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여러분, 파랑새를 보셨나요"
"시민 여러분, 파랑새를 보셨나요"
  • 임비호
  • 승인 2017.08.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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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비호칼럼]행복의 상징 파랑새 솟대가 세종시에 세워지길...
   먹이사냥을 하고 있는 파랑새<사진 제공 : 산들강 오경석>

파랑새는 세종시의 상징

파랑새는 세종시를 상징하는 새이다.

파랑새는 행복의 아이콘이다. 행정수도로 기획 되어졌던 세종시는 위헌판결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되었는데, 줄이면 ‘행복도시’가 된다. 명칭이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행복한 도시와 연관이 있는 것 같고, 행복의 상징인 파랑새가 날아 올 것만 같다.

세종시는 파랑새를 상징새로 선정하면서 “시민의 행복을 추구하며 이상적인 미래 도시로의 발전을 추진하는 굳은 염원과 맥락을 상징한다”고 하였다.

파랑새는 요사이 행복의 대명사로 일반화 되어 있다. 이문세가 부른 노래말을 봐도 그렇다. 밤무대 차력사, 무명가수, 사기꾼 등 소박한 등장인물들의 삶과 애환을 유쾌하게 그린 ‘파랑새는 있다(’97년 방영)라는 드라마를 봐도 그렇다.

행복의 아이콘이 된 사연

파랑새가 행복과 연관 된 계기는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1906년에 쓴 동화극 '파랑새' 때문이다. 1908년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 연출의 《파랑새(Синяя птица)》가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공연에 성공을 거두자 1909년 파리의 파스켈(Frasquelle) 출판사를 통해 대본이 출간되었다. 후에 동화로 각색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파랑새가 우리에게 더 친숙하게 된 것은 구전가요인 ‘새야 새야 파랑새야’ 때문일 것이다. 이 노래는 해방 후 방송국 KBS에서 최초로 편성된 어린이 프로그램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었다. 광복의 해방감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가사와 가락이 반복되면서 민족적인 국민노래가 되었다.

노랫말 속의 파랑새는 행복을 뜻하지는 않지만 많이 듣고, 입으로 흥얼거리다 보니 우리들도 모르는 사이 편안한 생활 노래가 되었다. 이 곳의 파랑새는 푸른 군복을 입은 일본군을 뜻한다고도 하고, 녹두장군 전봉준의 성을 八과 王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노래를 부를 때는 그냥 파랑새가 되는 것이다. 친숙하게 입에 붙은 ‘새야 새야 파랑새야’는 행복을 상징하는 동화 속의 내용과 결합되면서 확대 재생산 된 것 이다.

동화속의 파랑새는 생물학적인 파랑새와 같은 것인가?

파랑새를 부끄럽게도 실제로는 본적이 없다. 아니 보았어도 그것이 파랑새인지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실제로 파랑새를 본 사람들은 행복을 상징하는 새라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동화 속에 나오는 이미지와 다르다고 하는 사람들로 나뉜다. 동화속의 파랑새와 실제의 파랑새가 다르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몇가지로 말한다.

   파랑새 둥지와 짝을 이루고 있는 파랑새<사진 출처 : 두산백과, 한반도의 조류>

한국명으로 불리는 생물학적인 파랑새는 학명으로 Eurystomus orientalis이다. 그 뜻은 eurus(εὐρύς)가 넓은(broad, wide)이고, stoma(στόμα)가 부리(mouth)이니 ‘동양의 넓은 부리를 가진 새’이다. 영명으로는 broad-billed roller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파랑새로 불리는데 다른 나라에는 넓은 부리를 가진 새로 불리는 것이다. 생물분류학적으로 파랑새는 넓은 부리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학명이나 영명으로 볼 때 파랑새 명칭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동화속의 파랑새의 이미지와 실제로 더 비슷하게 생긴 새가 숲속에 있다고 한다. ‘독특하고 수려한 새와 생명이야기’라는 블러그의 운영자 이주현님은 “흔히 책에서 만난 파랑새는 작고 앙증맞은 외모에 새파란 유리빛의 깃털을 가지고 까만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새가 아니었나요? 날개 짓도 포르르 포르르 하면서 여기저기 쏘다니는, 너무나 귀여운 천사같은 모습의 그런 새 말입니다.”

그는 그런 새가 파랑새보다 쇠 유리새와 큰 유리새가 더 이미지가 맞다고 한다.
“큰유리새는 빛나는 파랑색 무늬로 치장한 아름다운 새입니다. 목소리도 아름다운, 동화 속 파랑새와 가장 가까운 새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라고 한다. 영명으로 큰 유리새는 blue-and-white flycatcher(푸르면서 하얀 딱새)이고 쇠 유리새는 Siberian blue robin(시베리아 푸른 울새)이니 개관적으로 더 파랑새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영명과 다르게 유래새류를 파랑새로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유리새 종류는 암수가 색이 다르고 파랑새는 암수가 비슷하여 그린 된 것이 아닌가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파량새의 생물학적인 특징?

파랑새가 그렇다고 동화 속에 나오는 이미지와 완전 다르다는 것은 아니다. 파랑새도 나름의 동화속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몸에 전체적으로 청동색 푸른빛이 돌기 때문이다. 다만 몸의 길이가 앙증스러운 크기보다 조금 큰 29cm 전후이고 머리가 흑갈색이며, 부리와 다리는 붉은색이라는 것이다.

고도의 조류 전문가가 아니면 산야에서 파랑새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일반 사람들이 파랑새임을 쉽게 알 수 있는 동정 포인트는 날 때 날개 깃의 중앙에 푸른빛이 도는 흰색 알록달록한 무늬를 찾는 것이다. 햇빛 때문에 청동색 푸른빛은 검게 보이기 때문에 날개 깃의 흰색 무늬를 찾는 것이 더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그래서 파랑새를 일명 달러버드(dollar bird)라 한다.

파랑새는 넓은 부리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새의 부리는 사냥과 연관이 된다. 파랑새는 날아다니는 잠자리, 나비, 딱정벌레 등을 잡아먹는다.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류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부리와 뛰어난 비행술이 있어야 한다.

   큰 유리새<사진 제공 : 조흥상>

<나는 산새처럼 살고싶다>의 저자 도연스님의 표현에 따르면 ‘까치는 헬리콥터 같지만 파랑새는 전폭기 같다.’라고 표현한다. 날개가 몸통에 비해 크면서 날렵하게 생겼다. 위 아래로, 좌우로 신속하게 비행 전환에 적합한 날개를 가진 것이다.

긴 날개로 대기를 휘저으며 바람을 만들고, 바람을 타고 창공을 활강한다. 수직으로 솟구치다가 어느 결에 바람을 가르며 곤두박질치듯 급강하기도 한다. 청동빛 날개 위에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푸른 하늘을 나는 현란함은 자유로움 그 자체이다. 섬세한 사냥 비행의 대가로 인정할 만하다.

파랑새는 이미지와는 달리 강제로 남의 둥지를 빼앗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발달 된 부리로 딱따구리처럼 고목에 둥지를 틀기도 하고, 다른 새들이 지어놓고 간 자리를 재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산란기에는 둥지를 두고 까치와의 다툼을 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까치는 맹금류도 몰아낼 정도로 조류계의 강자이다. 이 같은 까치를 상대로 둥지 다툼을 한다는 것은 생태계 내에서의 상위 위치를 점하고 있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생태계에서의 파랑새는 현란한 비행술과 ‘케케켓, 케케켓’ 하는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남의 둥지를 차지하려는 조류계의 깡패이다. 이미지는 행복을 나타내는 새인데 실제로는 현란한 비행술, 발달된 부리 그리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남의 둥지를 빼앗으려고 하는 생존 전략이 그의 실제 생활상이다.

지역 공동체에서 상징새를 선정하는 유래

나라의 꽃은 무궁화인데 나라의 새는 없다. 이와 달리 지자체에는 나무, 새, 꽃에 대한 상징물을 모두 가지고 있다. 나라의 상징새는 없고, 지자체에만 있다는 것은 그 유래가 부족 공동체에서 기인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부족 씨족 시대에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장소로 소도가 있다. 소도는 일상생활 공간이 아니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일종의 성전이다. 이 소도 입구에 솟대를 세웠다. 이곳부터 거룩한 장소임을 알리는 표시이다. 솟대 위에는 일반적으로 오리를 상징하는 새를 매달았다. 오리는 하늘과 땅 그리고 물을 모두 갈 수 있는 새이다. 영계인 하늘과 현실인 땅 그리고 죽음을 상징하는 물을 다 다닐 수 있기에 신과 인간을 매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지역마다 솟대위에 세우는 새 종류는 다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솟대 위에 있는 새의 상징은 신성한 장소와 세속적인 장소를 구별하는 역할과 지역과 공동체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하였다.

필자는 지자체 상징새 지정은 솟대에서부터 기인한 것으로 생각한다. 솟대의 새들은 지역의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리 세종시에서는 솟대에 올리는 새로 파랑새을 정한 것이

다. 파랑새는 행복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우리 세종시의 상징으로 파랑새를 지정했다는 것은 행복의 솟대를 세우자는 또 다른 표현이 될 수 있다. 불행은 몰아내고 행복을 가져오는 솟대를 세우자는 것이다.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의 솟대가 세종 공동체의 모두의 마음에 담겨 행복한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임비호, 조치원 출생, 공주대 환경과학과 졸업, 세종 YMCA시민환경분과위원장(현), 세종생태도시시민협의회 집행위원장, 세종시 환경정책위원, 금강청 금강수계자문위원, 푸른세종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전), 연기사랑청년회장(전),이메일 : bibo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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