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 대신 ‘학점’ 이 무기인가
‘밥줄’ 대신 ‘학점’ 이 무기인가
  • 김선미
  • 승인 2017.06.29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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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지역사립대 어느 교수의 잇단 갑질 논란

교수 출연 공연 과제물, 출석 체크에 파티에서 춤까지 추게 해

   김선미 편집위원

인분 교수, 팔만대장경 스캔 노예 사건 등등. 교수의 갑질, 도대체 끝이 없다. 엄청난 사회적 비난과 때로는 교수 자신에게도 치명상을 입히게 되는데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것이 지성인 집단이라는 대학 교수의 갑질 논란이다.

최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교수가 자신의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전통무용공연 감상문을 제출하는 과제를 내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수의 수업 재량권에 따라 교육의 연장으로 공연을 보고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한 것이라면 처음부터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

문제는 무료공연이 아닌데다 교수 본인이 출연하는 공연이었다는 점이다. 해당 공연의 티켓값은 2만원이었다. 공연장 현장에서 출석도 불렀다.

SNS에 비판 글 올린 학생 고소당했으나 무혐의 처분 받기도

언론에 보도되는 등 문제가 밖으로 표출되자 해당 교수는 과제를 낸 사실은 인정했지만 당연히 강제성은 부인했다.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해당 교수는 학생들이 공연을 보고 뭘 느끼는지 생각을 알고 싶어 과제를 냈으나 성적하고는 관련을 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수가 직접 출연하는 공연물을 과제로 내주며 현장에서 출석체크까지 한다는데 어느 강심장 학생이 이를 거부하겠는가. 아무리 선의라 해도 티켓 강매 의혹을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과제 제출뿐만 아니라 뒤풀이 파티에 학생들을 불러 춤까지 추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후원자 파티에서 무용 전공 학생들을 불러 춤을 추게 하고 음식 시중과 설거지, 심지어 술까지 따르게 했다는 학생들의 증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한 학생은 과거 이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단순히 공연을 보고 과제를 제출토록 하고 출석을 부르는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전공학생을 자녀 결혼식 주차관리에 동원해 물의 빚기도

개인적으로는 교수가 출연하는 공연티켓을 학생 몫으로 1장 정도는 구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교수가 무료로 학생들을 초대하거나 수강생들에게는 할인을 해주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교수의 갑질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교수는 2015년, 교수가 전공수업 대신 학생들을 자신의 딸 결혼식에 주차요원으로 동원해 대학 이름이 공개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당사자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교수사회라고 하면 양식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의 학생에 대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졸하고 악랄하기까지 한 갑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결국 ‘갑을’ 관계이기 때문이다.

땅콩회항 사건 등에서 보듯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갑’인 사장이 ‘을’인 자신의 직원에게 무지막지한 횡포를 부리는 것과 교수가 학생에게 교육을 빙자해 전횡을 일삼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교수는 극히 일부이지만 ‘밥줄’ 대신 ‘학점’이라는 무기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갑질 논란을 일으킨 김무성 국회의원의 패러디 물<출처 : 구글>

도제식 교육 남아 있는 예체능계의 관행이라는 이름의 갑질

1대1 지도, 도제식 교육을 받아야 하는 대학원과 예체능계에서 지도교수의 갑질이 더 정도가 심하고 많은 이유다. 졸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졸업 후에도 교수의 연주 전시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려면 전공교수와 연을 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교수에게 밉보였다가는 자칫 그 바닥에서 평생 매장당할 수도 있다.

몇 해 전 세상을 경악케 했던 학생 폭행, 모욕, 티켓 강매에 시어머니 팔순잔치 학생 동원 논란 등으로 파면된 서울대 성악과 교수의 예는 예능계 교수 갑질의 종합판인 셈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 예체능계에는 아직까지도 교수의 공연과 사적행사 동원, 공연티켓 강매 등을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가 남아 있다.

세상의 변화에 눈 감은 채 대학이라는 울안에 갇혀 방안 퉁수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재를 털어 제자를 돕고 제자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공사를 구분하지 못 하고 왜곡된 권위주의와 특권의식을 버리지 않는 교수들이 존재하는 한 갑질 논란은 쉽사리 사라지기 어려울 것 같다.

교수 개인 인성에 더해 대학당국의 소극적인 대처가 문제

교수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일차적으로 해당 교수의 인성에 기인하지만 대학당국의 소극적인 대처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학생의 권익 보다는 교수의 안위와 이해에 더 충실하고 스캔들이 외부로 발설되는 것을 막기에만 급급한 대학당국의 안이한 태도는 교수 갑질 논란을 되풀이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이 대학은 이전에도 무용전공 뿐만 음대에서도 교수의 강제 레슨 등이 문제가 됐었다. 해당 대학은 교수들의 갑질 논란이 이어지자 교내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조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같은 교수가 유사한 일로 또 다시 전국적인 입질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대학 측의 재발방지 공언은 공염불에 그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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