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정승과 원자바오 총리
황희 정승과 원자바오 총리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2.11.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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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 칼럼] 공무원들이여! 외상값 깨끗이 갚아라

   신도성 편집위원
조선시대 황희정승의 검소한 생활을 나타내는 이야기에는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요즘 세상의 일부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보고 있노라면 너무 대조적이어서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청백리로 알려진 황희정승은 조선의 정승임에도 불구하고 누빈 관복을 입고 초가집에 살았다. 이에 황희 정승을 의심스러워하고 음해하려던 무리가 황희정승이 재산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으로 황희정승의 거처를 기습적으로 방문했다.

그런데 정말로 황희는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서 누빈 솜옷을 입고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문에서 추위에 덜덜 떨면서 글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황희의 궁색함에 의구심을 품은 여러 재상들이 황희의 집에 들어갔으나 벽에는 달랑 누빈 관복 한 벌만 걸려 있었고 아무런 장신구도 없었다.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부인이 잠시 나가고 황희의 궁색함을 보자 혀를 끌끌 차면서 집안을 둘러보던 여러 재상들이 " 상거지도 이보다는 좋은 집에서 살겠다" 라고 말을 하자 황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내가 누빈 관복을 입고 초가집에 살아도 내 나라의 백성은 배불리 먹어야하네" 이에 모든 재상들은 감복하여 황희의 검소함을 칭송하였다고 한다.

조선의 조정에서는 이품 이상의 당상관들이 청빈한 관리를 선발해 청백리(淸白吏)라고 칭했다. 황희 정승이 보여준 사례는 쇼가 아닌 진짜 청백리의 모습이었다.

세종시 공직자 자체 정화위해 결의문 채택…실천으로 이어져야

세종특별시 공직자들이 출범 초기 부조리 방지를 위해 자체 정화 수단으로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이다. 연기군에서 세종특별자치시로 국가균형발전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국내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하면서 과도기에 그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 중차대한 시기에,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되고 5개월째 접어들며 공직사회 의식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기관이 세종시 감사관실이다.

세종시 감사관실은 그동안 공직사회에서 일어났던 불합리한 관행과 공직자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해 세종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암행감찰 등 비위사실이 드러나면 엄단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칼을 빼들었다고 한다. 얼마나 실천할지 지켜볼 일이다.

세계 각국의 부패지수를 산출 및 공표하는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2011년 기준으로 10점 만점에 5.4점으로 세계 43위 순위다. 평균점수가 6.92점인 OECD 가입 34개국 중 27위로 부패지수가 높다. 문제는 현 정부 들어 국가의 부패정도를 가늠하는 부패인식지수가 3년 연속 하락했다는 점이다. 2008년 5.6점을 기록한 이후 2009년 5.5점, 2010년 5.4점으로 떨어진 데 이어 전년과 점수는 같으나, 국가별 부패지수 순위는 2010년 39위에서 2011년 43위로 4계단 떨어진 것이다. 부패인식지수는 해당 국가 공공부문의 부패인식과 전문가 및 기업인 등의 견해를 반영해 사회 전반의 부패인식을 조사한 것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부패정도가 심한 것이다. 부패인식지수는 뉴질랜드가 9.6점으로 가장 높았고, 핀란드 9.4점, 싱가포르 9.2점, 일본 8.0점, 미국 7.1점 등의 순이었다.

공직사회의 부조리 관행 등 유형을 살펴보면 크게 5대 분야로 분리된다. 첫째 공직기강 해이, 둘째 민원 불친절, 셋째 직무태만·부당행위, 넷째 회계업무 부적정 행위, 다섯째 공직자 비위행위 등이다. 따라서 세종시 감사관실은 11월 내내 강도 높은 공직감찰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번 모 식당에서의 해프닝은 우리 공직사회의 부패인식지수가 낮은데 기인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외상값을 안 갚고 있는 공무원들의 각성이 시급하다. 본보에서 ‘공무원 외상값 갚아라’는 보도가 나간 후 세종특별자치시 감사관실에서 공직자들의 외상값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서민들이 기대하고 있다. 

권력 교체 중인 중국 대륙에서 국민들로부터 청백리로 존경받던 원자바오 총리가 최근 자신의 가족들의 재산이 엄청난 것으로 밝혀져 망신을 산 바 있다. 수십 년 된 점퍼를 입고 재난현장에서 백성들의 손을 잡고 위로했던 원자바오 할아버지가 거짓투성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인 뉴스였다.

대한민국의 중추에서 일하는 신행정수도의 공직자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황희 정승의 백성사랑을 배워야 할 것이다. 공직사회의 최후의 보루인 감사관실을 믿고 지켜보겠다. “내 나라 백성은 배불리 먹어야 하네”라는 황희 정승의 말씀이 귓전을 스치면서, 외상값 등으로 서민을 골탕 먹이는 일부 공직자들의 개과천선(改過遷善)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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