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베풀어야 부자됩니다”
“먼저 베풀어야 부자됩니다”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7.02.23 15: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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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만석꾼 농부로 자수성가한 김은기 농업법인매바위 대표

   자수성가로 만석꾼이 된 김은기 대표가 농업법인매바위 정미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만석꾼’ 이라는 단어는 ‘곡식 만 섬을 거두어들일 정도의 논밭을 가진 큰 부자’를 말한다. 말로만 듣던 만석꾼이 세종시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주위를 도우며 살고 있다. 세종시 연동면에서 정미소 등을 운영하는 김은기농업법인매바위 대표(71)가 주인공이다.

17세부터 50여 년 간 농사를 지어 만석꾼으로 자수성가한 그는 “일할 때가 가장 즐겁다”며 “돈과 재물이 사주팔자에 태어난다고 하지만 열심히 일하면 오게 되어있다”는 부자의 비결을 토로한다.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못 할 게 없다는 지론이다.

세종시 연동면 갈산리가 고향인 김 대표는 타고 난 농부로 70대인 요즘도 새벽 3시면 저절로 일어나는 천부적인 일꾼이다. 고향에서 선비로 마을훈장을 하던 선친 김일병 선생의 2대독자로 태어났지만 어려서부터 공부하기를 싫어해 선친으로부터 수없이 회초리를 맞으며 자랐다. 연흥초등학교를 나와 부강중학교 2학년 때 부친에게 “아버지, 공부를 안 해도 아버지의 착실한 아들이 될 테니까 그만 놓아주세요”라며 호소하여 부친의 허락을 받아 17세부터 농사일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25세에 결혼하여 가장이 됐다.

하지만 결혼한 25세 때 선친이 대전에서 건설회사를 하는 지인과 사업을 같이 하면서 부도가 났고 집안의 재산이 모두 날아 갔다. 당시 자유당 시절에 집으로 몰려온 빚쟁이들은 재산을 빼돌렸을 것이라고 경찰에 무고하여, 김 대표는 경찰서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했다. 당시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관에게 “다른 것은 참아도 매는 못 참겠다”며 “몸이 재산인데 몸이 망가지면 빚도 못 갚으니까 나를 놓아주면 열심히 일해 5년 안에 원금을 다 상환하겠다”고 설득하고 채권자를 달래 위기를 넘겼다.

머슴살이 하며 악착 같이 돈벌어 5년 만에 아버지의 빚 다 갚아

김 대표는 “사람이 코너에 몰리니까 겁이 없어지더라”며 이후 27세에 처음 남의 집 머슴살이에 나서 2년간 머슴을 살고 29세에 정미소 일군으로 일하다가 31세에 빚을 얻어 갈산리 2구 고향에서 정미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모질게 굴었던 빚쟁이들이 정미소를 한다고 하자 보증을 서주고 열심히 살도록 후원해준 덕분에 정미소를 잘 운영하여 약속대로 5년 안에 빚을 다 갚았다. 이 때 ‘원수가 은인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인연의 소중함과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원리를 느꼈다.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빚을 갚고 조금 살만 하니까 허망한 마음이 들었던지 김 대표는 33세에 정미소의 문을 닫았다. 당시 시설이 열악한 정미소의 먼지로 인해 정미소 주인들이 폐병에 걸리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여 폐업해버린 것이다. 2년을 놀던 그는 아내와 아이들의 가장으로서 마냥 놀 수가 없어 다시 현재 위치(연동면 매바위길 3)에서 3년 간 문을 닫은 정미소를 인수하여 이사를 했다. 그런데 문제가 심각했다. 전 정미소 주인이 방아를 찌면서 비양심적으로 운영하여 ‘도둑 방앗간’으로 소문나 사람들이 찾아오지를 않았다. 정미소를 개업하고 손님이 없어 한 달 간을 고민하던 김 대표는 고민 끝에 “한 달 간 빈 방아를 돌려보자”고 작정하고 손님이 없어도 빈 방아를 돌리기 시작했다.

   남에게 베푸는 것과 근면 검소함을 강조하는 서예글씨가 김 대표의 철학을 말해주고 있다.

동네사람들은 정미소에서 방아소리가 들리자 관심을 보였고, 김 대표는 동네를 돌며 친근감을 조성하고 기르던 닭을 동네 사람들에게 나주어 주는 등 선물과 친절공세로 인심을 얻어 정미소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친절하게 열정적으로 일해 탁월한 사업 수완으로 인근 마을의 정미소 3곳을 다 구입하여 하나로 합쳤다.

“덕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경사가 있고, 근면하고 검소한 사람은 큰 공 이룬다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지만 남이 알아주어야지 나만 혼자 독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김 대표가 근무하는 사무실 안에는 한자로 쓴 서예 글씨 한 점이 걸려 있다. “積德家必有餘慶 勤儉者能成大功(적덕가필유여경 근검자능성대공: 덕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경사가 있고, 근면하고 검소한 사람은 능히 큰 공을 이룬다)”는 가훈이자 좌우명이다.

세상은 혼자만 사는 게 아니고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실감한 후 30대 초반에 빚을 청산하고 나서 “원수와 은인이 내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인과응보의 우주진리를 깨닫고 불교와 인연을 맺어 틈틈이 인근 사찰을 찾아 스님들을 만나 마음공부를 했다. 불연(佛緣)은 자식 대에 개화했다. 바로 김 대표의 6남매(4녀 2남) 중 셋째 딸이 불가에 출가하여 스님이 된 것이다.

셋째 딸은 국립대 법대를 나와 고시공부를 하다가 범어사에서 출가하여 강사 스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스님이 된 딸을 위해 고향인 연동면 야산에 절을 창건하기로 하고 현재 건축이 진행되어 내년에 개창할 예정이다.

20여 년 전 세종시의 앞날을 내다보고 전북 김제 등에 농지를 구입하여 현재 벼농사만 40만평을 짓고 있다. 또한 농업법인매바위 대표로 위탁영농, 청결미 도소매, 육묘농장, 농기계포털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든든한 것은 김 대표를 도와 큰 아들 김정수(37세)씨와 작은 아들 김정협(35세)씨가 아버지 사업을 이어 열심히 일하고 있다. 큰아들 정수씨는 대외적인 업무를 맡고 있고, 작은 아들 정협씨는 충북대 농대를 나와 영농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정협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존경하는 인물로 아버지를 썼다”며 “아버지의 탁월한 식견과 근면함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항상 연구하며 살아라. 남과 똑같이 해선 성공 못 한다. 오늘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을 했는지 살펴보고 매일 반성하라”고 가르치는 아버지의 인생경영철학이 감동적이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은 “일하실 때 가장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큰 바위 얼굴처럼 가슴에 새기고 있다.

김은기 대표는 고생 끝에 엄청난 재산을 일구면서도 어려운 주변 사람들을 잊지 않고 수십년 간 보시를 베풀었다. 올해도 설 명절을 앞두고 세종시 관내 저소득가정에 떡국떡 2400㎏(3㎏ 800개)을 나누어 주었다. 그동안 설과 추석 등 명절에 떡국떡을 보시하는 것 이외에 세종시와 연동면, 지역자활센터 등에 쌀을 기부하는가 하면, 연동면 관내 1인1명 후원사업, 새해 가훈 무료써주기 등 나눔을 실천하여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한 때 “돈 있으며 뭐 하나, 소고기 사먹겠지, 출세하면 뭐 하나, 소고기 사먹겠지”하는 코미디 프로에서 가진 자들을 빗대어 풍자한 말이 생각난다. 김은기 대표야말로 철저하게 고생을 해봐서 배고픔의 고통이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에, 남에게 기꺼이 베풀 수 있는 마음이 지속되는 것이다.

   김 대표가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한 막내 아들 정협씨에게 농기계 작동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현재 세종특별자치시새마을회 회장과 연동면 주민자치위원장, 세종시불교연합회 수석부회장, 세종시위탁영농법인협회장, 세종시체육회와 세종시태권도협회 이사(태권도 공인 3단) 등을 맡아 열심히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그 결과 연기군민 대상, 충남도지사상, 농립부장관 표창, 김영삼 대통령의 신한국인 대상 등을 수상했지만, 가장 좋은 상은 주위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힘을 주어 열심히 살게 해서 재기할 때가 가장 좋은 상이라고 말한다.

지인들은 김은기 대표를 ‘제2의 정주영’이라고 부른다. 근면성실하며 매일 반성하고 항상 연구하며 내일을 대비하는 사업가적 기질이 만석꾼의 대열에 올랐고, 이제 가진 것을 주위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회봉사활동을 통한 환원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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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사랑 2017-02-23 17:15:18
"적선가에 필유여경 "
깊이 새기며 살아야겠어요.
훌륭하신분과 연동면에 함께 살아 자랑스럽습니다.^^

효실천 2017-02-24 07:19:54
김대표님 존경합니다.
세종시에 모범되시는 분이세요~
본받을 점이 너무너무 많네요~
함께라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