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님, 외상값 좀 갚으세요”
“공무원님, 외상값 좀 갚으세요”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2.11.02 14:4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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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 칼럼] 배경없고 힘없는 백성은 어떻게 살란 말인가

   신도성 편집위원
지금 이야기는 과장된 말이 아닙니다. 관공서 앞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백성들의 피눈물 나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우리 사회의 절대 권력자인 공무원들의 외상값 때문에 죽어나는 서민들의 하소연입니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손님도 없고 심란해지는 날이 하필이면 관공서 월급날인데요. 관공서를 향해 공무원 나리께서 외상값을 갚으러 오나 하고 목을 길게 빼고 가게 문을 늦게 닫고 기다려봅니다. 그런데 개미 한 마리 찾아오는 놈도 없어 축 처진 어깨로 집에 들어갈 때 마음속에서 불이 확확 난답니다.

얼마 전 우리가 사는 세종시에서도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세종시청 공무원들이 한 식당에서  식대를 깎으려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습니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시민이 운영하는 한 식당에서 밥값과 술값을 깎아서 계산하려는 걸 옆에서 바라본 시민이 제보해 기사화된 바 있습니다.

이날 저녁 회식자리는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마치고 모인 자리였다고 하니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분노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자리를 겸하고 70만원에 가까운 식사비와 술값이 나왔지만 세종시에서 지급된 법인카드로는 50만원 이상을 사용할 수 없어 50만원 선으로 식사비와 술값을 조정하려고 금액흥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이에 식당 주인이 항의하자 법인카드로 50만원을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감사관실 한 공무원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누구 말처럼 정말 더러워서 이민가고 싶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 공무원님들 정말 왜 이러십니까? 아직도 백성 알기를 우습게 알고 계신 분이 있나요? 90년대 말에 컴퓨터와 각종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보는 눈이 많이 늘어나서인지, 교통순경이 단속에 걸린 차량 운전자를 상대로 공공연히 돈 받던 일들이 사라졌는데요. 뇌물 받는 공무원에 대한 인식은 이제 외상값 안 갚는 공무원으로 둔갑하여 백성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부패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들의 외상값은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지난해 연말에 충북도청 공무원들이 자주 드나들던 청주 시내 한 음식점 사장이 ‘도청 공무원 절대 사절…안 받습니다’라는 문구를 식당 앞에 내걸어 뉴스가 된 적이 있습니다. 4년 동안 도청 앞에서 음식점을 했다는 이 집 사장은 일부 공무원들이 외상값을 갚지 않아 빚을 진 채 식당 문을 닫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1억원 이상의 외상값 때문에 자금 회전이 안 된 것이 이유라네요.

과천정부청사 주변에도 지난 7월 “외상값 갚고 세종시로 가라”는 외상값 현수막이 내걸려 서민의 아픔을 엿보게 했습니다. 3억 원 외상값 그대로 두고 가면 과천 주변 음식점은 다 망할 것이라는 내용이 버젓이 게재됐는데요. 이 현수막은 무슨 이유인지 걸린 지 며칠만에 철거됐지만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식당 주인들의 고충이 드러난 장면입니다.

공무원 외상값은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외상값은 매년 언론지상에 단골메뉴로 기사화되고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척결하라는 지시를 내려도 안 고쳐지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전국의 각 관공서 앞에 있는 식당이나 술집, 문방구 등 가게에는 보통 외상 장부가 수십 개씩 비치되어 있습니다. 각 과별로 공무원들이 떼 지어 관공서 주변 식당을 돌아다니며 외상으로 밥과 술을 먹어놓고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개운하게 갚지를 않고 질질 끌고 있습니다. 일부 파렴치한 공무원은 신분상의 위치를 이용하여 힘없는 영세 식당에 외상 거래 장부를 개설해 놓고, 점식은 물론 저녁 회식, 그리고 심지어는 자기 가족 동반 외식까지 해 놓고도 거래 장부에다가 직원회식을 한 것처럼 허위기재를 하거나 개인 돈으로 사야 할 담배값까지 외상장부에 기재하는 등 가관이랍니다. 관공서 실과 당 수백만원 씩의 외상값을 불려 놓고는 실제 결재는 매달 고작 20만~30만원씩 하다 보니, 2년여 거래기간 동안 누적된 외상값 총액이 1억 원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지간한 영세식당으로서 외상 매출에 따른 미수금 증가와 유동성 악화로 망할 수밖에 없지요.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런 공무원들의 집단적 외상테러에 시달리다 못한 업주가 관공서에 찾아가 외상값을 갚으라고 요구하면, 그나마 양심적인 공무원들은 “부서 공통경비가 상한선을 넘었다”라거나 “매달 조금씩 갚아주겠다”며 구두 약속이라도 하지만, 파렴치한 이는 “ 그만한 외상은 기본 아니냐”며 면박까지 준다고 하니, 칼만 안 들었지 준강도나 마찬가지라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신 나간 자들은 “서무담당이 바뀌어서 채무자 행불로 채무확정이나 변제불능이다” “상사채권의 소멸시효가 몇 년인지 아느냐” “음식료대 소멸시효는 1년(?)이므로 채권이 이미 소멸했으니 돈 받을 생각은 접어라”는 등의 언사로 희롱까지 한다니 이게 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소리입니까.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상당수는 잘 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부패의 먹이사슬처럼 외상값을 안 갚는 일부 추잡스러운 공직자들을 고발합니다. 성현들은 누누이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호의호식하고 있는 곳도 모자라 불쌍한 서민을 등쳐먹는다고 하면 그 자야말로 철밥통이라고 비난받아도 마땅합니다.

차기 대통령은 공무원들의 집단 외상 테러를 척결해야 합니다. 또한 각 지방 자치제장들은 자기 조직에도 파렴치한 외상값 떼먹기 행태가 없는지 대대적인 내부 단속을 벌여야 합니다. 외상값을 갚지 않는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외상장부에 기록된 내용을 지자체 예산으로 일단 갚고 나서 모조리 개인 급여에서 갚도록 조치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외상값이 해결이 안 되면 시민단체와 언론 공동으로 외상값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입니다. 혹시 세종시청의 전신인 연기군청 시절 외상값을 안 갚고 승진하거나 부서 이동하여 모른 체 하시는 분 계시면, 망신당하기 전에 얼른 갚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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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더 2012-11-12 20:46:11
공무원들 반성하세요

parkseo 2012-11-06 14:05:51
정말 그렇습니다. 공무원은 국민의 종이거늘. 공무원님들 각성하셔요.

seobosss 2012-11-05 15:24:20
해도해도 너~~~~~~~~무한것 같아요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습니다 먹고 값고 외상하고 또 값으면 되는데...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회자정리 이고 제발 좀 빨리 값아유.......

장도혁 2012-11-03 19:24:01
신도성 편집위원님의 글을 읽으며 왠지 모르게 가슴한 곳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났습니다. 공무원님들, 우리 사회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시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안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