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 키우는 데 온 마을 필요"
"한 아이 키우는 데 온 마을 필요"
  • 송두범
  • 승인 2017.03.1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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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범칼럼]마을이 학교...창의력 키워주는 다양한 학습의 장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라면 ‘마을이 학교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오늘날 교육에서 마을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마을이란 도대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아이들은 학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마을에서 시간을 보낸다.

집을 나서면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아파트단지도 마을이요. 부모들과 산책하는 작은 공원도 마을이다. 아이들은 마을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4계절 자연과 만나 교감한다. 학교나 방과 후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학습이 아니다. 아이들이 마을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일상이 학습이고 교육이다. 마을은 그래서 중요하지만, 우리 시민들은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마을학교가 미래 교육을 책임지는 새로운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미래세대의 교육을 담당하는 세종시교육청이 마을에서 행해지는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하다. 2016년에는 첫마을6단지에 ‘마을학교’를 개설하고 주민들이 교사로 참여하는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였다. 올해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공모한 결과 8개 분야 14개 세종마을학교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탈락한 마을학교가 상당수에 이른다. 신청한 24개 마을 모두 마을학교로 운영이 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세종마을학교 활동형태도 방과후형, 공동육아형, 놀이형, 지역역사 알기, 다문화이해, 청소년밴드, 글쓰기, 생태교육 등으로 다양하다. 이러한 경험을 축적하여 몇 년 후에는 세종시 전체에 마을학교가 개교하기를 기대해 본다.

세종시교육청에서는 2016년 ‘세종시마을교육공동체활성화지원에관한조례’를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제정했다. 이 조례는 학교, 마을, 지역사회가 연대하고 협력하는 교육생태계 조성을 위해 세종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조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는 어른들의 마음이 담겨 있어 고마운 생각이 든다. 조례에 근거하여 사업을 하다보면, 사업을 위한 사업이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마을학교만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마을에서 입시나 시험에 대한 부담 없이 신나게 노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시작해도 성공한 것이 아닐까?

2015년 세계교육포럼에서 셀던 새퍼 아시아 태평양 영유아네트워크 대표는 “한국은 대표적인 저출산국가여서 부모가 자녀에게 너무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한다. 교육열은 나쁜 게 아니지만, 과도한 부담은 인격성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자나 팔로자비 핀란드 교육문화부 국제협력관은 “한국의 성장에 교육이 바탕이 되었다는 건 모두 공감한다. 다만, 주입, 암기식교육은 변화가 필요하다”.

외국인들이 말하는 이러한 문제를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모를까? 학부모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나라 교육문제는 ‘공교육 붕괴, 경쟁・입시교육’이라고 정확하게 진단한다. 그러나 그 대상이 내 자식일 때 이러한 진단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래서 마을학교가 필요하다.

제4차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현재 초등학교에 재학중인 어린이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에도 학교는 여전히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것인가?

많은 학자들은 전통적인 학교보다 온라인학교로 변모할 것이고, 체험중심의 학습이 확대되며, 학문간 융복합이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학교는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 학교 내의 규칙이 존재하는 공동체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전망한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도 여전히 지금과 같은 학습형태가 유용할까? 토의・협력학습, 창의융합형 학습, 탐구학습은 학교보다 마을학교에서 활성화 될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을까? 아직은 세종마을학교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인문, 예체능 분야를 벗어나기 힘들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학습의 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고맙게도 세종시에는 4차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송두범, 영남대 졸업, 행정학 박사(지역사회개발전공), 충남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 및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행복도시건설청 세계최고도시만들기 포럼위원, 세종문화원 이사, 이메일 : dbsong@cdi.re.kr

마을학교는 학교교육이 하지 못하는 많은 실험들을 할 수 있다. 제도와 규격화된 틀을 벗어나기 어려운 학교교육보다 자율과 창의성 있는 교육과정 편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갓 시작한 세종마을학교가 4차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야할 우리 아이들에게 인공지능이 갖지 못한 창조적이고, 인간적인 학습의 장이 되기를 열망해 본다. 마을학교를 위한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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