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지역업체 '배려', 행정은 '배제'
시장은 지역업체 '배려', 행정은 '배제'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7.06.02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단상]안방 공사에 지역업체 아예 배제한 정신나간 세종시

케이블 TV CMB 대전방송은 한화 야구 중계할 때 마다 ‘편파 방송’을 한다. 일방적으로 홈 팀 입장에서 중계를 한다. 요즘은 ‘편애(偏愛) 방송’으로 용어를 순화시켰다. 편파든 편애든 지역에 연고지를 둔 한화 팬들은 이 방송을 즐겨 본다. 한때는 시청률 8%라는 경이로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세종시가 명학산업단지 공사를 하면서 지역 업체를 아예 배제해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저런 저간의 사정을 얘기하고들 있지만 결과는 앞 마당에서 벌어지는 공사를 지역업체는 쳐다만 보는 셈이 됐다.

결과만 보면 정신나간 세종시 행정이다.

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 업체 우선을 강조하곤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하지 않더라도 지자체장이 관내 업체를 챙기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다. 행정수도가 완성되면 기업 유치를 통한 자족기능 확보가 세종시의 제2의 성장 동력이 된다. 여기에서 지역 업체를 배려하고 지역 상품을 우선 구매할 당위성이 생겨난다.

자족기능 확보는 외부에서는 기업 유치가 있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있는 기업을 잘 챙겨주어야 한다. 요컨대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 환경이 만들어 질 때 세종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되고 좋은 회사가 오게 된다. 그게 선순환이다.

뭐 보도블럭 업체 하나 배제했다고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동잎 하나 떨어지는 걸 보고 가을이 왔다는 걸 안다’는 말이 있다. 기업체 등록 현황만 살펴봤어도 이런 잘못은 막을 수 있었다. 바꿔 말하면 입찰 책임자의 머리 속에는 시장이 그렇게 강조한 지역 기업 배려는 아예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 일을 우려하고 걱정하는 것이다.

업체의 일방적인 얘기가 될 수 있지만 영·호남은 지역 챙기기가 과할 정도다. 충청도는 입찰 가격을 깎고 또 깎아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이익만 준다. 그런데 그 쪽은 그렇지 않다. 업자 편에서 이익을 주려고 하는 대신 돈을 많이 벌면 사회에 환원을 강조한다. 어느 게 옳은 일일까.

조금 부족하더라도 지역이라는 가산점을 주면서 지역 업체의 성장을 함께 도와주어야 한다. 비단 이는 기관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시민들도 지역 상품 구매를 통해 지역을 발판으로 전국, 세계로 뻗어나가도록 해야한다.

여기에서 “창피해 죽겠다”라는 보도블럭 업체 대표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바로 앞 공사에 입찰도 못했느냐고 타 지역에서 위로 전화가 오지만 그 때마다 속도 상하고 창피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해서는 안 될 편파방송에 환호할까. 지역성 때문이다. 이걸 서울에서 방영하면 당연히 정신나간 방송이 된다.

   김중규 대표기자

행정도 그렇다. 세종시는 세종을 우선해야 한다. 공무원은 선거에 중립이지만 혹시 시장을 돕고 싶다면 행정을 잘 하면 된다. 이번처럼 말을 거꾸로 타고 채찍질해서는 안 된다. 사족이지만 이 일을 두고 개선은 커녕 해당 업체를 괘씸죄로 다스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