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차량에 통행료 받았다고요??
장의차량에 통행료 받았다고요??
  • 김선미
  • 승인 2017.10.17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미칼럼]헌법 위 마을법...충청지역이 가장 심하다는 데...

충청지역이 가장 심하다는 ‘장의차 통행료 갈취’

경악스러운 국가의 조작 사건 와중에서도 ‘화들짝’

   김선미 편집위원

국정원 댓글 공작, 국정교과서 차떼기 찬성 의견서, 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 등등 ‘조작 공화국’이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지난 정권 9년 동안의 온갖 불법 편법적인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판국이어서 웬만한 일탈적 행위는 이제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의차 통행료 강압 갈취’ 뉴스에는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21세기 개명 천지에 도로에서 장의차를 막고 돈을 뜯어내는 일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전국도처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니 눈과 귀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산적이나 조폭도 아니고 ‘마을법’ 운운하며 평범한 마을주민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 더 놀랍고 서글프다. 아무리 돈이 최고인 세상이라지만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통행료 500만원 안 내면 절대로 통과 못합니다.”

지난 8월 8일 어머니의 유해를 매장하기 위해 대전서 운구해 오던 방모씨의 유족이 충남 부여군 옥산면 J리 노인회관 앞에서 겪은 일은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이장을 위시한 4-5명의 마을주민들은 폭 5∼6m 도로에서 소형 트럭으로 길을 가로막고 ‘마을법’이라며 300만원의 통행료를 요구하며 장의버스의 통행을 막은 것이다.

유족들이 마을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장의차 통행료’는 500만원으로 뛰었다. 감히 ‘마을법’을 무시하고 심기를 거슬렸다는 이유로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다. 350만원을 주고야 마을에서 1·5km 떨어진 장지로 겨우 이동해 장례를 치른 유족은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진정서를 냈다.

‘마을법’ 운운하며 통행 방해한 마을사람들 경찰 조사

장의차를 가로막고 ‘통행료’를 받은 마을 주민들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16일 충남 부여경찰서에 따르면 이장 A씨 등 주민 4명이 형법상 장례식 등 방해죄와 공갈죄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주민들은 경찰 조사에서 “유족에게 받은 돈은 마을발전기금 명목이며 마을에 묘를 쓰는 유족은 통상적으로 돈을 냈다”며 “승강이는 2시간이 아니라 30분 정도만 벌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막힌 것은 마을기부금 또는 마을발전기금 형태의 통행료 강요는 충남 부여뿐만 아니라 전국 도처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행료 강요는 충남 부여만이 아닌 전국적 현상

옥산면의 사례를 첫 보도한 세계일보에 따르면 지난 13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에서 일어난 장의차 강압적 통행료 시비 역시 황당하기 그지없다. 역시 마을발전기금 형태의 통행료 문제로 마을주민과 실랑이를 벌이던 유족들은 급기야 제천시청에 항의 전화를 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참으로 어이상실이었다. 이장과 통화한 시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법적 행위를 제재하기 보다는 “관례이기 때문에 좋게 해결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공무원이 맞는지 싶다.

결국 유족들은 장의버스에서 내려 유골함, 장의용품을 승용차에 실은 뒤 걸어서 1.7㎞쯤 떨어진 장지로 이동했다. 유족 이씨는 14일 행정안전부와 국회 신문고에 ‘장의차량 교통방해 행위를 막아달라’는 요지의 법령개정 민원을 제기했다.

공무원마저 관례 내세워 주민들의 불법 묵인, 협상 종용

도대체 이게 어느 나라 법인가. 백 번을 양보해서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거나 집성촌에서 평소 마을과의 교류나 기여도가 전혀 없는 타성바지가 묘를 쓰기위해 마을에 성의표시를 할 수는 있다. 타성바지가 아니어도 큰일을 끝낸 뒤 마을에 감사의 표시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선의에서다.

옥산면의 예를 비롯해 마을발전 기금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통행료를 받는 행태는 십시일반,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악습이자, 외부인을 배제하는 텃세일 뿐이다.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유족의 다급한 처지를 이용한 강압적인 ‘갈취행위’나 다름없다.

십시일반 나누는 미풍양속 왜곡한 갈취행위나 다름없어

그런데 불명예스럽게도 장의차 통행료를 걷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텃세가 충청도 지방에서 가장 심하다고 한다. 물론 통계적으로 입증된 정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판이라는 게 있다.

기사에 따르면 전국 장의업계 관계자와 장의차 운전기사, 네티즌들은 특히 충청도 지방에서 강압성 통행료 갈취행위가 십 수 년 전부터 가장 심하다고 전했다. 충청도 양반 고을에서 이게 무슨 망발인가. 졸지에 양반은커녕 돈만 밝히는 무경우한 이상한 동네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이러한 불명예가 고착되고 확산되기 전, 마을 공동체와 지자체들이 앞장서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장의차 통행료’ 강요의 악습과 폐해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줄줄이 형사처벌로 이어져 전국적인 망신을 또 다시 사기 전에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