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나래초 보행데크, 주민 갈등으로 '하세월'
세종시 나래초 보행데크, 주민 갈등으로 '하세월'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7.06.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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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주민 간 이견으로 합의점 찾지 못해, 관계당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26일 오전 세종시 나래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주민 20여명이 통학 안전지도 캠페인에 나섰다.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이 필요합니다."

26일 오전 8시 세종시 나래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자발적으로 삼삼오오 모인 주민 20여명이 통학 안전지도 캠페인에 한창이었다. '위험천만 등하굣길 아이들을 지켜주세요'라는 피켓을 든 이들은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해 달라"고 관계기관에 촉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이 캠페인에 들어간 것은 ‘보행데크’ 설치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당초 나래초 앞은 지난 2015년 11월 보행데크 설치대상 지역으로 선정됐지만, 1년 6개월여가 지나도록 깜깜 무소식이다.

나래초 앞 도로는 천안과 대전으로 향하는 1번 국도와 연결되는 보조 간선도로로 평소 차량운행이 잦아 위험한 곳으로 꼽힌다. 왕복 6차로 수백여 미터 직선 구간인데다, 내리막 경사까지 더해져 과속도 만연한 실정이다. 과속단속카메라(시속50km)가 횡단보도 앞에 설치되어 있지만, 사고위험은 상시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캠페인에 참석한 한 주민은 "아이들이 통학길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데도 보행데크 설치가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안타까워했다.

   26일 오전 학생들이 나래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이는 찬반 양론으로 갈린 주민 갈등 탓이다. 이 학교 통학구역인 가재마을 7단지 주민들은 적극 찬성인 반면, 범지기마을 4단지 주민들은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어서다.

보행데크는 최초 7단지와 4단지가 맞닿는 곳에 계획됐었다. 하지만 4단지 주민들은 보행데크가 설치될 경우 저층 아파트 일부 세대 내부가 노출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며 반발했다. 이에 행복청은 학교와 4단지 사이로 위치를 변경하는 수정안을 제시하며 주민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4단지 주민들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

4단지 주민들은 보행데크를 설치하는 대신 4거리 속도제한을 현재 시속 50km에서 30km로 낮추는 등 교통안전을 보완하는 쪽으로 통학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보행데크가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신호등과 교통 표지판 식별을 저해해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예산낭비라는 비판도 나온다.

   세종시 나래초 보행데크 조감도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학교 측이 보행데크 설치 관련 설문지를 학부모들에게 발송하는 과정에서 “범지기마을 4단지 주민들의 반대 민원으로 공사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는 내용을 담는 등 감정을 상하게 만든 점도 악영향을 끼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7단지 주민들은 보행데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행데크가 설치될 경우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로 확보는 물론 아름동과 종촌동 상권 이용에 도움이 되는 등 양측 모두에게 실익이 크다는 판단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행복청은 이렇다 할 중재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민 대립은 1년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관계기관에서 결정을 미루는 사이 양측 단지간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현재 학교 앞은 어린이 보호 구역으로만 지정됐을 뿐 과속 방지턱 등 교통안전 시설물이 미비하다. 주민갈등 속에 애꿎은 학생들만 위험한 통학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워낙 주민들 간 입장차가 첨예해 섣불리 결론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주 중 관계기관과 주민 대표들이 만나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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