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아이에게 선택권 주는 것"
"답은 아이에게 선택권 주는 것"
  • 문지은
  • 승인 2017.08.0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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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지은 한솔고 학교운영위원장, "자녀에게 실망은 그만"
   문지은 한솔고 학교운영위원장

최근 한 중학교 1학년 아이의 어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어머니는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게 나온 아들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었다. 너무 익숙한 걱정이긴 했지만 이 걱정이 앞으로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결정짓는 시작이며 중학교 1학년 엄마는 대부분 이맘때 혼란에 빠져 있을 시점이라 위로의 말로 시작했다.

  여태 천재인줄 알았던 내 아이의 성적이 객관적인 등수라는 형태의 숫자로 찍혀서 나온 성적표를 받아 볼 때 엄마는 일차적 충격에 휩싸이며  뭔지 모르는 배신감에 화가 난다. 감언이설로 비싼 학원비를 매달 수금해가던 학원원장, 웬지 내 아이에게만 관심이 없어 보였던 젊은 담임, 아이교육에 관심 없어보이는 남편과 시험공부 하라던 잔소리를 귓등으로 듣던 아이에 이르기까지...

  여기서 제일 만만한게 아이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모든 분노의 화살이 쏟아진다. 그리고 좀 더 좋다는 학원, 좋은 과외선생에게로 아이를 몰아넣는다. 2학기때의 설욕을 다짐하면서 치욕의 성적은 이번 한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에 대해 조금이라도 조예가 깊은 엄마는 내 아이의 적성이 공부가 아님을 쿨하게 받아들이기로 하고 아이에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이른바 아이의 꿈과 끼를 묻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하나도 없다는 대답에 또다시 실망하게 된다.

왜 내 아이는 예술가도 되고 싶지도 않고 스포츠 스타도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영리한 아이들은 중학교에 시작해서 스포츠영재나 예술영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본인이 그다지 소질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렇다고 춤과 노래. 커피, 요리 기술에 특별히 접해보지 않은 아이들이 그것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어찌 알겠는가. 설사 있다 해도 천명에 한두명일테니 내 아이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해주는 민주적인 어머니라면 아이에게 괜찮다고 말해줄 것이다. 그저 행복하게 살면 되지 이 사회에서 좋은 성적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직 철이 덜 든 아이는 그런가보다 하고 해맑게 나가서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아이들은 엄마가 나에게 너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할런지도 모른다.

  조금 있으면 그 무서운 중 2라는데 요즘 엄마노릇 하기 정말 힘들다. 그럼 시험은 니가 봤고 성적도 니가 받았는데 도대체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답은 선택권을 주는것이다.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준 후에, 엄마도 잘 모른다는 사실까지도 인정한 후에, 사회가 완벽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음을 인정하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준 후에, 선택권을 아이에게 주는것이다.

물론 그래도 아이는 반항을 할 것이고 좌절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서점에 깔려있는 그 흔한 성공담처럼 우리집 아이가 위대한 성공사례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선택한 길이 엄마가 원하는 길과는 아주 다를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했으면 좋겠다.

좌절하거나 실패하면 마치 엄마가 실패한것처럼 실망하지는 말고 아이의 실패에 대해 정말 가슴으로 안타까와해주면서 응원해주고 무언가를 하라고 격려할 때에도 엄마 욕심대로 옆집 엄마에게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아이 꿈이나 장래를 위해 필요한것이라 판단될 때 해보라고 격려하고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천재로 알았던 내 아이의 현 주소를 안 부모들은 배신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느끼지만 경험을 얘기해주면서 스스로 진로를 선택하고 비전을 만들어 나가도록 지도하는 게 중요하다.<사진은 한솔고 진로 캠프, 출처 ; 한솔고 홈 페이지>

 내 자신이 이 모든것을 실천했다는것은 아니다.  나도 아이 중 1때 성적표를 보고 앓아 누웠었고 속상해했고 실망했고 좌절도 해 보았다. 되도록 티를 내진 않아보려고 했으나 약간은 티가 났었던 모양이다. 그럼 그런 내 감정까지도 솔직해지려고 애썼고 지금 대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는 본인이 여태껏 만족스럽게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못된 것을 부모탓할수 없는 것이 기분이 나쁘다고 말해준다는 면에서 나름 부모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자부해본다.

  결국 아이들은 자기가 스스로 원해서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할때. 책임감과 자존감이 길러진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선택지를 주고 무언가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괜히 엄마의 욕망을 살짝 거기에 투영해서 잘못되는 모든 책임을  덮어쓰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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