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되는 건 모두 주변 덕분이지요"
"제가 잘되는 건 모두 주변 덕분이지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7.02.06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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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아들 등 가족 3명 동시에 '아너 소사이어티'된 백원기씨

   세종시 부강면 유계화 가옥에 사는 백원기씨와 아내 박종미 여사, 아들 규현 군 등 일가족 3명이 동시에 5년동안 각각 1억원 이상 기부하는 '아너 소사이어티' 에 가입해 화제가 되고 있다.<사진은 조선 고종때 지어진 부강에 소재한 유계화 고택을 매입한 백원기씨>
“시각 장애 1급인 아들이 클수록 실명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과는 달리 오히려 눈이 더 좋아졌습니다. 사업도 잘 되었는데 그게 모두 주변에서 도와준 덕분이라고 생각해서 가입을 결정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존경받는 부자 상’을 만들기 위해 마련된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부부와 아들 등 일가족 3명이 동시에 화제가 되고 있다.

세종시 부강면 유계화 고택에 사는 백원기씨(58)가 화제의 주인공으로 7일 오전 11시 서울시 정동에 위치한 사랑의 열매 6층 회의실에서 한꺼번에 가입식을 갖게 된다.

청주 토박이인 백씨는 지난 해 12월 고종 3년인 1866년에 지은 부강 유계화 고택을 매입하면서 세종시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어 이번에 세종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5년 안에 1억 원을 기부하는 ‘아너 소사이어티’ 멤버가 된다.

아내 박종미 여사(60)는 경북 청송에서 경북지역으로 가입하고 아들 규현씨(34)는 충북 공동모금회를 통해 회원이 됐다. 이들 가족은 향후 5년 동안 각각 1억원씩 기부를 할 예정이다. 특히, 아내가 가입하는 청송에서는 행정구역이 생긴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주변에서 회자(膾炙)되고 있다.

“처음에는 저 혼자 가입하려고 했는데 가족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함께 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들이 특수학교에 다니면서 남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도 결정의 계기가 됐습니다.”

6일 오전 11시 부강면 유계화 가옥에서 만난 그는 자신을 농사꾼이라고 소개했다. 과수원 집에서 태어나 1990년 건축자재상을 시작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가스 충전소에다 건설회사 등 선의(善意)를 가지고 한 일이 술술 풀렸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사업이 잘 되었다고 성공의 원인을 찾았다.

“그래서 사업하는 가운데 틈을 내어 이웃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약 7년 전부터는 청주에서 도시락 봉사활동을 매주 수요일마다 합니다. 거기에서 소외된 이웃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됐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습니다.”

아들의 장애를 주변에서 메워주는 대신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웃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반드시 주고받는 일은 아니었지만 나눔을 통해 상생의 즐거움을 선택했다. 돈 버는 일에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의 표현대로 그냥 풀려나갔다.

경제적인 여유가 평소 생각을 과감하게 실천하게 만들었다. 청주에서 도시락 봉사에 이어 크고 작은 나눔 현장을 다니면서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던 중 세종과는 ‘유계화 가옥’이 인연의 끈을 이어주었다.

   7일 패밀리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마친 백원기씨 가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맨 왼쪽이 아들 규현군, 두번째가 아내 박종미씨>
“고택(古宅) 소유자의 상당수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마땅한 수입은 없는 반면 큰 집을 유지해야 하니까 그런 겁니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지원을 풍족하게 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어려운 형편에 처한 유계화 고택 소유자를 우연히 만났고 역시 나눔의 정신으로 매입하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 그걸 끌 턱으로 세종시 아너 소사이어티 9호가 된 것이다.

백씨는 현재 전국에 걸쳐 4개의 고택을 소유하고 있다. 안동에 있는 평산 신씨 종택인 ‘동간제’와 경북 청송 ‘성천댁’등이다. 성천고택은 글쓰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내놓았고 동간제는 전업 작가들을 위한 창작실로 만들었다. 모두 무상이다.

지난 해 12월 매입한 유계화 고택은 2개월 여에 걸쳐 말끔하게 수리한 후 오는 4월부터 소규모 공연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실명한다던 아들 규현군이 청주에서 섹소폰 연주로 재능 기부를 했듯이 이곳에서 재능기부도 하고 부강면민들에게는 소중한 문화공간이 되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백씨는 “사업은 제가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이제부터는 부강면민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겠다” 며 “기회가 되면 세종시에서 나눔과 봉사를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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