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촌고 청소년 통일 홍보대사, 말문 텄다"
"종촌고 청소년 통일 홍보대사, 말문 텄다"
  • 고재순
  • 승인 2017.02.17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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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종촌고 고재순 교사 "자유롭게 말하는 통일의 생각, 올해도 기대"

 
   종촌고 고재순 교사
작년 통일탐구토론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네 명의 아이들과 ‘통일 찬반토론’을 했다. 통일을 찬성하는 원찬이와 아영이, 통일을 반대하는 세율이와 현정이. 각자 바로 자료 조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세율이와 현정이가 토론을 못하겠다고 했다.

통일 반대를 주장하기 위한 자료를 찾다가 통일편익, 분단비용, 북한 인권, 북한이탈주민 생활 등 실상을 알게 되니 그만 통일을 찬성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한 학생들은 실은 통일 비용에 대한 오해 또는 통일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알지 못해서인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주입식으론 오히려 아이들의 반감만 살 수 있다.

올 초 네 명의 아이들은 작년에 공개적으로 약속한 대로 『통일 색동다리』라는 자율 동아리를 야심차게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만들어 놓고 친구들도 모아오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통일에 대한 올바른 의식이 갖추어진 청소년의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일까?'
'미래지향적 통일관을 가진 사람은 과연 통일을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고민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통일의 필요성을 주변에 홍보하는 일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럼 어떻게 홍보하지? 당장 홍보하려고 해도 스스로 정보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할 논리력도 없었다.

말은 의미를 만들고, 타인과 관계를 형성해 주며 상호작용을 통해 배움이 일어난다. 우선 아이들에게 통일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자고 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는 생각, 침묵은 금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지금 내가 통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나! 청소년 홍보대사의 출발점 행동이다. 이렇게 종촌고 청소년 통일홍보대사는 첫 말문을 열었다.

서로가 보기에도 참 어설펐다. 아마추어들은 통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스스로 자료를 조사했다. 의견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자료를 고민하여 정리했다. 논리가 부족하면 논거를 조사해 말로 표현해 보았다. 아이들은 통일에 대해 고민하고 말하고, 조사하고 말하고, 정리하고 말했다. 말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다듬고 상대와의 대화에서 동질성이나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이로써 자신의 논리에 정당성과 자신감을 갖거나 다른 사람과는 다른 나의 정체성을 찾기도 한다. 녀석들! 갈수록 쫌 알게 되었다고 말이 많아졌다.

첫 변화가 나타났다. 대화 도중 통일관련 어휘가 자연스럽게 늘자 주변 아이들이 관심을 가졌다. 보통 홍보대사로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위촉된다. 이들은 친밀감과 공신력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랑 같은 또래 친구가 홍보대사가 됐을 때도, 청소년들에게 핵심메시지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인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욕심이 생겼다. 동아리 15명을 통일 홍보대사로 세우고 이어서 내가 들어가는 6개 인문사회계열반 157명 모두와 함께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 모인 동아리 아이들과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수업시수 확보도 문제가 되었다.

   종촌고 2학년 150명 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1인 1분 스피치 활동 모습
한국지리 교과서 Ⅰ단원과 Ⅶ 단원을 근거로 통일 관련 수행평가를 했다. 일명 『1人 1分 스피치!』, 오랫동안 고민하고 조사하고 정리해보고 당일 1분 동안 통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보자고 했다.

6개 반 150명의 말을 모두 들었다. ▲‘내 딸에게 줄 최고의 선물, 통일!’로 감동을 준 희수 ▲‘북한 내에서의 한류를 통한 통일 방안’에 대해 조사한 유진이 ▲‘사드 배치 찬성’을 주장한 진혁이 ▲바로 이어 나와서 ‘사드 배치 반대’로 맞선 선우민 ▲‘나는야, 청소년 통일 홍보대사’를 외친 이제는 프로(!)가 다 된 원찬이 ▲‘나도 사람입니다’ 북한 인권을 말한 예림이 ▲‘문화 교류를 통일로’를 제안한 수지 ▲‘통일에 관심 없는 남한 친구에게’ 편지 쓴 지윤이 ▲‘중국 청소년에게 보내는 편지’로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을 중국어로 설득한 승엽이 ▲‘일본인들에게 알리고 싶은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하는 이유’를 일본어로 발표한 연수 ▲‘나도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해 친구들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특수학생 친구까지.

모두 150개의 1분 영상을 촬영했다. 영상은 동의한 친구에 한해서 모두 온라인(통일 동아리 카페, 유투브)에 탑재했다.

평소 반 친구들과 하는 이야기에서 통일이 몇 번이라도 화두가 되고 있다면~
현재 통일의 과정에 아이들이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생겼다면~
스스로 통일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이를 동생이나 친구에게 알려주고 있다면~
지금도 유투브 영상을 보고 통일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면~

청소년 통일 홍보대사의 첫걸음으로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럽지 않은가.
4명이 15명 되고 150명 되었듯 2017년의 활약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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