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등 단다고 복많이 받는 건 아니죠"
"큰 등 단다고 복많이 받는 건 아니죠"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7.05.02 10: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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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광제사 원행스님, "부처님 욕 먹이는 일은 하지 않아야..."
   광제사 원행스님은 불기 2561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쎄요. 스님들한테 속지 말라고 하죠.”

“큰 등(燈) 단다고 복(福)을 더 주시는 건 아니죠.”

“배려가 많이 필요하죠.”

불기(佛紀) 2561년 정유(丁酉)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원행(圓行)스님을 만났다. 부강에서 신탄진으로 향하는 국도변에 위치한 광제사를 찾은 건 지난 달 28일 오후 3시.

전통 공예품과 불상 등이 가지런히 정리된 층계를 지나 2층 종무소에서 스님과 마주하자마자 “저 보다 나이드신 원로 스님들이 많으신데...”라며 대담 자체를 약간은 부담스러워했다.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자 “말을 잘 못해서...”라고 끝을 흐리면서 준비된 차 한잔을 마시면서 얘기를 풀어나갔다. 스님 뒤로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산 풍경이 병풍처럼 유리창을 통해 보여 지고 있었다.

“부처님이 생전에 생신잔치를 하셨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제자들이나 불교신도들이 부처님을 그리는 마음에 챙기는 건 좋은 데 원래 뜻에 부합하는 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죠.”

‘모든 사람들이 즐기고 행복해하는 날.’

그게 부처님의 생각이 아니겠느냐는 게 스님의 말이었다. 모든 날이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한 만큼 이날 하루라도 사부대중들이 행복해지길 바랐을 것이라는 뜻이다.

‘속지 말라’, ‘큰 등 단다고...’ 등 파격의 말을 모두(冒頭)에 한 스님은 불자들에게 법문은 어떤 걸 강조할까.

“부처님은 나를 위해 등을 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그렇게 하는 건 중들이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고 부처님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아니죠. 부처님은 욕심을 버리고 성냄과 어리석음, 즉 어둠을 밝히는 마음과 지혜의 등불을 켜기를 바랐죠.”

그는 법문에서 “큰 등을 단다고 해서 복을 더 주시는 건 아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돈의 근수(斤數)’를 강조한다. 요컨대 같은 만원짜리라도 밤새운 노름꾼이 내는 것과 꼬부라진 할머니가 정성을 다한 돈은 무게가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생(衆生)은 돈의 액수를 보지만 성인(聖人)은 돈의 무게를 본다는 말도 곁 들었다.

은은한 향기가 있는 차를 몇 잔 마시면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신도 2명이 들어왔다. 반갑게 맞으면서 간단한 수인사 후 대담을 계속했다. 스님은 조용하면서도 잔잔한 말투로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고 간결하게 전했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오늘 날 필요한 건 ‘배려’가 아닐까요. 여러 가지 많이 있겠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으면 큰 일이 나더라도 협의를 통해 답을 찾을 수가 있지 않겠어요.”

   스님은 대화 도중 다양한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표현했다.

스님이 말하는 배려는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주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나와 다른 생각,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배척하고 무시하거나 존재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말했다. 그들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같은 걸 강요하지 않는 게 배려라는 뜻이었다.

이 대목에서 스님은 부처님의 일화를 소개했다. 오랫동안 간병(看病)이 큰 공덕이라는 말을 하면서 “남이 싫어하는 일을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변치 않고 꾸준히 하는 게 수행이고 배려”라고 덧붙였다.

‘배려’로 시작한 화두가 세종시로 까지 연결됐다. 세종시민들에게는 어떤 배려가 필요할까.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얘기지만 스님의 입을 통해 재확인하고 싶었다. 스님은 아주 정확히 문제를 집어냈다.

“계획지역과 원주민들 간에 지나친 우월감과 불필요한 주인의식이 문제죠. 계획지역에 사는 세종시민들은 원주민을 같은 시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원주민들은 소외감을 넘어선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게 그렇죠. 주변지역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곳에서 살았던 원주민인 만큼 배려가 있어야 하고 주변지역은 피해의식보다는 원주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져야 발전할 수 있죠.”

원행스님과 대화는 큰 틀에서는 어느 정도 나누었다. 사회가 필요한 것이라든가 부처님 오신 날 의미 등등... 이제는 좀 더 작은 문제를 묻고 싶었다. 그래서 화가 날 때는 어떻게 하는 지를 물어보았다.

“저는 화를 냅니다. 아무한테나 닥치는 대로 내는 게 아니라 한번은 거르고 그래도 튀어나오면 ‘저런 부자가 될 ×이 있나’고 하죠, 그게 저한테는 욕이죠. 승려가 개××하면 부처님과 불교를 욕 먹이는 일이지요. 화를 내지만 독(毒)을 빼고 낸다고 해야죠.”

출가한 사연도 궁금했다. 어릴 적부터 말이 없는 소년이었다는 자신의 성격이 스님의 신분으로 이어진 것 같았다. 중,고교 때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정도 밖에 하지 않을 정도로 이때부터 묵언수행(默言修行)(?)을 했다.

욕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장난이 없고 말이 없는 3무(無)로 청소년 시기를 보냈다. 대학 2학년 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불교 관련 책을 보다가 “어라! 이런 세상도 있네”하고 그 길로 출가했다. 집에서 보면 가출이고 본인의 입장에서는 출가였다며 큰 소리로 웃었다.

“책을 많이 봤는데 사실 종교적인 것보다는 철학적인 성격으로 접근했어요. ‘아! 세상을 이렇게도 볼 수가 있네’라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편하고 좋았어요. 부귀와 명예에 목숨을 거는 세상인데 그게 다 부질없다는 내용이 와 닿았다는 말이죠.”

불교 공부를 계속하면서 본래 가르침과 실제적으로 이뤄지는 것과는 차이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괴리감을 느꼈지만 이 걸 안했으면 뭘 했을까하고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사회 생활을 잘하고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말이 괴리감을 갈등으로 까지 확대 재생산시키지는 않았다.

“불교에 원리주의는 없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부처님은 마음의 병을 고쳐줄 뿐 육신의 병을 치유하지는 못하지요. 절에 와서는 부처님을 생각하고 절 문을 나서면 다 잊어버려서는 안 되죠.”

   광제사는 세종시 부강면 부강리에 위치한 사찰로 원행스님이 취미로 모은 여러가지 전통 물건들이 많이 있다.

스님은 전통적인 것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얘기했다. 어려서부터 이런 것에 관심을 보이다보니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출가와 연관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생활에 만족 여부는 모르나 후회는 안 해봤다는 말로 심경을 정리했다.

인터뷰가 말미로 가면서 “목표가 뭐냐”는 질문에 “밥 값하면서 사는 것”이라며 “거창하게 도를 이루고 사는 건 모르겠고 남한테 손가락질 안 받고 사는 게 부처님이나 불교를 욕 먹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찻물이 두 번 비워질 때까지 약 50분간에 걸친 대담을 끝이 났다. 광제사를 나서면서 기억에 남는 건 “부처님을 욕 먹이지 않게 하는 일”이라는 말이었다. 그게 불교에서 지켜야 할 명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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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5 2017-05-02 12:08:13
철세정치인 배신? 정치공학? 소신?
야이자슥아 종이 신문보았는데 디지털신문본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