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내용의 글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4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세종시 모 어린이집 관계자들에 대해 전원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 처분했다.

이에 따라 그간 학대 의혹을 받아왔던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은 의혹을 벗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섣부른 예단'과 '여론몰이',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의 동조'까지 어우러지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여진이 만만찮다.

앞서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 A씨는 지난 5월경 아동 학대가 지속적으로 벌어졌다며 해당 어린이집을 경찰에 신고했다. 자신의 자녀(남, 만 3세)가 등원을 거부하고 떼를 쓰는 등 학대로 의심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건 당시 A씨의 태도였다.

어린이집에서 입수한 CCTV 영상을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상에 게시하면서 마치 여론전을 펴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된 영상 유포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아동학대 증거라며 제시한 영상이 피해 사실만이 부각되도록 교묘하게 편집됐다는 점이다. 영상에는 '교사가 학생을 때리게 시키는 장면' 등 자극적인 문구가 담겨 상황을 왜곡할 우려가 있었다. 영상만을 볼 경우 마치 아동 학대가 사실인 것처럼 비춰졌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의도된' 영상으로 '여론몰이'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A씨의 친인척은 어린이집 교사들을 폭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처분에서 A씨 등의 행위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구형하는 등 단죄를 내렸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일부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또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학대 정황이 애매한데도 교사들의 처벌을 압박하는 등 학대를 사실상 단정 지으며 단체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건이 불거진 후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세종지부는 세종경찰서와 시청 앞에서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행정처분을 촉구했다.

냉정하게 바라볼 경우 아동학대가 분명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이례적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여론에 휘말려 사건을 예단한 섣부른 집단행동이 된 셈이다.

경찰 역시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세종경찰서는 교사 중 일부(1명)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에선 판단을 달리했다.

어찌됐든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해당 어린이집은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원생들이 대거 그만두면서 지난 6월부터 문을 닫아 파산직전에 몰렸고, 근무하던 교사들은 모두 실직하는 등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에 대해 김인숙 세종시 어린이집 연합회장은 "일부 부모들의 소통과 신뢰 부족에서 오는 과격한 행동이 영유아들이 다니던 어린이집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며 "우리의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부모와 어린이 집, 지역사회가 작은 일에도 의견을 주고 받으며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부모 A씨의 항소나 이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고소, 고발 건은 검찰로부터 통보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항소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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