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학대의혹, 의도된 편집으로 여론몰이(?)
어린이집 학대의혹, 의도된 편집으로 여론몰이(?)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7.06.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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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주장 학부모 A씨 자막과 함께 편집된 영상 온라인 상 유포, 부적절 비판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 자녀가 여자아이를 때리며 괴롭히는 장면<사진 가운데 윗 부분, CCTV 영상 캡쳐 화면>

세종시 어린이집 아동학대 의혹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론을 자극할 만한 '편집된' 영상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학대 의혹을 엄중하게 밝혀 처벌해야 한다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의도된' 영상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 A씨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입수한 CCTV 영상을 자막과 함께 편집,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상에 게시했다. 영상은 CCTV 화면을 직접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을 올리자 어린이집을 비난하는 댓글이 빗발치고 있다.

문제는 영상 일부가 피해 사실만이 부각되도록 자막과 함께 편집되어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A씨가 주장하는 학대 의심 정황은 모두 4가지 장면. 이 중 한 영상에는 교사가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A씨 자녀(남자아이)의 볼을 건드리는 모습과 함께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의 머리를 때리는 상황이 담겨 있다.

특히, 영상에는 '교사가 학생을 때리게 시키는 장면'이란 자극적인 자막도 포함되어 있어, 영상만을 볼 경우 아동 학대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영상에는 '왜 교사가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를 담고 있는 풀 영상은 빠져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시된 영상에는 A씨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맞는 장면만이 나타나 있다. 하지만 취재진이 입수한 다른 영상을 보면, A씨 자녀가 줄곧 여자아이를 때리며 괴롭혔고 이에 여자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후 과정을 살펴보면 말썽을 피운 A씨 자녀에 대해 학대가 아닌, 훈육 차원에서 이러한 행동을 했을 개연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마디로 애매한 상황이라는 것.

여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의도로 편집된 영상을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경찰은 어린이집으로부터 CCTV 저장장치를 통째로 제출받아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역시 영상을 토대로 학대의혹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어린이집 측은 학대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교사 B씨와 어린이집 원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억울함을 호소했다.

B교사는 "아이를 때리라고 시킨 것이 아니라 어떻게 된 일인지 아이들에게 묻는 과정에서 여자아이가 돌발적으로 A씨 아이를 치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영상에 나온 장면 이후 A씨 아이와 여자 아이를 화해시켰다. 그간 A씨 아이를 따뜻하게 대했는데 무슨 이유로 아이를 학대하겠느냐"고 울먹였다.

어린이집 원장 역시 "조사 결과 학대의혹이 나온다면 전적으로 책임지겠지만, 마녀사냥 식으로 여론몰이를 한다면 교사들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어린이집 측은 CCTV 영상이 유포된 것과 관련, 개인정보보호법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또한 교사를 폭행한 혐의로 A씨의 친인척도 고소한 상태다.

사건이 불거진 후 이 어린이집은 80여명의 원아 중 약 60여 명 이상이 퇴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들 역시 일부가 입원하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됐든 이번 사건의 본질이 '아동 학대' 의혹인 만큼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세종지부는 지난 9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아이의 학부모가 아동학대 신고를 했을 당시 경찰의 적극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1차적인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세종시청 역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맹비난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세종지부는 이날 오전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아이의 학부모가 아동학대 신고를 했을 당시 경찰의 적극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1차적인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세종시청 역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맹비난했다.

피해 학부모 A씨는 "어린이집 측에선 단순한 훈육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억측 주장에 아이와 가족들 모두 상처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2월 말부터 자신의 자녀가 등원을 거부하고 떼를 쓰는 등 아동 학대 정황이 지속적으로 벌어졌다며 지난달 15일부터 아이 등원을 중단시키고 같은 달 23일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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