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폭력'에 경찰까지...세종시 교육계 골치
'카톡 폭력'에 경찰까지...세종시 교육계 골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7.09.13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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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사이버 언어 폭력 지속적 증가 추세, 피해 학생 극심한 스트레스 호소
   세종시 학교 내 사이버 언어폭력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톡, 카톡, 카톡..."

세종시 모 학교에 재학중인 김모군은 쉴 새 없이 울려대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알림소리에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또래 무리가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 안에서 놀림을 당하거나 욕설을 듣는 등 사이버 언어폭력이 일상화되어 있어서다.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지만, 지옥같은 채팅방에서 벗어날 순 없다. 이른바 '카톡 감옥'에 갇힌 탓이다.

카톡 감옥은 '카카오톡 감옥'을 뜻하는 은어다. 초대한 그룹 채팅에 참여한 후 빠져나오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킨다. 불특정한 다수 이용자가 한꺼번에 초대되는 카톡 감옥은 채팅방을 나가도, 다수 이용자가 동시에 다시 초대하면 탈출할 수 없다. 그래서 '카톡 감금' 또는 '카톡 지옥'으로도 불린다.

채팅방 재초대 거부 기능이 있긴 하지만, 보복이 두려워 차마 거부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 현실이다. 채팅방에 초대해 놓고, 모두 대화방을 나가버려 소외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세종시에 이 같은 사이버 언어 폭력을 당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생활권의 모 학교에선 수개월여 동안 사이버폭력을 당한 학생 측이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가해자가 전학을 간 후에서야 피해 학생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3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학교 내 언어폭력(협박, 명예훼손 모욕, 사이버 폭력 등) 발생 건수는 ▲2012년 6건→ ▲2013년 6건→ ▲2014년 9건→ ▲2015년 11건→ ▲2016년 29건→ ▲2017년 12건(7월 말 기준)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사이버 폭력만을 놓고 보면 ▲2015년 1건에서→ ▲2016년 3건→ ▲2017년 현재 7건으로 폭증하는 양상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0대 청소년 비율이 증가하면서 괴롭힘의 범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번져 나가는 모양새다.

이 같은 폭력 발생 피해 실태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심의된 사안만을 집계한 것이다. 실제 피해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사이버 폭력은 학교폭력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다. 온라인 폭력이 지속되면서 이후 물리적인 상해, 폭행, 감금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해자가 재미로 하는 사이버 폭력은 피해자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있다. 최근 피해를 입은 한 학생 측은 "입에 담지도 못할 온갖 욕설과 음담패설로 스트레스를 받아 전학까지도 고민했었다"고 토로했다.

최근엔 이 같은 사이버 폭력이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확산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학부모 A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아이들까지 온라인 메신저로 음담패설을 주고받고 있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학교 측의 적극적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이버폭력이 주로 교실 밖에서 이뤄지다 보니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길 꺼려한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담임교사에게 사이버 폭력 실태를 알렸지만, 학교 밖 일이라는 이유로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많다"면서 "점차 잔혹해지고 있는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교사들의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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