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범죄, 어찌 하오리까
외국인 범죄, 어찌 하오리까
  • 심은석
  • 승인 2012.11.19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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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의 세상사는 이야기]"행복도시 현장, 외국인 범죄로 긴장"

   심은석 세종경찰서장
어제 새벽 두시, 모두가 잠든 밤, 행복도시 건설이 한창인 건설청 옆 금남면소재지 어느 식당에서 30대 중반의 중국인 근로자 2명이 시비되어 폭행하다가 피의자가 소지한 칼로 같은 중국인의 목을 찌르고 상해를 입혔다. 다행이 급소를 비켜 목숨을 건졌고 범인을 구속했다.

세종지역건설 현장에는 약 700 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한다. 현장주변 콘테이너에서 기거하면서 공사 일정에 따라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가장 힘든 일을 한다고 한다. 고된 노동과 타국생활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이들의 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베트남, 태국근로자들끼리 집단 폭행사건, 중국인이 한국인을 폭행, 상해한 사건만 3건, 한국인보다 폭력적이고 범죄에 무신경하거나 호신용이라며 흉기를 소지하는 근로자들이 많다.

국내 외국인범죄는 2004년 9,103건에서 작년 26,915건으로 3배 증가했다. 외국인은 기본적인 신상정보가 부족하고 주거지도 일정하지 않아 범죄현장에서 검거하지 못하면 사건해결이 장기화 되거나 미궁에 빠지게 된다. 내국인처럼 다양한 신상정보와 연고선과 동선확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파키스탄인 권총살해범의 주소 파악에만 2주 넘게 걸렸고 수원 여성 납치 살해피의자 오원춘도 5년 전 한국에 입국하여 제주, 거제, 서울, 대전, 경기, 수원 등을 전전했지만 주소지는 며칠 머물렀던 경기 고양으로 되어 있었다. 외국인 거주지 관련 현행법은 국내 체류 외국인이 주소를 바꾸면 14일 이내에 신고하게 되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미국, 일본을 입국하려면 지문 날인과 사진촬영 등 모든 신상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단지 하루 이틀만 입국해도 개인의 신상은 전부 제공해야 한다. 외국인관련 허술한 출입국관리와 정책은 각종 사건 사고와 범죄현장에서 경찰의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변사자 신원 확인이 안 되어 며칠씩 수사력을 낭비하기도 하고, 용의자가 전혀 특정이 안 되는 범죄를 접하면 형사들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작년 970만명의 외국인이 국내 입국했고 1,270만 명이 해외에 다녀왔고 매년 12%이상 증가하고 있다.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은 금년 1월 1,409,577명이고 혼인귀화 등 다문화 가정도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모든 문화, 금융, 자본, 기술이동과 인적 국경이 허물어진지 이미 오래다. 이러한 글로벌사회에 따른 사건과 범죄도 급증하고 있고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야만 해결되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세종경찰, 한 명의 외사직원이 모든 외국인 관련 치안 행정 및 외국인 범죄 담당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 생명과 재산의 보호는 이제 전 세계의 공통 관심사가 되었다. 하지만 국제화가 가속화 되면서 급증하는 국제성 범죄에 대응하는 경찰인프라는 부족한 현실이다. 세종경찰서에서는 한명의 외사직원이 모든 외국인 관련 치안행정과 외국인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파출소로 근무지를 바꾸어 달라고 한다. 그래서 세종경찰은 내근보다 파출소 근무를 선호하여 5년 이상 파출소 근무를 하면 무조건 본서에서 근무하도록 강제 순환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제대로 하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무한봉사와 희생을 요구하기에는 범죄의 형태와 증가속도가 빠르다.

한편 외국으로 도피하는 범죄인의 추적이나 외국에 관광, 체류하는 국내인의 안전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필리핀을 예로 들면, 급식비 횡령 도주범, 절도를 한 사찰 주지, 안양 환전소 여직원 살해공범들이 모두 필리핀에 있다.

필리핀에는 장총이나 권총으로 무장한 제복 입은 남자들이 유난히 많은데 그들은 경찰이 아니라 사설 경비원이다. 경찰의 치안력을 믿지 못하고 기업과 은행, 쇼핑몰, 식당 등에선 보안업체에 안전과 사고 예방을 맡긴다.

현지 경찰은 수사 속도가 아주 느려 피해를 당해도 별도의 '청탁'을 해야 하고 가해자는 '뒷돈' 주고 빠져나올 수 있다는데 총기 소지가 허용되어 기관총도 쉽게 구하는 곳이 필리핀이란다. 현재 경찰이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한 해외도피 사범 1,052명 중 129명이 필리핀 각지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교민만 12만명이 있으며 한 해 100만명의 관광객이 필리핀에 간다. 지난해 필리핀 체류 외국인 391만명 중 한국인이 95만명으로 가장 많고 필리핀으로 간 국내범죄인들은 한인 사회에 스며들어 일자리를 구하거나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많다. 경찰은 2010년부터 필리핀 경찰청에 '코리아 데스크'를 설치, 올해부턴 한국 경찰관이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국제화가 진전될수록 국제성 범죄는 급증할 것이다. 전 세계를 누비는 한국민의 안전과 법질서의 보장, 그리고 국내에서의 내, 외국인 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치안 인프라가 필요하다. 치안인프라는 비용이 아니라 사회 자본에 대한 투자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 불황속에서 증가하는 국내외 범죄와 사고로부터 안전과 안심을 확보하지 못하면 복지국가,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의 꿈이 실현될지 불안하다.<필자 심은석은 현직 세종경찰서장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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