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이 이게 뭐야"...이관받자마자 '보수'
"수영장이 이게 뭐야"...이관받자마자 '보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7.03.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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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청→세종시 이관 공공시설물, 이용자 편의 무시한 설계로 빈축
   행복도시건설청이 건립해 지난달 세종시로 이관한 보람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수영장이 곧바로 시설 개선공사에 들어가면서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보람동 복컴 수영장 전경>

"애초부터 잘 지었다면 불필요한 예산을 쓸 일도 없었을 텐데..."

행복도시건설청이 건립해 지난달 세종시로 이관한 3-2생활권 보람동 복합커뮤니티센터(복컴) 수영장이 곧바로 시설 개선공사에 들어갈 처지에 놓이면서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각종 공공건축물을 특화해 세종시를 건축박물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행복청이 정작 시민 편의에 맞는 꼼꼼한 건축물 건립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 보람동 복컴 수영장, 시민 편의 외면한 화장실 '논란'

12일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준공되어 행복청으로부터 넘겨 받은 보람동 복컴 수영장은 현재 대대적인 리모델링과 개선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행복청에서 건립하는 시설은 기본적인 뼈대만을 갖추고 있어, 시설을 사용하는 세종시가 이용자 입장에서 리모델링을 해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

문제는 수영장 내부에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 추가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수영장에 남녀 각각 고작 1개씩의 화장실만이 설치되어 있다"며 "이 상태로 개관하게 되면 민원이 나올 수밖에 없어 추가적인 개선공사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자화장실에 소변기 2개와 대변기 1개를, 여자화장실에는 대변기 2개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예산도 추가로 투입된다. 리모델링 예산 총 3억여원 가운데 화장실 설치에만 8천여만 원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애초부터 이용자 편의를 감안해 설계했더라면 아낄 수 있는 혈세라는 점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민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보람동에 거주하는 한모씨는 "주민 편리를 최대한 고려해 꼼꼼하게 설계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행복청의 꼼꼼한 행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개선 공사가 이뤄지더라도 이용 편의가 떨어진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거리다. 기존 화장실 면적이 좁은 탓에 확장이 불가능해 창고와 응급실을 쪼개 화장실을 새로 설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탈의실 쪽에 위치해 있는 기존 화장실에 비해 이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것.

수영장 개장도 공사를 모두 마친 7월경으로 늦춰져 주민 불만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 행복청→세종시 이관 시설물, 이용자 편의 무시 및 하자 '잇따라'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행복청과 LH가 건립해 이관하는 시설물들은 설계 과정에서 이용자 및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논란이 되어 왔다. 하자 또한 잦다는 지적이다.

'한솔중학교 수영장'과 '아름동 스포츠센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2년 한솔중 개교와 함께 세종시교육청으로 이관된 한솔중 수영장은 내부 시설 안전문제와 보수공사 등으로 2년여 넘게 방치되다가 겨우 운영에 들어가면서 시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보람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수영장 내부에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 시설 개선이 추가로 진행중이다. <사진은 남자 화장실 모습>

아름동 스포츠센터 역시 세종시가 2014년 이관 받은 후 1년여 넘게 사용하지 못했다. 샤워장 간격이 좁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는 5억 2천여만 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대대적인 하자보수공사를 마친 후에서야 겨우 시민들에게 개방할 수 있었다.

세종시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복합커뮤니티센터, 광역도로, 공원, 환경기초시설 등 총 45개의 시설물을 행복청과 LH로부터 인수받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물을 인수받는 과정에서 수많은 하자가 발견되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운영된 세종시의회 공공시설물 인수점검 특별위원회(위원장 안찬영)는 이관 받을 시설물들을 미리 꼼꼼하게 점검해 130억원 정도의 예산을 절감한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을 정도다.

안찬영 전 위원장은 "시설물들을 점검해 보면 하자가 예상 외로 많다"면서 "행복청과 LH에서 건립하는 시설물들에 대해 세종시 공무원들이 건축물 초기 설계단계부터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관계자도 "시설물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데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면서 "설계단계부터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고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반영하는 등 긴밀히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행복청과 LH는 오는 2030년까지 세종시에 총 110여개의 공공시설물을 이관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45개 시설물 이관을 완료했고, 2017년에는 15개, 2018년 이후에는 50개를 이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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