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세종시 나무를 아십니까"
"당신은 세종시 나무를 아십니까"
  • 임비호
  • 승인 2017.03.1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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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비호칼럼]세종시가 품고있는 소나무<1>, "시 나무에 관심을..."
   금강천 금강천리 트래킹 중 성당포구 당산나무 아래에서 최수경 선생이 해설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자연환경으로 바라 본 세종의 역사문화’란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 도중 “세종시의 상징나무, 일명 시목(市木)이 무엇인지 아세요?”라고 물어 보았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의외였다. 시목(市木)을 아느냐 모르느냐라는 문제보다 그런 것이 있었냐는 표정이었다. 시목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그날 강의에 온 대부분 사람들이 최근에 세종시로 전입 온 사람들이기에 이런 것까지 관심을 갖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참석자들의 표정이 계속 잔상으로 남아 나의 머리에 어슬렁거렸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요사이 이런 자문을 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징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고 하는데 세종시 상징나무(시목)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고....

우실하 교수가 쓴 『전통문화의 구성원리』란 책을 보면 과거 동양사회에서 새로운 왕조(천자)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새로운 음(율려)을 만드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법령과 제도의 정비보다 이 일을 먼저 했다는 것이다.

세상의 변화는 하늘과 땅의 기운이 바뀌어야 가능하고, 새로운 왕조는 변화 된 하늘과 땅의 기운에 부합하여야 가능했다. 당시의 사람들은 하늘과 땅의 기운이 가장 집약 된 것으로 곡식 기장을 꼽았다고 한다. 그래서 곡식 기장 한 알을 기본 단위로 하는 새로운 음을 제정하여 새로운 왕조의 정통성을 세우고, 새로운 질서의 기준을 정립하려 우선적으로 선포했다는 것이다.

곡식 기장이 정말로 하늘과 땅의 기운을 가장 잘 집약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이 제정한 음(율려)이 하늘과 땅으로부터 새로운 왕조가 통치를 위임 받았다는 것과 새로운 질서의 기준을 선포하는데 상징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이를 증명하는 소재로 곡식 기장이 사용 된 것도 확실하다.

   전월산 정상과 독락정<사진 오른쪽>에 있는 소나무, 기개가 세종시를 대표할 정도록 고고하면서 기품을 자랑하고 았다.

곡식 기장이 새로운 왕조의 통치 정통성과 새 질서의 상징으로 쓰였듯이 종종 나무들도 우리 주변에서 여러 가지 상징으로 활용되었다. 종교사나 역사문화적인 측면에서 생명의 근원, 우주의 창조성, 우주의 중심이 되는 우주목(宇宙木)으로 상징화 되거나 신성한 신적 존재를 나타내는 신목(神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단군신화에 보면 신단수라는 나무가 나온다. 환웅이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인간을 다스렸고, 웅녀는 신단수 아래서 기도하여 사람이 되고,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을 낳았다라고 한다. 여기에서 신단수는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연결하는 축이자 생명력이 흐르는 통로로 상징화 된 것이다.

또한 마을 공동체가 모여 마을 굿을 할 때 정령이 깃들었다는 당산나무 아래서 거행했다고 하는데, 이때의 당산나무는 단순한 그 이상의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당산나무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령스런 성물이면서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중심 역할을 수행하였다.

아마도 이런 잠재적 문화유산 때문에 많은 지자체들이 각각의 상징나무를 선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동네별로 당산나무를 가지고 있던 전통이 무의식적으로 전승 된 것이 지금의 상징나무(시목)가 아닐까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자체별 상징나무(시목)는 각 지역 공동체의 정신적인 중심 역할을 했으면 하는 염원에서 제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종시의 상징나무(시목)은 ‘소나무’이다. 세종시 홈페이지에 있는 세종의 상징물 나무 편에는 소나무로 선정된 이유를 “자태가 웅장하면서 수려하여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굳은 기상을 나타내며 세계적인 명품 행복도시로 발전하는 세종특별자치시의 바르고 푸른 기상을 상징하며, 우리나라 전국의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상록수이기 때문이라고 쓰여 있다.

세종시 홈페이지의 설명을 읽고 있자니 뇌리에 전월산 정상 상려암 옆에 서있는 소나무와 금강 변 독락정 뒤 나성 위에 조성 된 소나무들이 떠올랐다.

   세종시청에 정원에 들어서 있는 상징 소나무.

전월산 상려암 소나무는 전월산 정상에 바위틈 사이를 뚫고 홀로 바람을 벗 삼아 푸른 하늘을 향해 서 있다. 한쪽으로 너른 장남들판과 호수공원 그리고 행복도시를 굽어보고 있으며, 또 다른 한쪽으로는 굽이쳐 흐르는 금강과 미호천이 합수하는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더욱이 고려의 충신 임 난수 장군이 역성혁명으로 조선이 개국 되자 시대에 영합하지 않고 올곧은 절개를 지키고자 모셨던 왕을 기억하며 절을 하였다는 상려암 옆에 있으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일반적으로 소나무가 우리 민족의 굳고 푸른 기상을 나타내는 상징 소재로 쓰였다면 전월산 상려암 소나무는 그런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금강 변 독락정 뒤 나성 위 소나무들은 비록 조성 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자태가 수려하여 사람의 정성이 빚어낸 기품을 느낄 수 있어 그 맛이 새롭게 다가오다. 자연이 사람을 낳았지만 사람이 자연을 가꿀 수 있다는 아름다운 상생의 조화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소나무가 세종시의 상징목이라 하니 더 정겹게 느껴지는 풍광이다.

   전월산 상려암 소나무가 굽어보는 합강 습지 쪽 풍경.

우리 세종시는 현재 나무, 새, 꽃에 대한 상징물을 지정하긴 하였지만 이를 공동체의 중심으로 활용하는 것 까지는 아직 힘이 미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 중요하고 급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에 사는 의미를 찾는다는 관점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이번 기회를 기점으로 좀 더 세종시의 위상과 어울리는 구체적인 상징나무를 더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 나아가 소나무에 대한 생태학적인 관찰과 효과적인 홍보 방법도 모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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