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세종시에 집을 살 수 있을까?
내 친구는 세종시에 집을 살 수 있을까?
  • 김선미
  • 승인 2017.08.05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미 칼럼]부동산 시장 과열로 트리플 규제 대상된 세종시

집에 대한 전도된 사고, 거주공간 아닌 투기수단으로 전락

   김선미 편집위원

정부의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되기 직전 우연히 세종시에 살고 있는 대학 동창을 만나 느긋하게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이런 저런 수다 끝에 화제는 세종시에서 ‘내 집 장만하기’에 이르렀다.

나나 그나 부동산 투기 혹은 투자 같은 것에는 젬병이어서 부동산으로 한몫 잡아야 한다는 식의 대화는 아니었고 몸 뉘어 ‘살 집’에 대한 얘기였다. 친구는 몇 해 전 대전서 세종시로 이사를 했다. 그래서 세종시에 아파트를 샀냐고? 그랬으면 이날 집 마련이 화제에 오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만큼이나 대책 없는 친구는 달랑 한 채 있던 대전 집을 팔고 세종시에 둥지를 틀었으나 세종시에 집을 장만하는 대신 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그것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분양받을 수 있는 임대아파트가 아닌 임대기간이 끝나면 비워줘야 하는 아파트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빚을 내서라도 세종시에 집을 살 것을...

친구가 세종으로 간 이유는? 단순했다. 누가 들으면 철딱서니가 없어도 저렇게 없을까 싶었지만 은퇴 후 어디서 살까를 고민하다 우선 세종에서 일단 한 번 살아보자 싶어 세종행을 택했단다.

세를 든 이유는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종에서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고 집을 구하려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부동산 과열 현상으로 세종시 아파트 값이 너무 치솟은 탓이다.

그러면서 지인의 경우를 들려주었다. 친구의 지인은 1년 전 84㎡ 규모의 아파트를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프리미엄을 무려 1억 원이나 얹어 주고 샀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2억 원을 줘야 한다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렇게 많은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세종에 집을 사고 싶지는 않다고 호기 있게 말했다.

친구의 염장을 지른 “분양 받으면 되지. 왜 프리미엄을 줘?”

세종시의 아파트 과열 분위기를 미처 체감하지 못한 나는 “그럼 분양 신청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한가한 소릴 해 또 한 번 친구의 염장을 질렀다. 친구는 분양 신청을 몇 번 했는데 번번이 떨어졌다며 잘못하다가는 집도 절도 없이 떠돌게 생겼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 다음날 역대 가장 강력한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서울 강남 4구 등을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고강도 규제 대책을 발표했는데 세종시도 포함됐다. 세종시는 6·19 부동산 대책 때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된데 이어 이번에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됨에 따라 트리플 규제에 묶이게 됐다.

‘8·2 부동산대책’이 나오기 전 세종시의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과열됐었는지는 국토교통부 실거래 가격에서도 확인된다. 한 달에 무려 3,000~4,000만 원씩 뛴 것이다. 과열이 아니라 광풍인 것이다.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로 시장 활황 예상됐다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와 인구 유입 등의 호재로 세종시의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것은 예측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투기지구로 묶일 만큼 광풍이 몰아친 것은 예상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은 실수요자들 때문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수도권 큰 손 등 투기세력들 몰리면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세종시 역시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 투기세력?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비정상적으로 과열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초강력 대책으로 과열됐던 세종시 부동산 시장도 급랭하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속이 쓰리겠지만, 그럼에도 다행이다.

동물적 감각을 지닌 발 빠른 투기세력들은 어쩌면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전 감을 잡고 벌써 치고 빠졌는지도 모른다. 정작 손해는 급한 마음에 과열된 막차에 편승했던 실수요자들만 입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실수요자 아닌 투기세력 몰려들며 비정상적 과열 주도

그나저나 내 친구는 이제 세종에 아파트를 살 수 있을 것인가. 돈벌이의 수단인 부동산으로써가 아니라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한, 나이 들어가는 부부가 손잡고 오순도순 편안히 여생을 보낼 수 있 따뜻하고 아늑한 ‘진짜 집’ 말이다.

“정부는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한 발언이다. 이 발언이 꼭 지켜지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