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소, 아가씨! 할매차비 여기있어요"
"보소, 아가씨! 할매차비 여기있어요"
  • 임효림
  • 승인 2017.10.22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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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림 칼럼]해도해도 너무했지... 차비는 남겨 뒀어야, 쯔쯔

ㅡ보시ㅡ

"내가 차비를 안내고 싶어서 안내는기 아이다, 돈이 없는기라. 그러니 그만 아가씨가 사정좀 봐주소."

"할매 그라면 안됩니더. 돈이 없으면 차를 타지 말아야지예. 고마 내려서 걸어 가이소."

"딸이 아프다케서 딸네집에 급하게 가는 긴데, 어째 그 먼길을 걸어가노. 아가씨가 사정 좀 봐주소."

차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할머니와 안내양을 쳐다 봤습니다. 우리 일행도 역시 안내양과 할머니를 쳐다보는데, 그때 학성스님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우리들이 만행을 하는 동안 사용 할 경비는 모두 학성스님의 주머니에 있었습니다.

"보소 아가씨 할머니 차비 여기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학성스님이 그 할머니 옆자리로 옮겨 앉고. 뭐라고 이야기를 주고 받는가 싶더니 다시 주머니에서 돈이 든 봉투를 꺼내 그 할머니 손에 쥐여 주었습니다. 아픈 딸의 치료비에 보태라고. 하지만 그건 우리들의 만행에 필요한 절대 경비였습니다.

그날 우리는 결국 부산 동래온천장에 가지를 못했습니다. 아니 차비가 없어서 쫄쫄 굶고 걸어서 그 높은 ! 금정산을 넘어 범어사까지 가야만 했습니다. 우리가 모두...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버스비는 빼 놓고 줘야지. 그걸 몽땅 다 주는 놈이 어디있노?"

라고 욕을 해도 학성스님은 연신 웃기만 했습니다.

<효림스님은 불교계에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스님으로 불교신문 사장, 조계종 중앙 종회의원, 실천불교 전국 승가회 공동의장을 거쳤다. 2011년 세종시 전동면 청람리로 내려와 경원사 주지를 맡고 있다. 세종시에서는 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을 역임하는 등 시민운동 참가를 통해 진보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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