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끝내 헌재 결정에 불복하다
박근혜, 끝내 헌재 결정에 불복하다
  • 김선미
  • 승인 2017.03.1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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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내 편만 국민이었던 대통령의 말로, "마지막 모습 졸렬"

‘저들’을 응징해 달라”고 선동하는 전직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김선미 편집위원

‘대통령의 헌재 불복’. 기우가 현실이 되고 있다. 비록 속은 쓰리고 아프더라도 대통령직을 내려오는 마지막 순간만큼은 의연한 모습이길 바랐다.

그러나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다수 국민들의 예측을 저버리지 않았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8:0 재판관 전원 일치로 선고된 지 이틀이 지나도록 탄핵 승복은 고사하고 청와대에 칩거한 채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도 전하지 않았다.

이틀 동안 입장 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다 12일 해가 져 어둑어둑한 시간에 끝내 국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그렇게 청와대를 떠났다. 자신을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모든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마지막도 그동안의 행적만큼이나 졸렬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보였다.

파면 후 침묵으로 일관, 지지자들 앞에서는 보란 듯이 활짝 웃다

그런데 30분 후 도착한 사저 앞 지지자들에게는 차 안에서부터 손을 흔들며 활짝 웃어 보였다. 전후 사정 모르는 이들이 보았으면 금의환향 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래도 한 때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이다. 물론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전 국민을 잠 못 이루고 화병 나게 만들고 나라를 수개월 동안 혼란과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던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타부타 말 한마디 없다가 자신의 열혈 지지자들 앞에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란 듯이 그토록 여유 있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담소를 나누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침통함을 감추려 일부러 과장되게 밝은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없지만 화기애애한 노변정담이 따로 없었다. 청와대를 조용히 떠나 왔듯 지지자들 앞에서도 목례 정도 하며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했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화합과 통합 대신 법정 투쟁과 사실상 불복 선언 담은 4줄짜리 메시지

그리고 이후 나온 청와대 시절 옛 대변인에게 대신 읽게 한 메시지는 말을 잃게 한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딱 4줄 짜리 대국민 메시지에는 끝내 진솔한 사죄의 말도 더 더욱 헌재 심판에 대한 승복 내용도 없었다. 공적인 대통령 자리를 40년 지기의 사설 민원창구로 전락시키다 ‘파면’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불명예 퇴진을 당하고도 부끄러움도 미안함도, 하다못해 회한도 담지 않았다. 그래도 한 때 대통령을 지낸 이로서 비록 그것이 빈말일지언정 국민적 화합과 통합을 호소하는 내용은 아예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다.” 2004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그녀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했던 발언이다. 헌재가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 뒤였다.

사진 출처 : SBS 뉴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당장 민간인 박근혜를 소환 수사해야

그랬던 그녀가 13년 후 자신에게 선고된 헌재의 결정에는 암묵적으로 불복을 시사해 또 다른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골목길의 그 환한 웃음은 ‘불복’이라는 표현을 콕 집어 말하지는 않았으나 ‘승복’이라는 명시적 표현이 빠짐으로써 향후 법정투쟁과 함께 사실상의 '불복 선언'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화합과 치유가 아닌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서주 같아 섬뜩해진다.

이러다 설마 자신으로 인해 치르게 되는 조기 대선 과정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친박 후보를 당선시켜 “자신을 음해한 ‘저들’을 응징해 달라”고 선동하는 전직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으니 검찰은 당장 민간인 박근혜에 대한 수사를 시작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그도 당연히 검찰 소환에 응해야 할 것이다. 이쯤 되면 검찰이 부르기 전 자신이 먼저 조사를 자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진실이 밝혀질 것이 아닌가. 끝났다고 끝난 것이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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