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검찰과 경찰 싸움…국민만 피해
부패한 검찰과 경찰 싸움…국민만 피해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2.11.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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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 칼럼] 무소불위 권력 남용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신도성 편집위원
대한민국의 준법질서를 다스리는 검찰과 경찰이 요즘 망신살이 뻗친 가운데 양 기관 간에 수사권 독립을 놓고 대립하고 있어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고양이에게 쥐를 잡으라고 생선가게를 맡겨놓았더니 서로 뜯어먹으려고 혈안이 된 꼴이다.

국민은 나라의 기강을 잡는 치안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어느 편도 손을 들어줄 수가 없을 정도로, 요즘 언론기관에 보도된 검·경의 추태는 한심스럽다 못해 분노가 치솟는다.

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에 이어 등장한 화려한 다단계 사기극 검사에다가 피의자 성폭행 검사까지 검찰비리 시리즈의 최신판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찰도 마찬가지로 사건 조사를 이용해 만난 가출소녀와 2년간 성매수, 10대 청소년을 돈으로 매수하여 정보원으로 강요한 일 등 경찰비리 시리즈도 만만찮다.

언제부터인가 “모두가 도둑”이라는 비아냥이 우리 사회에 나돌 정도로 부패가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가관이다.

검찰에서는 최근 검찰총장과 중수부장 간의 갈등으로 조직 전체가 흔들리고 있어 그동안의 곪은 것이 또 터져 지탄을 받고 있다. 검찰 조직이야말로 권력 상층부에서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데, 오직 대통령과 실세 정치인의 정치검찰 노릇에 충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대구지검 백헤련 수석검사가 ‘정치검찰, 검사로서 부끄러운 적 많았다’고 검찰을 통렬히 비판하며 사직서를 내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바 있다. 백 검사는 검찰내부통신망에 올린 ‘사직의 변’에서 “검사는 긍지와 자부심을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검사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적도 많았다. 최근 아무도 편들어주지 않는 검찰의 모습을 보며 검사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은 무너져 내렸다”고 자괴감을 드러냈다.

백 검사는 후에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검찰 내에 있을 때는 검찰이 권력기관이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변호인으로서 특수부 조사과정에 참여해보니 왜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는 말을 듣는지 절감할 수 있었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검찰을 꼬집었다. 백 변호사는 그러면서 그 칼이 편향되게 쓰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엄청난 결과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백번 지당한 지적이다.

백 변호사는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되는 큰 사건,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사건들의 처리에 있어 검찰이 엄정하게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며 제대로 된 사건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백 변호사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의 대화 당시 ‘검사스럽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지키려 했던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었는데 지금 검찰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며 “어찌하다 검찰이 여당 국회의원에게조차 ‘정치를 모르는 정치검찰’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검찰에 대해 수사권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경찰도 비리가 여전하다. 특별 감찰로 기강을 잡는다고 하지만 하루 이틀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오죽하면 ‘파리’라는 곤충까지 빗대어 경찰의 부패를 회자 하겠는가.

검찰과 경찰 수사권 놓고 힘겨루기 '황새와 개구리' 이전투구 같아 

경찰이 부장검사 급 검찰 간부의 비리 한 건을 놓고 수사를 하려고 하자 검찰이 죽더라도 경찰 손에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듯 수사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앙숙인 두 기관 간에 경찰 수사권의 독립 논리에 대해 검찰에서는 “간호사보다는 의사가, 경찰보다는 검찰이 더 수사를 잘 하니까”라는 기묘한 핑계를 댔다고 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우화가 최근의 검찰과 경찰의 갈등에 대해 시사하고 있다. 황새가 요기 거리로 개구리 한 마리를 덥석 물었다. 그러나 곧 죽게 된 개구리는 죽지 않으려고 팔을 뻗어 황새의 긴 목을 잡고 늘어지면서 서로 놓으라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자 붙은 도둑’ ‘부패공화국’ ‘낮엔 공직자 밤엔 양상군자’ 등의 말이 대한민국 사회를 뒤덮고 있다. 공직사회가 비리의 천국이 된지 오래인데 개선되는 조짐이 안 보인다. 무엇보다 법치국가의 근간이  되는 검찰과 경찰이 주어진 범죄 예방과 수사에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그르다’는 이중 잣대로 자신들이 관련된 같은 비리 사건을 서로 맞물고 낚아채기를 하고 있으니 실로 개탄스럽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도덕성과 정직성을 상실하여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그들은 더 이상 사정기관이 아니다. 국민이 나서서 심판해야 한다. 검경수사권도 국민의 의견을 모아 시행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권력의 집중 현상에 부패를 막기 위한 견제 기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본받아 검찰과 경찰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민의 신뢰와 권위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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